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다른 일요일과 똑같이 출근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씻고 밥 먹고 나가서 일하고 떠들고 웃고 돌아왔다. 중간에 잠시 오늘의 일에 대해 누군가 언급했다. 나는, 생각하던 것을 좀 얘기했다. 그리고 다시 일하고 마무리하고 먹을 것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
돌아와서 뉴스를 틀었다.
화면에서 사망자가 179명이라고 나오고 있었다.
구조된 사람은 두 명이라고 했다.
출근 준비하며 본 사망자는 85명이었다.
낮의 뉴스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퍼붓고 있었다. 확인된 사망자 숫자를 말해 주는 소방서장에게, 그럼 생존자를 찾고 있는 거냐고 물어보았다. 그 말을 듣는 소방서장은 곤란해 보였다... 아니 괴로워 보였다.
울고 싶은 것도 같았다. 머뭇거리면서 천천히 말했다. 생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현장을 보았을 때 그렇다고.
아...
나는 그 말을 알아듣고 싶지 않았다.
더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내가 모르는 동안 사망자가 확정되어 있었다. 혹시 하는 기대가 무참히 꺾인 기록을 뉴스는 보여 주었다.
탑승자는 총 181명이라고 했었다.
더해서 정확히 181이 되는 숫자를 멍하니 보았다.
뭔가를 검색하려고 검색창을 열었다가
'슬프다'라고 썼다.
그걸 찾으려던 게 아니었는데.
국어 사전의 결과가 맨 위에 떴다.
-슬프다
형용사) 원통한 일을 겪거나 불쌍한 일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
슬프다.
세 살짜리 아기가 있었다고 했다.
아기가 너무 짧게 살고 갔다.
해마다 함께 여행할 만큼 사이좋은 동서지간이 타고 있었다고 했다. 암에 걸려서도 자녀들을 열심히 키우고 있었던 홀어머니가 있었고, 팔순을 맞아 자녀들 덕에 겨울에 따뜻한 나라 여행을 떠났던 노모도 있었고, 또... 일가족이 있었는데. 태어나서 해외에 처음 가 본 사람이 있었다는데...
슬프다.
원통한 일을 겪거나 불쌍한 일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
슬프다.
원통한 일을 겪거나 불쌍한 일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
슬프다.
원통한 일을 겪거나 불쌍한 일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
사는 것은 원래 그렇게 자주 슬프고 무거운 것일까. 요즘은 가슴 속에서 나갈 길을 찾지 못한 눈물이 소용돌이치는 것도 같다.
크게 통곡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이여, 정말 계신 겁니까. 저는 살면서
그걸 의심할 일밖에 보질 못했나이다.
그러나 거기 어디 제발 계신다면
이 가엾은 사람들의 땅에 부디
위로와 평안을 주소서. 우리가 이토록 슬퍼하는 순간마다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