저는 잠을 잘 자요. 그래서 단순히 잠을 못 잤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느낀적이 별로 없어요. 잠을 못자서 피곤하다는 게 뭔지는 알구요. 스스로의 의지로 안잘수도 외부요인으로 못잘수도 있는데 다 괜찮아요. 잘 수 있는 순간에 자면 되니까요. 곧 50이 되는데 이렇게 잠에 관한한 자유로울수 있다는 건 제 장점이라 생각하고요, 제 이야기를 이렇게 먼저 늘어놓는 이유는, 이러하기에 제가 남편의 불면증을 이해할 수 없음을 설명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남편은 30 대부터 잠에 참 예민한 사람이더라고요.
잘 시간이 되면 자야 하고 못 자면 스트레스를 받고. 자다 깨면 다시 잠드는 걸 힘들어 하기에 밤에 자기를 깨우는 것도 싫어하고요. 여기까진 불면증이 없는 저도 다 이해할 수 있어요.
간간히 비처방 수면 유도제를 먹다가
10년전부터 수면 클리닉(정신과) 다니면서 수면 관련 행동치료 받고 스틸녹스(졸피뎀) 처방받아 먹습니다. 남편은 53이에요.
잠을 잘 땐 잘 잡니다. 그런데 남편 표현예 따르면 이 수면 리듬이 깨질 때가 있대요. (11:30-7:00가 남편의 규칙적인 수면 시간입니다.) 그럼 잠을 영 설친다는 겁니다.
1/4알로 시작한 스틸녹스가 이제 1알로 늘었대요. (매일 먹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 먹어요)
이번에도 이틀째 잠을 못잤다고 힘들어한게 그제예요.
밤새 눈만 감고 있었지 한숨도 못잤대요.
제가 뭘 해 줄 수도 없고 그랬냐. 힘들어서 어쩌니. 하고.
저야 잘 자는 사람이라.. 새벽까지 책(이북)볼 때도 많거든요. 불빛에 남편 잠 방해할까봐 밖에서 책 보다 방에 들어가면, 제가 볼 땐 남편은 잘 자고 있거든요. 근데 뭐, 그냥 조용히 눈만 감고 있는 건지도 모르니까요, 저는.
어제저녁이 되었고. 제가 배탈이 나서 어제 저녁부터 골골 했거든요. 새벽에 장이 난리가 나서 깼고, 그때도 남편은 코를 골며 자고 있었어요.
안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손을 씼고 다시 침대에 누웠을 때도 남편은 내내 코를 골았어요. (드르렁 드르렁이 아니라 약간 고롤고롱한 코골이)평소에는 코를 안고는 사람인데 많이 피곤했나보네 하고 그냥 뒀어요. 보통은 그럴 때 고개를 살짝만 돌려 놔주면 코를 안골거든요. 근데 어제는 너무 오래 못자서 피곤했나 싶어 손을 못대겠더라고요.
저는 배탈이 나서 컨디션도 영 안좋고. 평소라면 바로 다시 잠들었을텐데 코고는 소리 때문인지 잠이 바로 안들어서 한 30분 그냥 누워 있었나봐요. 남편은 그 동안 코고는 소리만 아니면 정말 죽은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깊이 잠들어 있었고요.
그러다 저도 다시 잠들었고 아침에 깼는데, 남편은 죽을 거 같은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밤 새. 한 숨 도. 못 잤답니다.
아니라고, 당신 어제 진짜 깊이 잠들었었다고. 내가 화장실 가느라 깼을 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고.
남편은 너무 놀라워 했어요. 내가? 잤다고?
그러고 보면... 그제 밤 말고. 엊그제밤도 남편이 숙면하고 있는 걸 제가 봤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잠을 못잤다고 말해요.
이 문제로 절 속여본들 이득될게 하나도 없으니 속이는 건 아닐테고. 본인도 너무 힘들어 하니까요. 실제로.
그런데 남편이 밤에 잠을 자는 건 팩트거든요.
실제론 자고, 본인은 전혀 잠을 자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런 불면증은 어떡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