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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LA 산불원인 by 이송희일

.... 조회수 : 3,172
작성일 : 2025-01-13 01:13:20
원문 전부 읽으실 분은 링크로 가세요
 
미국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산불로 기록될 이번 LA 산불. 이 재난을 20년 넘게 반복적으로 경고한 학자가 있다. 단지 사람들이 그에게 귀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의 이름은 마이크 데이비스.
 
"산타 아나의 이런 바람에 라이터를 들고 오토바이를 탄 단 한 명의 미치광이가 세상의 절반을 불태울 수 있다."
 
그의 저작 <공포의 생태학>에 수록된 에세이 '말리부를 불태운 사례'에 등장하는 글귀다. 이 에세이는 이번 내 책에도 소개했었는데, LA 산불이 터지고 나서 다시 꺼내 읽었다. 역시 정확하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나만 그랬던 게 아니다. 엊그제 리베카 솔닛도 가디언지에 LA 산불을 분석하면서 마이크 데이비스의 저 에세이를 인용한다. 많은 언론과 사람들도 고인이 된 마이크 데이비스의 경고를 떠올렸다.
 
말리부란  LA 해안가 부촌 지역이다. 이번 산불로 불탄 패리스 힐튼의 집이 바로 말리부에 있다. 존 바이든의 차남 헌터 가족의 61억 짜리 호화 주택도 불탔는데 바로 말리부에 있다. 박찬호의 불탄 집도 조금 떨어진 인근 지역이다.
 
1998년 '말리부를 불태운 사례'를 쓴 이후에도 마이크 데이비스는 캘리포니아 산불이 날 때마다 언론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지속적으로 캘리포니아 산불 재난을 경고해왔다. 물론 LA 부자들은 그 경고를 듣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대충 3가지다.
 
첫째,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산맥의 해안가는 말 그대로 항시적으로 불타는 지역이다. "말리부는 북미의 산불 수도이자 아마도 전 세계 산불 수도일 것이다." 이 지역의 토착 생태계는 애초에 불타도록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건조 지역이자 화재 벨트다. 가을 무렵 광폭한 산타 아나의 거친 바람이 몰아치면서 화재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짧게는 3년 주기의 작은 산불, 길게는 10년 주기로 대형 산불이 일어나는 곳, 바로 그곳이 캘리포니아다. 다시 말해, 산불이 곧 캘리포니아의 기본적 생태 조건이다.
 
둘째, 북미가 백인들에게 식민 지배되면서 두 가지 변화가 생겼다. 하나는 산타모니카 산맥에 살던 선주민의 토착 '관행 소각' 문화가 중지됐다. 일부러, 군데군데 불을 지르는 선주민의 관행을 금지시킨 것이다. 호주에서부터 북미에 이르기까지 선주민들은 최소 수천 년 동안 불을 질러왔다. 산불은 생태계를 리셋하는 과정이다. 일부러 산불을 내 생태계를 기름지게 하고 산불 연료로 기능하는 마른 덤불을 불태워 궤멸적인 대화재를 방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들은 그 이유를 도무지 헤아리지 못했다. 관행 소각을 전부 금지시켰다. 지금도 산불이 조금이라도 나면 당장 달려가 불을 끈다. 따라서 덤불 연료가 계속 축적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변화는 백인들을 따라 '브롬'과 같은 침입종 식물이 북미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 침입종 식물은 잘 자라고 잘 말라 가연성 연료로 기능한다. 아니나 다를까, 2023년 캘리포니아에 예상밖으로 비가 많이 내렸다. 그 덕에 잡초가 우수수 자랐다. 하지만 올해 8개월 동안 이 지역에 비가 오지 않았다. 도처에 바싹 마른 잡풀들이 바로 산불의 연료로 기능한 것이다.
 
셋째, 캘리포니아의 개발 붐이다. 여기는 애초에 집을 지어선 안 되는 곳이다. 하지만 부자들은 해안가 산기슭의 경관을 위해 기꺼이 돈을 댔고, 부동산 자본은 미친 듯이 집을 지어댔다. 1993년 이후 캘리포니아 신규 주택의 절반 이상이 화재 위험 지역에 건설되었으며, 캘리포니아 주 인구의 약 1/4에 해당하는 1,100만 명 이상의 주민이 '야생-도시 경계지'로 불리워지는 산불 고위험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대형 산불이 나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그 지역에는 더 크고 더 비싼 고급 주택이 들어선다. 마이크 데이비스는 항상적으로 불타는 말리부 지역에 부자들이 계속 집을 짓는 행태를 '미친 짓'이라고 비판한다.
 
이 상황에서도 산불 대책이라고 내놓는 건 내연성 재료에 대한 집착, 주변 잡초 제거, 민영화된 소방소 운영, 보험 회사와의 실랑이 등이다.
 
이렇듯 연료 축적 문제보다 점화 관리에 치중할 경우, 계속되는 대화재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기후위기는 화재의 규모와 강도를 더욱 키운다. 가뭄이 더 독해지고, 딱정벌레 같은 해충들이 번성해 수억 그루의 나무를 죽여 산불 연료로 기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마이크 데이비스는 선주민의 관행 소각 지혜를 다시 복원하자고 주장한다. 불타도록 생태학적으로 설계된 캘리포니아의 자연 한계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또 미친 듯 널뛰는 부동산 시장과 자본의 욕망을 제어하고, 가난한 지역에 합당한 권리를 부여하자고 말한다.
 
결국 자연 한계를 무시하고 그 결계를 찢고 폭주한 댓가가 바로 산불 재난인 것이다. 그것이 마이크 데이비스의 경고다. 저명한 도시사회학자 데이비드 하비는 마이크 데이비스의 주장이 너무 생태주의와 비의에 경도되었다고 비판했지만, 결국은 마이크 데이비스가 옳았다.
 
자, LA 산불은 누가 일으켰는가? 기후위기인가? 그렇다. 1,700만 달러 이상의 소방 예산을 삭감한 민주당 LA 시장 때문인가? 그렇다. 통제 불능의 교외 개발이 화재를 일으켰는가? 그렇다. 혹시 캘리포니아의 현실 자체가 이 재난을 야기한 건가? 그렇다. 산불 재난은 기후위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복합 재난이고, 생태적 불균형과 파국을 양산하는 자본주의 재난이다.
 
애초에 캘리포니아와 LA 도시가 잘못 설계됐다. 건조지대인 캘리포니아 남부가 왜 피스타치오와 아몬드와 채소가 나는 지역이 된 걸까? 왜 단 하나의 초국적 농식품 기업이 캘리포니아 지하수의 60%를 독점하는 걸까?
 
로만 폴란스키의 걸작 영화 <차이나타운>은 LA의 탄생 비화를 들려준다. 캘리포니아 남부를 농업 지대로 테라포밍하고 LA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소수의 대지주들이 어떻게 물을 사유화하고, 살인을 감행하고, 딸들을 강간하는지를 충격적으로 폭로한다.
 
100년 동안 건조 지대인 캘리포니아 남부의 물 권리를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져왔다. 90년대 중반 Wonderful Company가 정부 관계자들과 밀실 회의를 통해 캘리포니아 남부 물 은행의 지분 60%를 거머쥐게 된다. 이를 통해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 전체 주민이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물을 값싸게 사용한다. 피스타치오, 아몬드 같은 견과류들이 생산되는 것이다.
 
이같은 테라포밍 시스템은 물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엄청난 양의 물을 공급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부동산 투기꾼들이 말리부와 같은 화재 벨트 위에 끊임없이 건물을 지었다. 자연 한계를 신경 쓰지 않고 자연 서식지를 파괴하고, 야생동물들을 쫓아내며 이 지역에 부동산 광풍을 야기한다. 곧이어 헐리우드 스타들과 미국의 갑부들이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보기 위해 말리부에 몰려온다. 항상적인 화약고인 말리부 위에 갑부들의 집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마이크 데이비스 말처럼, 기후, 생태, 어리석은 도시화가 역사상 가장 완벽한 불폭풍을 캘리포니아 남부에 형성한 것이다.
 
이 항상적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소방 인력의 30% 가량을 교도소 수감자로 대체하는 게 바로 캘리포니아다. 그러면서 하루에 1만원 안팎의 임금을 준다. 현대판 노예제라고 불리워지는 이유다. 또 여기에 소방 예산까지 감축하고, 물에 대한 시민적 통제가 되지 않아 산불이 났는데도 소화전에 물이 없다.
 
헐리우드, 꿈의 도시, 부촌, 바닷가 경관, 현대판 노예제, 물의 독점.... LA 산불은 자연 한계를 경시하고 무너뜨리는 자본주의 욕망이 어떻게 파괴적인 재난으로, 상실의 고통과 슬픔으로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악몽일 것이다.
 
IP : 223.38.xxx.15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5.1.13 1:45 AM (211.234.xxx.187)

    LA산불 원인 잘 읽었어요.

  • 2. ㅡㅡ
    '25.1.13 2:18 AM (223.122.xxx.252)

    좋은 글 감사해요

  • 3. 감사
    '25.1.13 3:11 AM (211.59.xxx.155)

    좋은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4. ㅇㅇ
    '25.1.13 3:42 AM (73.109.xxx.43)

    잘읽었습니다

  • 5. “”“”“”
    '25.1.13 5:31 AM (211.212.xxx.29)

    글 감사해요. LA 역사가 궁금해지네요. 좀더 알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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