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사찰의 저녁예불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예불은 처음이었는데 그 절에서는 저녁에 촛불만 켜놓고 예불을 드리더군요.
잘 몰라서 옆사람을 따라했습니다.
사찰의 저녁 종소리를 듣고
스님의 목탁소리와 염불소리를 들으며
내 몸을 가장 낮춘다는 절을 몇 번 하고 나오니 해가 저물어 있었습니다.
신비한 체험 같은 것에 호기심은 있지만 크게 믿지는 않습니다. 그런 체험을 해본 적도 없고요.
불교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종교적 체험보다는 철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제가 수긍하고 끌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예불을 하고 난 후에
자고 일어난 그 다음 날부터
어쩐지 제 영혼이 맑게 씻긴 느낌이었습니다.
정화되었다는 상투적인 말을 체험한 것 같아요.
맑아졌다, 깨끗이 씻겨졌다, 그래서 마음이 투명하고 가벼워졌다 그런 느낌인 거죠.
그런데 이게 객관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음이 깨끗이 씻겨져서 산 속의 새벽공기처럼 투명해졌다는 걸 어떻게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런 마음이 좋아요.
그래서 이 마음으로 계속 살아가고 싶어요.
이런 것도 종교적 체험이 되는 것인지,
이렇게 인연이 닿아 앞으로의 내 삶이 조금은 더 깨끗하고 투명하고 가벼워지는 것인지..
아무 것도 모르겠으나 이 "좋음"을 잃지 말고 어떤 식으로든 정진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때 저에게 예불에 참여하자고 손을 내밀어 주신 두 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사실 그분들도 아무 생각이 없었을 거예요.
그냥 제가 거기에 있으니 같이 들어가자고 했을 뿐.
그러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