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덜도 한 때 다 MZ였음

쑥과마눌 조회수 : 1,748
작성일 : 2024-12-08 22:41:25

대학다닐 때, 강경대학생이 경찰에 의해 죽음을 당했습니다.

지금 생업에 바빴던 국민처럼, 취업준비에 바빴던 저랑 제 절친은

그날로 도서관대신 시위대로 나갑니다.

시위를 하던중에 배가 고파서, 시위대를 빠져나와 신촌 골목의 한 식당에 들어갑니다.

끼니때가 아니라, 식당은 널널했고, 우리는 밥이 나오자 먹느라 바빴는데,

어느 중년부부가 맥주를 반주로 늦은 점심을 하면서, 우리에게 조심스레 말을 겁니다.

학생들이 수고가 많다고..

우리 애도 여기 시위대에 온거 같아서 걱정되어 나왔는데..

인파가 어마어마해서 찾지는 못하고 이러고 있다고..딱 그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러시냐고 응대하고 밥을 허겁지겁 입에 몰아넣고, 계산하러 나왔는데,

식당아줌마께서 말씀하십니다.

아까 그 분들께서 학생들 밥값까지 계산하고 나갔다고.

 

저야 늘 바지를 입고다녀 그렇다고해도, 멋쟁이 제 친구는 바지가 없었습니다.

스콧트라고 겉에는 짧은치마에 안에는 반바지를 입고,

미스코리아 사자머리에, 핸드백은 크로스로 매고, 샬랄라 레이스 티를 입었더라죠.

저는 그때 우리가 엄청 어른인줄로만 알았는데,

그 시절 그분들 눈에 저와 제 친구가 어떻게 비췄을런지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지금 우리가 MZ를 보는 그 애틋함으로,

그 차림으로 최류탄이 난무하는 시위대를 나와서, 또, 배고프다고 처묵처묵하는 우리를 쳐다보았을..

그 마음이 제대로 이해되는 오늘입니다.

그들 손에 들린 반짝이는 응원봉을 탐내는 마음까지 더하여서 말입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나요?

그 말을 받고 더하고 싶네요.

비극인 일상마저 또 가까이서 보면, 

또, 희극, 비극, 기쁨, 슬픔, 웃김,기막힘...디테일한 감정들이 엄청 살아있습니다.

오늘도 살고, 지치지도 말고, 일상을 잡고 살아 봅시다.

IP : 96.255.xxx.19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쑥과마눌
    '24.12.8 10:43 PM (96.255.xxx.195)

    댓글마저 AI로 다는 반란의 힘은 각성하라!

  • 2. ..
    '24.12.8 10:50 PM (211.212.xxx.29)

    아..님 글을 읽으니 생동감이 느껴져요.
    그 날이 눈앞에 선연히 살아 숨쉬는 것 같아요.
    그 때도 지금도 국민으로 열심히 살고 계시네요.
    님의 일상도 응원합니다.

  • 3. ㅇㅇ
    '24.12.8 10:51 PM (39.7.xxx.20) - 삭제된댓글

    아까 뉴스에 누군가 '촛불은 금방 꺼진다'
    이 말 듣고 화가 나서 응원봉 들고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응원봉 들고 나온 친구들이 많은 걸
    보고 나만 정치에 관심 많은 게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대요

  • 4. ...
    '24.12.8 11:05 PM (182.229.xxx.41)

    글 잘 읽고 갑니다

  • 5. ...
    '24.12.8 11:39 PM (223.39.xxx.161)

    진짜 닉네임 못보고 글 먼저 봤는데
    쑥과마눌님 생각났어요 ㅎㅎ
    저혼자 친한척 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58450 총풍사건 보고 가실께요 3 ㄱㄴ 2024/12/08 1,145
1658449 9호선 안내방송 멋짐 미쳤다ㅡ펌 13 감동 2024/12/08 7,569
1658448 우덜도 한 때 다 MZ였음 4 쑥과마눌 2024/12/08 1,748
1658447 북한에서 총알 한발만이라도 날아오길 얼마나 학수고대 했을까요? 4 ..... 2024/12/08 1,403
1658446 한겨레 1면. Jpg 9 멋지네요 2024/12/08 3,299
1658445 국회의원 후원 4 이와중에 2024/12/08 989
1658444 문자행동 하시는 분들 참고사항 6 탄핵탄핵 2024/12/08 2,718
1658443 일상글) 주차하려는데 옆차에서 문을 열고 있다면 10 일상 2024/12/08 1,969
1658442 티비가 없고 유툽으로 조각조각 이라 범죄자들 4 ........ 2024/12/08 726
1658441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인물 3 dwg 2024/12/08 2,623
1658440 추미애 - 김용현의 애독서는 히틀러의 '나의투쟁'" 11 .. 2024/12/08 1,915
1658439 배현진 악다구니영상 10 ... 2024/12/08 4,664
1658438 수세미가 변기로 들어갔는데 괜찮을까요? 3 .. 2024/12/08 1,370
1658437 안농운아.. 1 저렴한 2024/12/08 877
1658436 원점타격요. 풍선 쏘라는게 아니고 12 ㅇㅇ 2024/12/08 3,237
1658435 상현아 재섭아 기억할게 6 ㅇㅇ 2024/12/08 1,867
1658434 본회의 전날 밤에 계엄 선포한 이유 10 .... 2024/12/08 5,230
1658433 안경 잠깐 쉬어가.. 2024/12/08 540
1658432 옥씨부인전 3화 합니다. 7 .. 2024/12/08 2,902
1658431 영어 문법 현재완료 문법 정확한 고수님들 16 영어 2024/12/08 1,297
1658430 내일자 한겨레 국짐 105명 얼굴이 1면이에요 5 ....... 2024/12/08 1,941
1658429 구의원 시의원은 국회의원의 수족 2 수족들엑 2024/12/08 1,028
1658428 김용현 최애 도서 9 뭐래 2024/12/08 2,635
1658427 경향신문 ‘내란죄’ 윤석열 탄핵 투표 불참한 국민의힘 105명[.. 6 라테향기 2024/12/08 2,490
1658426 국힘 김예지 의원 - BBC 코리아 인터뷰 23 감동 2024/12/08 5,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