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잘근잘근 무방비로 당한 적이 있는데
20년이 넘어도 잊혀지기는 커녕
갱년기 되니 더 세세히 기억이 나요
그 날 입었던 옷 바른 립스틱 신발 백 장소
상황과 대조적으로 창가로 비치는 햇살과
식어가는 커피와 흰 찻잔에 드리워진 그림자 경쾌한 클래식 음악
제일 중요한 비수를 꼽는 말말말 들
아주 나직한 목소리로 우아하게 표정 하나 찡그림 없이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이 저에게 쉬지 않고
미리 단단히 준비를 했는지 매끄럽게 떨림도 없이 했었죠
니까짓거는 이런 말 들어도 되지 않나 하는 오만방자교만한 눈빛도 기억이 나요
요즘 들어 새록새록 더 기억이 나서 얼굴 벌개지며 분노 솟구치는 이유는 뭘까요
아직도 서류상으로는 엮여 있어서 언젠가는 한 번은 마주쳐야 해서일까요
아니면 의도치 않아도 누구를 통해서든 근황을 알 수 밖에 없어서 일까요
그 사람 입에 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조차도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