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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아프고 떠난 노견

.. 조회수 : 1,908
작성일 : 2024-12-17 14:56:13

십수 년 전에 아이들이 졸라서 키우기 시작했던 강아지.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저는 강아지에게 유별난 애정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배고프지 않고, 춥거나 덥지 않고,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게 키우는 정도였습니다.

 

강아지도 배변만 잘 가리고, 짖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에서만 처음부터 신경을 썼어요.

옷을 입히거나 손 달라는 훈련 같은 것도 거의 안 했어요.

 

강아지도 가족들과 거의 비슷한 성격으로 동화되었고 잘 지냈어요.

배변도 잘 가리고, 짖지도 않고, 사람은 아무나 다 좋아하고, 잘 까불고,  특별히 아프지도 않았고, 최근까지도 건강해서 스무 살이 넘게 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급격하게 쇠잔해지는 것 같더니

갑자기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고 이틀을 누워만 있더군요.

지붕이 있는 굴 속 같은 자기 집에서요.

 

마지막일 것 같아 꺼내서 방석 위에 눕혀놓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쇠약한 힘으로 굳이 일어나 굴속같은 자기 집으로 기어가더니 픽 쓰러져서 몇 시간 후에 떠났습니다.

거기가 가장 편하구나 싶어서 그대로 가만히 두었어요.

 

그렇게 딱 이틀을 누워있다 떠났네요.

한결같이 착한 강아지였고

강아지에게 덤덤한 저였지만 아직은 강아지의 빈 집을 보면 허전합니다. 

 

이렇게 갑자기 갈 거면

먹고 싶은 거 그냥 먹게 해줄걸.

더 많이 놀아줄걸.

가족들은 저마다의 회한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와서 불행한 견생은 아니었었기를..

좋은 곳으로 가기를 빌고 있습니다.

 

IP : 106.101.xxx.160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12.17 3:01 PM (220.120.xxx.142) - 삭제된댓글

    가족들 마음 아프지 말라고 짧게 아프다 떠나나 봅니다.
    무지개 다리 잘 건너고, 내세에는 사람으로 태어나길 바래봅니다.

  • 2. ...
    '24.12.17 3:02 PM (220.120.xxx.142)

    가족들 마음 아프지 말라고 짧게 아프다 떠나나 봅니다.
    무지개 다리 잘 건너고, 내세에는 사람으로 태어나길 바랍니다.

  • 3. 아파요
    '24.12.17 3:03 PM (210.204.xxx.201)

    우리 요크셔테리어도 14살인데 자꾸 쇠잔해지고 밥도 가려먹고 그러네요.
    너무나 착하고 성품이 좋은 아이가 거의 잠만 자니 넘 가슴이 아프네요.
    요즘 백숙 조금이랑 습식사료 힐스 조금씩 섞어서 먹이네요.
    약먹고 나았다가 다시 아프고 그러네요.

    그댁 강아지도 따스한 가정에서 평생 사랑받다 갔을거예요.

  • 4. ㅠㅠ
    '24.12.17 3:07 PM (118.131.xxx.12)

    저의 얘기같아요.
    저도 한달전 10년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병원한번 안가던 아이였는데 설사를 계속해서 건강검진 해본결과 난치병,
    그래도 씩씩하게 견디다가 한이틀 밥을 안먹길래 입맛이없나보다 했어요.
    퇴근하고 집에와보니 숨이 헐떡헐떡 하고있더라구요.바로 병원갔지만 그 길로 떠났어요.
    다들 말하기를 주인이 올때까지 기다렸나보다 하더라구요.
    아직도 숨이 안쉬어지게 힘듭니다.

  • 5. ..
    '24.12.17 3:09 PM (1.241.xxx.242)

    저희집에도 노견있어요 2주만 있으면 18세되네요 아직 건강하고 식욕왕성하지만 이제는 보여요 한 해 한 해가 다르다는걸요 내년에는 얼마나 더 쇠약해질지....
    자식같이 키운 강아지 떠나고 빈자리보면 마음이 복잡할 것 같아요
    주인 잘만나 고마워하며 떠났을꺼에요 위로드려요

  • 6. 냥이
    '24.12.17 3:40 PM (14.48.xxx.182)

    12월 지금까지.. 집에 냥이4마리,밖에 챙기던 애기냥이 1마리 해서 모두 5마리 보냈습니다..아직도 아픈 애들이 집에만도 4마리에, 밖에 밥주는 냥이도 6마리..집에 노견 말티즈도 며칠 잘지내다.췌장염으로 병원 다니고,집에 노묘는 음식을 아예 4일째 못먹어 병원에서 콧줄하고 와서 콧줄로 먹이다,저번 토요일에 콧줄 뺐어요..전처럼 먹진 못해도 그래도 조금이라도 먹지만 냥이 얼굴엔 아직도 힘듦이 보여요..콧줄 빼고와서 한숨 돌리니 2틀만에 다른 냥이가 아파 지금 병원 데리고 가봐야 하나,말아야 하나. 앉아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 7. wood
    '24.12.17 4:43 PM (220.65.xxx.17)

    무던한 가정에서 좋은 가족이랑 편안함 듬뿍 누리고 갔네요
    간암 진단 받고 병원에서 안락사 권했지만 차마 보내지 못해 마지막까지 붙들고 아이 힘들게 했었답니다 그게 두고 두고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파요
    행복 했을거예요
    어떤 이별이든 늘 후회와 회한이 남아돕니다

  • 8. ㅇㅇ
    '24.12.17 4:46 PM (222.233.xxx.216)

    원글님 예쁜 천사를 십수년을 기르시고 애쓰셨습니다. 너무 예쁘고 착한 아기였을거 같아요
    강아지에 대한 감정이 덤덤했다 하셨지만
    많이 정들고 예뻐해 주셨을것 같습니다.

    저도 아홉살 푸들 기르는데
    원글님 글을 읽으며 참 가슴이 먹먹합니다. 눈물이 나네요.

  • 9. 지혜
    '24.12.17 4:59 PM (211.234.xxx.201)

    눈물나요 ㅜㅜ 천국으로 가서 더 행복하게 살길 바랍니다

  • 10. 그런데
    '24.12.17 5:39 PM (210.204.xxx.201)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있을때 병원 안갔나요?
    저는 서너번 병원 데려가서 피검사랑 약 받아왔는데 계속 그래야 하는건지 아님 원글님 강아지처럼 보내는게 맞는걸까요?
    지금 그냥 두면 원글님 강아지처럼 하늘 나라 갈거 같아서요.

  • 11. ...
    '24.12.17 6:33 PM (182.215.xxx.28)

    끝까지 마지막을 함께한것만도 강아지에겐 더없이
    행복한 견생이었죠 당연히
    그게 힘들어 버려지는 개들이 얼마나 많은가요ㅠㅠ
    저희 강아지는 마지막 2년을 고통스럽게 투병하다
    마지막을 안락사로 보냈다보니
    녀석들에게도 사람처럼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복이 타고나나 싶어요
    마음은 아프시겠지만
    원글님 강아지는 행복한 마무리를 했으니
    위로가 되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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