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킥킥 웃었어, 형님이.

문득 조회수 : 3,338
작성일 : 2024-11-20 22:48:34

한해 재수한 스물한살 딸과

얼마전 끝냈던 수능과 논술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누던중.

이젠 발길끊은 시댁 큰형님에 대한

대화로 잠시 이어졌어요.

딸이 일곱살이 되도록

반지하 단칸방에서 살았을때

그 가난을 비웃으며 시동생에게도

제게도 정을 주지않던 나이많은

큰 형님이 있었어요.

그 형님은, 시부모님의 제삿날에도

명절에도 저를 부엌에 못들어오게

필사적으로 막아서,

딸아이와 함께 부엌 문지방밖에서

앉아있었어요.

그 자리가 가시방석과도 같았어요.

그 형님은 그런 저를 흘끔거리다가

킥킥 웃었어요.

창백하고 무표정한 나이많은

형님을 처음 본날에도 전 겁을 먹었고

풋내기애송이티가 숨길수없이

티가 나는 저는 그 부엌 문지방을 넘어가본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이렇게 사느니, 이혼하고 자유롭게

살아보겠다는 말을 남편에게 하고난뒤로, 전 그 집을 가지않게 되었고

시댁 먼어른의 장례식날, 마주친 그 형님께

인사를 드렸다가

한번도 오지않아 괘씸하다는 형님의 분노어린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했어요.

그냥 외면해버렸어요.

그 지나간 세월을 차분하게 설명할자신도, 들어줄 마음도 

없을것이라고 체념했으니까요.

그 사람은 내게 킥킥대었어. 엄마가 부엌문지방너머 앉아있는것을 알면서.

그랬더니, 딸아이가 엄마,

그 킥킥대었다는 사람, 올해 국어 수능에 나왔어

라고 폰속의 지문을 열어 보여주는데

허수경 시인의 혼자가는 먼길이란 시 전문이 나왔더라구요.

처음 보는 시였는데,

너무 길어서 다 옮길수는 없고.

당신..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것을 이만큼의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당신을 부릅니다..

중략...

당신..금방 울것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음식도 없이

맨술 한번 치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것을.

킥킥 당시 이쁜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수없는 

무를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나의 킥킥과 허수경시인의 킥킥.

똑같은 킥킥인데 

삶의 무늬가 다른것을 알면서도.

이상하게도 전 마음의 위안을 얻습니다.

 

IP : 58.29.xxx.18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11.20 11:11 PM (119.64.xxx.101)

    부엌에 못들어 오게 하면 큰형님 혼자 일했단 이야기인가요?

  • 2. ----
    '24.11.20 11:14 PM (211.215.xxx.235)

    음.. 저같으면 형님에게 왜 비웃었는지.. 확인하고 사과받을것 같아요. 부엌에는 왜 못들어오게 했는지. 아예 오지말라는 제스처였을까요?? 뭔가 애매하게 느껴져서 그 형님의 의도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 3. 원글
    '24.11.20 11:17 PM (58.29.xxx.183)

    부엌의 냉장고를 양팔벌려 가로막고 안돼!라고 하면서 서있기도 했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해요.
    신혼여행후 인사하러 갔던 그후로부터 14년동안, 그 부엌문지방을 넘어가본적이 없어요.
    그 형님과 딸이, 함께 음식을 장만하고 설거지를 하고, 나중엔 며느리가 들어와
    일손을 도왔으나 저는 이방인처럼 그 문지방을 절대 넘지못했어요.
    왜냐면,
    남편이 시부모님이 고등학생때 돌아가신이후로, 누나따라 서울로 가기전까지 3년동안
    같이 사는동안 겉돌며 지냈거든요. 고등학교도 이미 고1이 되고 봄이 가기전에 중퇴했다는것을 결혼후 몇년지나 알았어요. 농사일을 거들게 하느라 수업료를 아무도 내주지 않았거든요.

  • 4. ㅇㅇ
    '24.11.20 11:23 PM (112.166.xxx.124)

    형님은 가난한 원글님네가 뭐라도 공짜로 가져갈까봐 그런 듯....
    에궁 힘드셨겠어요 토닥토닥

  • 5. ..
    '24.11.20 11:23 PM (73.195.xxx.124) - 삭제된댓글

    보통은 가정부처럼 혼자만 일 시켜서 문제라여겼는데
    아예 부엌에 못들어가게 하면 감사하죠.
    (손님처럼 있다 오면 안되나요???)

  • 6. ----
    '24.11.20 11:26 PM (211.215.xxx.235)

    햐...정말 못된 형님이었네요. 원글님 부부가 받은 상처와 모멸감이 이제 이해되었어요.

  • 7. 독서 좋아하심?
    '24.11.21 12:51 AM (211.234.xxx.53) - 삭제된댓글

    문장이 좀 특이하신 편

  • 8. 111
    '24.11.21 7:42 AM (121.165.xxx.181)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요.
    원글님, 쉽지 않겠지만 잊고 행복하게 사세요.
    저 지문은 재수생 아들이 얘기해줘서 저도 들었어요.
    난해해서 틀렸다고 해요 ㅎㅎ ㅠㅠ
    원글님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 9. 원글
    '24.11.22 6:33 AM (58.29.xxx.183)

    이제 수능 지문은 어디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일이에요,
    이번엔 국어가 쉽게 출제되었다는데
    우리애도 어려웠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24958 케타민 마취 부작용 3 2025/06/12 1,010
1724957 모기한테 물렸는데 가려워 미칠 것 같아요 18 시골꿈꾸기 2025/06/12 1,958
1724956 혼주가 도지원 스탈이라면 한복 양장 뭐가 어울릴까요 20 혼주 2025/06/12 2,423
1724955 살짝 비가오는데요 4 오늘 2025/06/12 1,535
1724954 15년된 벽걸이에어컨 청소 셀프로 가능할까요? 6 걱정 2025/06/12 1,175
1724953 위내시경 2 2025/06/12 765
1724952 강화도 인간들은...밤새 저런소리를 듣고도 2번을 찍네 17 ..... 2025/06/12 3,508
1724951 ㅋㅋ G7초청이 회원국도 초청국도 아닌 참관국으로 초청 46 Fty 2025/06/12 5,279
1724950 물리학과 vs 신소재공학과? 6 2025/06/12 1,244
1724949 세라믹팬도 잘 들러붙네요 4 2025/06/12 573
1724948 외국인친구 부모님 선물고민입니다 6 고민 2025/06/12 704
1724947 못받은 알바월급 1 알바 2025/06/12 1,023
1724946 댕댕이가 답답해서 뒤통수 치는 고양이 ㅎㅎ 2 귀염 2025/06/12 1,791
1724945 김수현 두둔하는건 아니고 23 ... 2025/06/12 2,963
1724944 일본 난카이 대지진이 일어나면 폭망하겠네요 10 2025/06/12 4,933
1724943 irp계좌 문의 1 ... 2025/06/12 1,016
1724942 마카로니 샐러드가 맛있나요? 8 ㅇㅇ 2025/06/12 1,404
1724941 "대선 결과, ... 망연자실" 기도 중 울먹.. 38 ㅅㅅ 2025/06/12 20,473
1724940 진짜 공짜면 그렇게도 좋은거에요? 4 궁금 2025/06/12 1,119
1724939 랄랄 성형외과 실장 빙의..웃고가세요 .,.,.... 2025/06/12 1,149
1724938 명상관심있으신분들 실시간 스님들 정진하시는것 따라해보시려면 2 솔솔 2025/06/12 557
1724937 아이와 외식하는데 5 2025/06/12 2,271
1724936 오늘 맛있게 먹은 점심 메뉴는 4 점심 2025/06/12 2,233
1724935 이즈니 버터 나이프 증정행사해요 2 .. 2025/06/12 3,021
1724934 기초연금 못 타는 분들 억울하지 않으세요? 25 간호조무사 2025/06/12 5,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