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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교수 시국 선언문. 명문이네요.

조회수 : 3,361
작성일 : 2024-11-17 09:02:16
경희대학교 교수 및 연구자 226명의 시국선언문입니다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나는 매일 뉴스로 전쟁과 죽음에 대해 보고 듣고 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 전쟁에 연루되려고 하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평화와 생명, 그리고 인류의 공존이라는 가치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가치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역사의 아픔이 부박한 정치적 계산으로 짓밟히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보편적 인권과 피해자의 권리를 위해 피 흘린 지난하면서도 존엄한 역사에 대한 경의를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여성과 노동자와 장애인과 외국인에 대한 박절한 혐오와 적대를 본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사회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첫 강의에서 출석을 부르다가, 대답 없는 이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지 못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학생의 안녕을 예전처럼 즐거움과 기대를 섞어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안타까운 젊은 청년이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어도, 어떠한 부조리와 아집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알지 못한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군휴학을 앞두고 인사하러 온 학생에게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고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격려하지 못한다.
 
나는 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생이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팔다리가 번쩍 들려 끌려나가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우리의 강의실이 어떠한 완력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절대 자유와 비판적 토론의 장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파괴적 속도로 진행되는 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두 학기째 텅 비어있는 의과대학 강의실을 보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 교육의 토대가 적어도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탱되기에 허망하게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수많은 격노를 듣는다. 잘못을 해도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격노의 전언과 지리한 핑계만이 허공에 흩어진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잘못을 하면 사과하고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존중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가 무너지며 공정의 최저선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고 듣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공정을 신뢰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보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신뢰와 규범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규범을 지키는 것이 공동체 유지의 첩경이라 말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수많은 거짓을 목도한다. 거짓이 거짓에 이어지고, 이전의 거짓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진실을 담은 생각으로 정직하게 소통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말의 타락을 보고 있다. 군림하는 말은 한없이 무례하며, 자기를 변명하는 말은 오히려 국어사전을 바꾸자고 고집을 부린다. 나는 더 이상 강의실에서 한 번 더 고민하여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말을 건네고 서로의 말에 경청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하루하루 부끄러움을 쌓는다. 부끄러움은 굳은살이 되고, 감각은 무디어진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나는 하루하루 인간성을 상실한 절망을 보고 있고, 나 역시 그 절망을 닮아간다.
어느 시인은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하지만 그는 그 절망의 앞자락에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리라는 미약한 소망을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두었다.
 
나는 반성한다. 시민으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나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나는 취약한 사람이다. 부족하고 결여가 있는 사람이다. 당신 역시 취약한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는 취약하기 때문에, 함께 목소리를 낸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인류가 평화를 위해 함께 살아갈 지혜를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역사의 진실 앞에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모든 사람이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갖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배려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이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럼없이 표현할 권리를 천명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우리가 공부하는 대학을 신뢰와 배움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잘못을 사과하는 윤리를 쌓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신중히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정한 규칙을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서로를 믿으면서 우리 사회의 규칙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진실 앞에 겸허하며, 정직한 삶을 연습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존중과 신뢰의 말을 다시금 정련하고 싶다.
 
우리는 이제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며,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면서 만들어갈 우리의 삶이 어떠한 삶일지 토론한다.
 
우리는 이제 폐허 속에 부끄럽게 머물지 않고, 인간다움을 삶에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말과 현실을 발명하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낸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하며,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고, 무지와 무책임으로 제멋대로 돌진하는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2024.11.13.
 
경희대학교 ·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연구자
강내영, 강성범, 강세찬, 강신호, 강윤주, 강인욱, 고봉준, 고 원, 고인환, 고재흥, 공문규, 곽봉재, 구만옥, 구철모, 권순대, 권영균, 권현형, 김경숙, 김광표, 김기국, 김남일, 김대환, 김도한, 김동건, 김만권, 김미연, 김선경, 김선일, 김성용, 김성일, 김세희, 김수종, 김숭현, 김승래, 김승림, 김양진, 김원경, 김윤철, 김은성, 김은정, 김은하, 김일현, 김재인, 김종인, 김주희, 김준영, 김종곤, 김종수, 김종욱, 김종호, 김지형, 김진해, 김진희, 김태림, 김홍두, 김효영, 김혜란, 노상균, 노지영, 문 돈, 문지회, 민경배, 민관동, 민승기, 민유기, 박상근, 박성호, 박승민, 박승준, 박신영, 박신의, 박원서, 박윤영, 박윤재, 박정원, 박종무, 박증석, 박진빈, 박진옥, 박찬욱, 박환희, 백남인, 서덕영, 서동은, 서보학, 서유경, 서진숙, 석소현, 성열관, 손보미, 손일석, 손지연, 손희정, 송병록, 송영복, 신동면, 신자란, 신현숙, 안광석, 안병진, 안현종, 양정애, 엄규숙, 엄혜진, 오태호, 오현숙, 오현순, 오흥명, 우정길, 유승호, 유영학, 유원준, 유한범, 윤재학, 은영규, 이관석, 이기라, 이기형, 이명원, 이명호, 이문재, 이민아, 이봉일, 이상덕, 이상원, 이상원, 이선이, 이선행, 이성재, 이순웅, 이승현, 이영주, 이영찬, 이윤성, 이은배, 이은영, 이재훈, 이정빈, 이정선, 이종민, 이종혁, 이진석, 이진영, 이진오, 이진옥, 이찬우, 이창수, 이해미, 이효인, 임승태, 임우형, 임형진, 장문석, 장미라, 전중환, 정 웅, 정의헌, 정지호, 정진임, 정태호, 정하용, 정환욱, 조대희, 조민하, 조성관, 조세형, 조아랑, 조정은, 조진만, 조태구, 조혜영, 지상현, 지혜경, 진상욱, 진은진, 차선일, 차성연, 차웅석, 차충환, 천장환, 최서희, 최성민, 최원재, 최재구, 최정욱, 최지안, 최행규, 하선화, 한기창, 한미영, 한은주, 허성혁, 호정은, 홍승태, 홍연경, 홍윤기, 무기명 참여 30명, 총 226명

 

2024.11.13

IP : 112.166.xxx.70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4.11.17 9:05 AM (112.166.xxx.70)

    나의 문제를 우리의 힘으로. 사람은 내 문제가 아니면 관심과 인식이 없습니다. 지금의 윤석렬 정권이 만든 문제는 남이 아닌 내 문제죠. 이런 문제는 내 힘만으로는 해결 못합니다. 우리의 힘이 필요하죠.

  • 2. ..
    '24.11.17 9:10 AM (39.7.xxx.49)

    진짜 가슴을 울리는 명문이죠!

  • 3. 맞아요.
    '24.11.17 9:14 AM (123.111.xxx.222)

    매불쇼였나, 백윤기의 정치1번지였는지
    어느 정치평론가가 경희대교수 시국선언문이
    명문이라며 꼭 읽어보시라고 했는데
    정말이네요.
    우리의 힘을 합칠 때 입니다.

  • 4. ....
    '24.11.17 9:15 AM (116.37.xxx.13)

    감동적인글이네요.
    경희대 교수님들 존경스럽습니다.
    시국선언에 동참하신 모든 대학 교수님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험악한 시절에 다시 희망의 등불을 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촛불을 듭시다

  • 5. 맞아요
    '24.11.17 9:24 AM (211.234.xxx.93)

    진짜 가슴을 울리는 명문이죠! 222

  • 6.
    '24.11.17 9:24 AM (1.235.xxx.57)

    지성인의 양심이 살아 있는 글이네요.

  • 7. 감동!
    '24.11.17 9:31 AM (218.39.xxx.130)

    가슴을 울리는 명문 33333


    고맙네요.

  • 8. 시국힘들긴하네요
    '24.11.17 9:33 AM (175.124.xxx.136)

    경희대 대단합니다

  • 9. 간만에
    '24.11.17 9:38 AM (122.32.xxx.68)

    가슴을 울리는 글을 봅니다.
    여당도 결단을 내리고,
    2년전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기를.

  • 10. 명문
    '24.11.17 9:41 AM (210.178.xxx.242)

    대단한 글입니다 .
    몇번이고 읽어 봤어요

  • 11.
    '24.11.17 9:59 AM (125.240.xxx.204)

    모골이 송연한 기분이 이런 거군요...ㅠㅠ

    이번 정권은 정말 일상까지 산산히 부서지는 기분입니다.

  • 12. ...
    '24.11.17 10:05 AM (218.209.xxx.148)

    잘 읽었습니다
    휴일날 아침 방금 정준희100분토론 진행자의 글을 읽었는데 이 선언문도 명문이네요
    이토록 합리적인 지성도 많은 나라인데 어떻게 이지경이 된건지 믿어지지가 않아요

  • 13. !!!!!
    '24.11.17 10:10 AM (182.224.xxx.212)

    정말 핵심을 잘 이끌어낸 명문이네요.
    진짜 교사님들이나 교수님들이 느끼셨을 비애가 전해옵니다.
    이 나라 최고의 자리에 앉은 이가 매일 거짓을 말했다 들통나고 책임을 회피하고 본분을 망각한 행동을 반복할 때 저도 정말 자라나는 아이들이 걱정됩니다.

  • 14. 감동
    '24.11.17 10:27 AM (114.202.xxx.250)

    감사하네요

  • 15. djawl
    '24.11.17 10:30 AM (59.11.xxx.27)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습니다
    부디 이 폐허가 어서 종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 16. ….
    '24.11.17 11:27 AM (59.30.xxx.66)

    가슴을 울리는 명문 4444

  • 17. ㅣㄴㅂ우
    '24.11.17 11:33 AM (221.147.xxx.20)

    와 정말 그렇네요
    나이든 사람으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
    시위 나가야겠어요

  • 18. 그야말로
    '24.11.17 11:37 AM (122.43.xxx.66)

    감동이었어요.격문이네요..시일야방성대곡......

  • 19. ...
    '24.11.17 2:12 PM (223.39.xxx.33)

    감동이네요 널리널리 알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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