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을 봤는데 자꾸 인물들이 생각나고 마음에 남고 다시 한번 보고싶은 이유가 뭘까... 영상미? 연기력? 음악? 현시국에 공감? ... 다 맞는데요, 마음에 왜이리 남을까 했더니...
dignity 였어요.
위엄. 존엄.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dignity를 지키는 존재여서 그랬던 거예요. 극한의 상황에서 적도 인간으로 보고자하는 마음, 그 마음때문에 동지를 잃고 목숨을 잃을 위기에도 끝까지 낙관하려는 믿음, 육체의 고통에 굴복하여 신념을 버린 행위를 스스로 회복하는 의지. 이런 것들이 원래 강하고 굳센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두렵고 고통스럽고 흔들리는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이기에 더더욱 dignity를 지켜낸 인간이 고귀한 거였어요.
인간이라는 육체적 껍데기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같지 않은 것들이 설치는 세상이기에, 최소한의 존엄과 위엄과 품위도 없는 것들이 설치는 세상이기에, 이 영화 속 독립운동가들을 보며 dignity를 되새기고 싶었던 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