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3후반에서 4등급 중반 구간인 아이들. 그래도 하기 싫은 공부 나름 꾹 참고 하는 아이들이죠. 그래서 이 친구들이 눈은 높아요. 지거국이나 수도권 라인은 싫고, 그래도 건동홍 이상은 가야된다고 생각들합니다.
그렇다보니 2학년 때까지 내신 성적보다는 모의고사가 낫다고 착각을 합니다. 탐구는 아직 안했으니, 하면 2등급은 나오고, 영어도 설마 2등급 나오겠지. 수학은 열심히 하면 올라가고, 국어도 그동안은 제대로 안풀어서 그렇지 풀면... 이렇게 조합해보면 중경외시도 가벼워 보이죠.
그래서 겨울이 되면 정시로 가겠다고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이 성적 구간 아이들의 다수가 포기와 기복이 심해요. 안하던 수능 공부를 하다 보니, 초기에는 실력적 변화가 보입니다. 좋아지는 것 같거든요. 그런다가 3월 개학하고 학교를 다니다 보면 또 벽을 느낍니다.
어찌보면 당연하죠. 시험 범위 정해놓고 보는 내신도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적 고통의 벽을 넘질 못했는데, 시험 범위가 없는 수능은 그 친구들에게는 인식할 수 없는 숭고함이죠. 두려움이고... 해도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엄습하면 또 후회...
그러면 다시 또 수시로 눈 돌립니다. 수능은 자신 없고, 재수는 곧 수능을 의미하니, 수시로 갈 수 있는 대학을 찾죠. 그러면 별거 없다고 버린 3학년 1학기 성적조차도 또 아쉬워합니다. 학종으로 우주 상향 지르거나, 논술도 기웃거려 봅니다.
그렇게 원서 써놓고... 수능 공부는... 뭐.
뻔히 보이는 것. 아무리 말을 잘해도 듣는 아이들은 상처받을 수 밖에 없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구조라. 입을 닫게 되네요.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다 너가 하기에 따라 달려있다는 그럴듯한 말로 위로하기엔, 세상 물정 훤한 요즘 아이들은 이미 더 잘 알고있죠. 그건 이 힘겨운 인서울의 바늘구멍보다 몇 백배 더 좁다는 걸.
나이를 먹으니 걱정도 늘고, 생각의 날도 이가 빠져 이래저래 마음이 무거운 밤이라 주절거려 봤습니다. 빌어먹을 윤가라도 빨리 끌어내려야 무거운 마음 한 구석이라도 가벼워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