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어본 한덕수]
한덕수 총리는 무척이나 무난하고 무던한 사람이다.
2년 여전 청문회를 하면서 내가 생각해도 참 못되게 굴었다. 그래도 그는 얼굴색 한번 변하지 않았다.
청문회를 마치면서 “본회의에서 총리 인준안이 부결되면 한덕수 개인의 불행지만, 통과가 되면 대한민국 공직사회 전체의 불행이 될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대답을 기대하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한덕수는 자청해서 마이크를 잡고 “구구절절히 저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고개를 숙였다.
청문회 때 모질게 군 죄가 있어서 국회에서 먼 발치로 보이면 내가 먼저 피해다녔다.
한번은 그렇게 비켜가려고 했는데 한덕수가 먼저 알아보고는 쫓아와서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어찌나 어색하던지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나처럼 속 좁은 사람은 싫고 좋은 게 얼굴에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한덕수는 구부러지고 휘어짐이 그렇게 자유자재일 수가 없다.
누구하고나 두루두루 잘 지내고 척 지지 않는 성격!
아마도 그게 한덕수를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까지 올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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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달인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그의 화려한 경력은 그치지 않았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이냐 이회창이냐, 어느 한쪽에 줄을 대야 했다.
경기고 선후배에 오랜 교분이 있어 당연히 이회창이었다. 넥타이까지 매고 이회창 캠프로 가려고 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부인이 소매를 잡아 주저앉혔다. 그 선택으로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부인한테 직접 들었다는 어느 기자로부터의 전언이니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닐 것이다.
지금 그는 일생일대의 기로에 서있다.
24일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의 삶이 갈린다. 아니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있다.
양쪽 모두에게 부드러운 얼굴로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란 말이 있다. 이미 역사의 수레바퀴는 굴러가고 있다. 지축을 흔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명명백백한 현실 앞에서 그가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덕수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불행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