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조부모와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것은, 부모도 주지 못한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엄청난 축복이었어요. 그냥 학교 다녀오면 뭐라도 입에 넣어주고, 숙제하고 있으면 안쓰러워하며 등 한번 만지작거리다 가고, 누워서 빈둥거리고 있으면 이불 덮어주고, 뭔 짓을 해도 잘했다 착하다.. 종종 이 기억들이 제 인생을 지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의 고비마다 항상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났거든요. 막 자존감 올라가서 힘나고 그러는 게 아니라, 아 내가 이러고 있는 걸 우리 할머니가 봤으면 억장이 무너졌겠지.. 정신 차리자.. 이렇게 넘어가지더라고요.
오늘 초등 고학년인 제 딸아이가 좀 아팠는데, 뜬금없이 "아~ 아프니까 할머니 보고 싶다." 하는 거예요. 제 부모님도 아이 어릴 때 같이 살다시피 하면서 돌봐줬던 터라 유대감이 깊거든요. 저 얘기를 듣는 순간 너도 나처럼 우리 엄마, 아빠와의 기억을 곱씹으며 살겠구나 싶은 것이 뭔가 찡하면서 조부모의 존재에 대해 또 생각해 보게 됐어요.
손주 돌봐주느라 힘드신 할머니, 할아버지 있으시면 이런 얘기가 조금 위안이 될까 싶기도 하고요, 부끄러워 말 못 하는 자식들(저처럼) 대신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