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잠 설치고 아침에 깜빡 졸았다가 깼어요
원래 칼같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데 오늘 아침은 그냥 주저앉아 있어요
일도 공부도 손에 안 잡히고 누구 땜에 온 국민이 한밤중에 날벼락 맞고 잠 설치고 불안과 공포에 떨었던게 화가 나서요
그래도 아침부터 날아온 구청장님의 문자에 조금 마음이 달래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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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ㅇㅇ구청장입니다.
어제 늦은 밤부터 밤새 많은 분께서 걱정과 불안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셨을 듯합니다. 늦었지만 깊은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오늘 새벽 4시가 넘어 비상계엄이 해제되었습니다. 하지만 밤사이 많은 국민이 큰 공포를 느끼고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 점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해제와 관계없이 우려스러울 따름입니다. 계엄이 해제되었으나 비상상황을 겪은 사회적 불안은 쉽게 떨쳐내기 어려울 수 있을 뿐더러 앞으로도 국내외 정세에 여러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특히 걱정스럽습니다.
그럼에도 ㅇㅇ구는 차분히 제 자리에서 맡은 소임을 다하며, 구민 여러분께서 다시 일상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실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구청의 모든 업무 또한 오늘 변함없이 정상적으로 이뤄집니다. 감사합니다.
2024.12.4.
ㅇㅇ구청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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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말부터 아픈 배가 신경쓰여 오늘 아침 병원에 다녀왔어요
사실 새벽에는 사태가 심각해져서 병원도 닫는거 아닌가 걱정도 했었어요
원장님과 다른 의사 둘이 있는데 밤에 잠도 못자고, 오늘 병원을 열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하니 일보던 간호사들 여럿이 빨리 끌어내려야지 이래서 살겠냐고 맞장구치고
다행히 별 일 아니어서 나와서 약국에 갔는데 거기도 약사 둘이 계속 그 얘기
ㅁㅊ거 아니냐고, 밤새 애를 학교에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다고, 살다살다 별 일을 다 본다며 감옥에라도 넣어야 맘이 놓일거라고 조제실 뒤에 있는 사람과 열받은 목소리로 주고받고
속으로 끄덕끄덕하며 나왔어요
긴밤 지나고 피곤한 아침이지만 이런 아침이라도 있게 해주신, 가결에 참여한 국회의원들과 추운 밤 국회 앞에서 나라를 지켜주신 시민분들께 감사드려요
새삼 나라를 망하게도 일어나게도 하는건 국민의 손에 달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게 얻고 힘들게 가꿔온 나라를 무너뜨리게 두고 보지는 않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