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전문입니다~

좋아요 조회수 : 2,670
작성일 : 2024-12-11 13:02:12

한강 작가님 노벨문학상 수상소감 

너무 좋아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폐하, 왕실 전하, 신사 숙녀 여러분.

제가 여덟 살이던 날을 기억합니다.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 제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요. 저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이 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에 촉촉이 젖은 비를 그들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습니다.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속 깊이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언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니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문학을 위한 이 상이 주는 의미를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IP : 39.7.xxx.73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4.12.11 1:08 PM (220.94.xxx.134)

    나라의 경사에 나라꼴이 이러니ㅠ

  • 2. 대단히
    '24.12.11 1:08 PM (222.119.xxx.18)

    감사합니다.
    여러일들로 자리에 앉아 그녀의 소강소감을 읽을새가 없었는데,
    늦은 점심을 먹으며 식당 구석에서 읽을수있었습니다.

    그녀의 무심한듯 깊은 이야기들은 늘 눈물이 나도록 합니다.

  • 3. ㅠㅠ
    '24.12.11 1:18 PM (125.240.xxx.204)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 일...
    여기서 울컥합니다.

  • 4. ..
    '24.12.11 1:23 PM (211.246.xxx.29)

    영어로 하시는데 자막이 없어서 너무 궁금했었어요.
    고맙습니다

  • 5. ㅇㅇ
    '24.12.11 1:25 PM (59.29.xxx.78)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 일..
    울컥합니다 22222

  • 6. 진심
    '24.12.11 1:25 PM (123.111.xxx.222)

    왜 노벨문학상을 탔는지
    알게 해주는 소감이군요.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합니다.
    바로 이 시기에 받아서 더 좋습니다.

  • 7. dfdf
    '24.12.11 1:32 PM (211.184.xxx.199)

    존경합니다. 한강 작가님

  • 8. 오래
    '24.12.11 1:37 PM (210.181.xxx.111)

    생활에 휩쓸려 살다가,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간직해 오신 그 물음을 마주하는 게 너무 고맙습니다.

  • 9. 문학의 힘을 빌어
    '24.12.11 1:51 PM (124.53.xxx.169)

    한여인이 던지는 메시지는
    종교 경전만큼 숙연한 마음이 들게한다.

  • 10. human
    '24.12.11 1:55 PM (222.110.xxx.175)

    정말 영어 못해서 자막 보고 있었는데

    우리가 human으로 살아내야한다는 것
    언어와 문학이 주는 힘
    울컥하며 3번 연속 들었습니다.
    인간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야하겠습니다.

  • 11. 전율
    '24.12.11 1:57 PM (125.128.xxx.172)

    라이브로 듣고 이렇게 또 글로 읽으니 소름인듯 전율인듯
    거센 몸의 흔들림이 느껴집니다
    너무도 진지하게 경청하던 성장(盛粧)한 관객들과
    공감대가 형성되는 진기한 경험이었어요

  • 12. 넘조으네요
    '24.12.11 2:24 PM (118.221.xxx.50)

    역시 노벨상수상자다운 소감
    공유 감사합니다

  • 13. ..
    '24.12.11 2:28 PM (95.57.xxx.25)

    내란 사태만 아니었어도 한강노벨상 축하 소식으로
    기뻤을텐데...
    문학가는 역시 다르네요.
    그.어린 나이에 저런 생각을 하다니..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 일..
    울컥합니다 3333
    다시 한 번 수상을 축하합니다.

  • 14. 사람답게
    '24.12.11 2:34 PM (110.70.xxx.225)

    먹먹하네요ㅠㅠ

  • 15. 청중들도
    '24.12.11 3:00 PM (211.114.xxx.199)

    몰입해서 듣더군요. 실방으로 보는데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메시지는 언어를 초월하는 것 같아요.

  • 16.
    '24.12.11 4:11 PM (118.32.xxx.104)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
    --------
    존경하고 축하드립니다!

  • 17. 체리망고
    '24.12.11 8:29 PM (39.125.xxx.74)

    감사해요 먹먹합니다

  • 18. ㅇㅇ
    '24.12.12 7:14 PM (218.147.xxx.59)

    너무 좋아요 ㅠㅠ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41452 이소영의원님 멋지네요 3 2024/12/12 2,828
1641451 고도의 정치 행위는 대통령만 하는게 아니에요 4 .. 2024/12/12 1,706
1641450 권성동 지역구 강릉 13 .... 2024/12/12 4,223
1641449 전국농민총연맹에서 트랙터 몰고 상경한답니다. 30 감사 2024/12/12 3,998
1641448 지금 분위기엔 안맞지만 소득세, 국민연금 문제 있음 11 ..... 2024/12/12 2,015
1641447 집회를 못 나가서 후원금을 좀 보내고 싶은데 19 ㅇㅇ 2024/12/12 3,717
1641446 엄청 추울 때는 허벅지 반 정도 덮는 패딩 가지곤 안 될까요 5 추위 2024/12/12 3,263
1641445 일상)쿠쿠 밥솥 9 ... 2024/12/12 2,006
1641444 학원인수하는데요. 간판 바꿀까요? 말까요? 17 선택을 뭘 .. 2024/12/12 3,391
1641443 계엄-고도의 통치행위라고 말한놈 13 ㅠㅠ 2024/12/12 2,388
1641442 혹시감형받으려고 미친척 하는거 아니예요? 5 ........ 2024/12/12 1,518
1641441 술 너무 많이 먹으면 전두엽 녹는 듯. 24 000 2024/12/12 4,386
1641440 더이상 썩열이들이 없길 6 썩물러나라 2024/12/12 971
1641439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 105명 명.. 3 light7.. 2024/12/12 3,373
1641438 호주뉴질랜드 ㅜ 16 ... 2024/12/12 3,656
1641437 무당 딸과 결혼한 남자 (가문의영광) 6 유D 2024/12/12 2,993
1641436 만약 명신이특검은 가결안되고 탄핵만 통과되면 어떻게 되나요?? 2 ㅇㅇㅇ 2024/12/12 2,198
1641435 중국 외교부, '중 간첩' 언급 윤 담화에 "깊은 놀라.. 32 MBC 2024/12/12 3,937
1641434 친한이 몇명이예요? 5 2024/12/12 2,580
1641433 조국없이 당은 어떻게 될까요? 26 ... 2024/12/12 6,516
1641432 망상. 2 불안하다. 2024/12/12 1,201
1641431 방금 뉴스에서 윤석열 정신과의사 분석 5 ........ 2024/12/12 5,510
1641430 英 가디언 "尹, 레임덕 아닌 데드덕...한국, 새 리.. 8 전세계가 다.. 2024/12/12 3,813
1641429 제주 집회 정보 아시는분 알려주세요 2 강물처럼 2024/12/12 790
1641428 윤상현 페이스북 ㅋㅋㅋㅋ/펌 jpg 24 잘한다 2024/12/12 7,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