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령 앞에서 막혀 갓길에 차를 댄 후 화장실이 급했던 저는 우선 내렸어요.
막힌곳에는 경찰들+경찰차량만 있어서 뻘쭘한데 저 앞서 커다란 짐을 이고지고 가는 소녀를 만났어요. 그 분도 머뭇머뭇 긴장한듯 보여 말을 걸었어요.
저..혹시 저랑 같이 가실래요. 제가 짐 들어드릴께요.
상하의검은색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그분은 짐이 자그만치 20킬로는 될것 같았고 저와 같이 경찰들을 지나쳐서 조금 걸으니 사람들이 질서있게 앉아 있었어요.
자봉하는 곳에 가서 가방을 열어 물건을 내놓는데 깜놀했어요.
더플백 하나가 다 과자랑 핫팩이였던 거예요. 허걱..
자봉하시는분이 손수 만든 생강차는 향이 알싸한게 너무 맛있었어요.
추위가 싹 없어지는것 같았죠. 제가 원래 커피외엔 안먹는데 생강차가 이리 맛있다니.
암튼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니 방석이랑 은박지?같은걸 깔아주시는 분, 계속 사탕,젤리,과자,빵,떡,김밥이 여기저기서 왔어요. 춥지만 춥지 않았어요. 낮이 되면서 햇빛도 점점 따스해졌어요.
그 소녀가 커다란 깃발을 들고 왔어요. 설명해 줬는데 처음 듣는거라 기억을 못하겠어요.
유명한 그 세계에서는 뭐 그렇대요. 덕후분이신데 멋진 망토와 오래된 파리의 가스등과 같은 모양의 램프를 들고 왔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모이는데 저는 그 깃발을 내내 흔들며 음악이 나올때마다 춤을 추었어요. 춤이 저절로 나는 현장이였어요.
함께 있으니 춥지도, 우울하지도 않았어요. 그 소녀의 친구분도 와서 이제 셋이서 춤추고 놀았어요. 구호도 아주 열심히 목터져라 외쳤어요. 그리고 길이 열렸고 정말 기뻤어요.
사당역까지 행진하는데 목이 쉬어 목소리가 이상해지는데 옆의 앳된분이 목캔디를 건네서 감사히 받았어요. 더 있고 싶지만 집의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로 하고 같이했던 두분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회를 나갈때마다 몸무게가 줄어요. 다이어트에 딱입니다. 제가 평상시 48인데 꼭 1킬로가 줄어요.
참가자분들의 발언들이 하나하나 인상깊었어요. 그 중 저도 고개를 끄덕였던건, 제가 계엄의 밤에 잠을 잤다는 거였어요. 그 밤을 후회했어요. 다시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어제 집회에 갔던 거예요. 평상시 동네엄마들이 저한테 그러거든요. 숨어 다니냐고요. 집에서 안나오니까 ㅎㅎㅎ
이런 제가 홀로 집회에 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재밌는건 그 덕후분도 집에서 안나온대요. 이런저런 얘길 하면서 세대를 넘어 공감하고 연대할수 있어 좋았어요. 벽이 열려 트랙터에 앉아 우리에게 계속 손을 흔들어 인사하시던 농부님도 집으로 잘 가시길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