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게시판 보고 한남동 3번 출구로 나와 블루스퀘어 오른쪽 계단 이용해 내려 갔어요. 2시넘어 도착한것 같은데 태극기집회시위 참석자들과 함께 이동하게 되었어요.
그냥 막 섞여 한쪽은 윤석렬 옹호하는 구호를 부르고 한쪽은 체포를 외치며 기다랗고 좁은길을 가게 되었죠. 그 길에서 쌍욕 시전하며 미친영감탱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태극기할배와 우리쪽어르신이 다툼이 날뻔..해서 황급히 할아버지 어깨를 돌려 괜찮다고 그냥 가시자고 했어요.
그리고 또 어떤 심히 기골이 장대한 싸나운 30후반 여성이 지나가는 우리쪽 소녀들에게 욕을 욕을. 소녀들도 지지않겠다는듯이 욕을 하고 지나갔어요. 다리를 건너 태극기집회를 뚫고 지나가야 민노총 집회 장소로 연결이 되요. 태극기집회할매할배들은 그야말로 한줌이었는데 뭔가 악에 받친 분위기였어요.
민노총집회장소에 도착해서 많은 참가자발언을 듣고 신나게 춤도 추고 공연도 보았어요. 저는 매번 혼자 참석하는데 제 옆의 분도 혼자 오셔서 같이 제가 가져간 담요를 두르고 사탕도 주셔서 까먹고 힘차게 구호 외치다 추위에 오들오들 ㅎㅎ 오늘은 집으로 가자 하고 일어서 나왔어요. 하늘에 너무 깜찍한 달과 밑에는 반짝반짝 작은별이 예쁘게 떠 있었어요.
어느 참여자의 발언중.
"민주노총이 길을 열겠다는 말이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그런데요.. 길을 여는 사람들은 춥지 않습니까? 길을 여는 사람들은 다치지 않고 두렵지 않습니까? 민주노총 분들은 시민이 아닙니까? 또한 여기 있는 분들 중에 시민이 아닌 분들이 있습니까? 그러므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경찰들 당신들이 시민으로서 해야될 일은 무엇입니까? 당신들은 지금 어떤 정의를 따르고 있습니까? "
큰 무대에서 동료시민에게 차분하고 대차게 자기주장을 펼치는 소녀들을 보는것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요? 요즘처럼 괴로운 뉴스에 밤잠을 설치는 저에겐 너무 자랑스럽고 기쁜 발언들이었어요.
항상 그렇듯 추위에 약한 저는 또 이렇게 일찍 집으로 돌아왔어요. 오늘은 핫팩을 깜빡 해서 더 추웠어요. 저 집회가면 위로 받고 와요. 정화되는 기분이 들어요.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