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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에 어버버하면 그게 을사오적--3일밤의 간신들

... 조회수 : 600
작성일 : 2024-12-08 09:30:23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409773?sid=110

 

1905년 11월17일 고종 주재의 어전회의가 열렸다. 학부대신 이완용 등 8명의 대신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고종은 일본 측이 제시한 을사조약에 대해 ‘잘 협상하여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조약을 승인하면서 책임은 대신들에게 떠민 것이었다. 이날 저녁 일본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대궐로 들어와 8대신을 소집했다. 그는 어전회의 결과와 함께 8대신에게 일일이 찬반을 물었다. 참정대신 한규설과 탁지부대신 민영기, 법부대신 이하영 등은 반대했다. 이완용과 외부대신 박제순, 내부대신 이지용, 농상공부대신 권중현, 군부대신 이근택은 찬성했다. 찬성한 5명을 우리는 ‘을사오적’이라 부른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소집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를 포함해 총 11명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9명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통일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그리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 알려졌다. 이들 다수는 국회 답변에서 계엄발동에 대해 각각 우려와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처럼 주장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답변은 달랐다. 그에 따르면 그날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국무위원은 두어명에 불과했다.

사람은 살아가다 결정적인 순간에 직면할 때가 있다. 자리가 높은 사람은 본인의 결정적인 순간과 국가적으로, 역사적으로 결정적인 순간이 겹친다. 이때 어떤 처신을 하느냐에 따라 누구는 충신이 되고 누구는 간신이 된다. 혹은 을사오적이 된다.

그날 간절하게 대통령을 막아선 국무위원이 누구였는지 들은 것은 있지만 내가 직접 본 것이 아니므로 언급하지 않겠다. 그분들에게는 미안하다. 그러나 그날 대한민국 국무위원들의 평균 수준은 1905년 고종의 8대신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이상민 장관은 왜 대통령을 막지 못했느냐는 국회 질의에 “대통령을 어떻게 막느냐. 직위를 던지면 막아지느냐”고 했다. 그 자리에서 직위를 던져보기는 하고 그런 말을 하는가. 을사년에 한규설은 하다못해 이토 앞에서 울다가 졸도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날 국무위원 중 “이건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저는 역사의 공범이 되기 싫으니 국무위원에서 사퇴합니다”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슬픈 일이다. 그들이 간신이라서 슬픈 것이 아니다. 그들은 간신까지 갈 것도 없이 그 자리에 걸맞은 판단과 자존심과 용기가 없었다. 한국의 엘리트가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 슬픈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어버버하면 그게 을사오적이다. 간신이라서 을사오적이 아니고.

여기 슬픈 엘리트는 또 있다. 김용현 국방의 지시를 받아 병력을 동원했던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 특수전사령관 곽종근은 계엄이 실패한 직후 야당 의원 유튜브에 출연해 그날의 모든 상황을 낱낱이 고했다. 그 표정이 바짝 군기가 든 훈련병처럼 애처롭다. 누가 소리라도 지르면 울 것 같다. ‘저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고…정말 싫었는데…’ 이 말을 하고 싶은 걸 거다. 안다. 왜 모르겠나. 그래도 좀 군인답게 굴어주면 안 되겠나. 첫째 진짜 군인은, 특히 장군은 아무 명령에 복종하면 안 된다. 국가 이익과 헌법가치에 어긋나는 명령은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판단을 하라고 당신들 어깨에 별을 세 개씩이나 달아준 것이다. 둘째 군인은 징징대면 안 된다. 당신들 선배 중에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목숨 잃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라고 명령에 따른 것 외에 무슨 잘못이 있었겠나. 그래도 당신들처럼 징징대지는 않았다. 할 말이 있으면 유튜브 말고 군검찰에 나가서 하라. 당신은 군인들이다. 이 나라의 별들이 전부 당신들 같을까 걱정이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지시를 했다는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의 폭로는 충격적이다. 못지않게 충격적인 것은 그가 이 말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개인적으로 전했다는 사실이다. 이게 정보기관 최고 간부로서 맞는 처신인가. 사변에 준하는 일이 터졌는데 왜 공식 수사기관을 놔두고 정치인에게 이런 엄청난 얘기를 전하나. 그의 상관인 조태용 국정원장에 따르면 그는 ‘조 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로 상황을 설명할 것’을 건의했다고도 한다. 국정원이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해도 되는가. 이는 혹시 본인에게 씌워질 혐의를 두려워한 자구책인가. 그는 한동훈 대표외에 또 누구에게 이런 사실을 개인적으로 전했을까. 이토록 엄중한 시기에 국정원이 저렇게 흔들린다는 것은 혀를 찰 일이다. 역시나 슬픈 엘리트….

엘리트가 한 나라의 수준을 결정한다. 국무위원, 3성 장군, 정보기관 이인자는 엘리트 중에서도 톱클래스에 속한다. 12월3일 이후 그들이 보여준 실력과 수준은 우리를 몹시 슬프게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진짜 큰 잘못은 이런 수준의 인물을 요직에 앉힌 안목과 이해다. 그런 점에서 가장 슬픈 엘리트는 윤 대통령 자신이고.

IP : 125.240.xxx.20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12.8 9:32 AM (112.151.xxx.75) - 삭제된댓글

    어제가 또 재수없게 을사일

  • 2. ditto
    '24.12.8 9:34 AM (223.39.xxx.117) - 삭제된댓글

    이 글 좋네요
    저는 계엄령 상황도 상황인데 당시 나라에서 한 자리씩 한다는 인물들이 수준이 고작 저것 밖에 안되는가
    그리고 맘약애 만약이 정말 전쟁이 발생했다면 저들이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 싹다 국기 문란이고 나라 시스템이라는 게 없다는 게 낱낱이 밝혀진 밤이었다고 생각해요

  • 3. 삭제
    '24.12.8 10:05 AM (220.65.xxx.124)

    링크 클릭하니 삭제된 글이라네요.
    누구 짓인가!

  • 4. ㅎㅎㅎ
    '24.12.8 10:17 AM (125.240.xxx.204)

    복사해다 놓길 잘 했네요.

  • 5. ㅎㅎㅎ
    '24.12.8 10:18 AM (125.240.xxx.204)

    아..그럼 글쓴이 이름이 없어졌네요.
    노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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