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야밤의 포고령

ㄱㄴ 조회수 : 397
작성일 : 2024-12-10 09:17:26

야밤의 포고령

너희는 나를 통제할 수 없다. 나를 검열할 수 있는 것은 가을이나 겨울 초입이겠다. 나는 품속에 여름의 햇볕을 숨겨서 겨울의 삼엄한 경계를 통과할 것이고, 들키지 않고 사람으로 살아서 찬란한 이 나라 산하의 봄을 맞을 것이다. 나는 태양의 검열만 받겠다. 

 

 

너희는 나를 처단할 수 없다. 나를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은사시나무나 상수리나무 숲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숨과 쉼을 얻었고 양식을 얻었고 불을 얻었고 그늘을 얻었다. 그들은 나를 살게 했고 꽃 피게 했고 키워냈으니 내 목숨을 처분하고 결단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푸른 녹음뿐이다. 지구의 나무만이 나를 처벌할 수 있다. 

 

 

 

너희는 나를 체포할 수 없다. 나를 수색하고 구금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태어나 기본권으로 획득한 나의 자유뿐이다. 나의 자유가 나의 나태를 수색할 수 있고, 나의 자유가 나의 방종을 구금할 수 있고, 나의 자유만이 나의 불의를 체포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 사랑할 권리가 있고, 어디든 갈 자유가 있고, 언제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영장 없이 무법으로 가둘 수 있는 것은 너희의 망상이고 광기뿐이다. 

 

 

나는 반국가세력이다. 아침에 뉴스공장 방송을 청취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고, 점심에 친구를 만나 나라를 걱정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고, 저녁에 슬픈 시를 써서 유포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다. 오천백만 송이의 진달래가 산하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고, 체제전복을 꾀하는 대설이 북녘에서 밀려오는데 그것들을 영장도 없이 죄다 잡아들여 가둘 것인가. 대체 너희가 말하는 반국가세력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나는 너희가 아름답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너희가 정의롭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너희가 시를 알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나는 너희가 사람에 가깝기를 바란다. 다만 나는 너희가 모국어를 공부했기 바란다. 포고문일지라도 너희의 부모와 너희의 자녀가 읽고, 후세의 역사가 대대로 기록해 둘 글이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오천백만 국민을 위협하는 협박문을 포고한 너희가 석고대죄를 알겠느냐.

 

림태주 시인

IP : 210.222.xxx.250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59542 분양시장에도 한파가 부나봐요 2 ㅇㅇ 2024/12/10 1,680
    1659541 임성근 사단장을 윤과 김이 그렇게 보호할 때 뭔가 이상했어요 5 영통 2024/12/10 1,479
    1659540 김건희 다큐 개봉관이 어딘가요 3 거니꺼져 2024/12/10 820
    1659539 패키지 여행시 선택관광 안하기 가능한가요? 25 와글와글 2024/12/10 1,465
    1659538 국힘 김상욱 기자회견하네요 26 .... 2024/12/10 3,523
    1659537 연말 모임 계획대로 다 하고 있어요 1 불끈 2024/12/10 984
    1659536 내란동조자들 면상 보시죠! 2024/12/10 356
    1659535 일상글)소고기 냉장보관 5일째..괜찮을까요? 3 0 0 2024/12/10 659
    1659534 글라스락 패킹이 섞여서 관리가 안되요 3 ㅇㅇ 2024/12/10 619
    1659533 무국 끓일때는 무의 푸른 부분 넣는거죠? 6 2024/12/10 1,578
    1659532 윤석열은 강호순입니다. 4 ... 2024/12/10 1,408
    1659531 탄핵 되나봐요. 주식이 올랐네요 10 ... 2024/12/10 3,705
    1659530 일상글죄송) 노트북 연말행사 있을까요~? 9 부담 2024/12/10 316
    1659529 이번달 카드 선방하셨나요 5 산도 2024/12/10 1,110
    1659528 목요일 낮 집회하는 곳 알려주세요 4 분노맘 2024/12/10 289
    1659527 고대 낮공 vs. 한양대 높공 26 이시국에 죄.. 2024/12/10 2,536
    1659526 차량에 붙일 스티커 없을까요? 8 암환자 2024/12/10 595
    1659525 드럼통 허릿살 줄이고프면 3 운동 2024/12/10 866
    1659524 주가 폭등하는 이유? 19 오잉 2024/12/10 3,870
    1659523 북한 지령 직접 받는 간첩들이 국내 바글바글 57 ㅇㅇ 2024/12/10 2,506
    1659522 야밤의 포고령 ㄱㄴ 2024/12/10 397
    1659521 이재명 “사람들이 나를 ‘한국의 트럼프’ 같다고 해”…WSJ “.. 11 ... 2024/12/10 1,677
    1659520 전시상황을 위해선 일본도 있군요 4 ... 2024/12/10 559
    1659519 먹는 이야기)몽블랑제 타원형 치즈케이크는 있었다 없었다 하네요 3 ㅇㅇ 2024/12/10 388
    1659518 윤썩열 바보가 아니었어요 25 ㅇㅇ 2024/12/10 5,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