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경희대 교수·연구자 226명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 [전문]

......... 조회수 : 1,352
작성일 : 2024-11-13 15:20:24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67176.html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나는 매일 뉴스로 전쟁과 죽음에 대해 보고 듣고 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 전쟁에 연루되려고 하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평화와 생명, 그리고 인류의 공존이라는 가치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가치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역사의 아픔이 부박한 정치적 계산으로 짓밟히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보편적 인권과 피해자의 권리를 위해 피 흘린 지난하면서도 존엄한 역사에 대한 경의를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여성과 노동자와 장애인과 외국인에 대한 박절한 혐오와 적대를 본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사회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첫 강의에서 출석을 부르다가, 대답 없는 이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지 못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학생의 안녕을 예전처럼 즐거움과 기대를 섞어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안타까운 젊은 청년이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어도, 어떠한 부조리와 아집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알지 못한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군휴학을 앞두고 인사하러 온 학생에게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고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격려하지 못한다.

나는 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생이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팔다리가 번쩍 들려 끌려나가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우리의 강의실이 어떠한 완력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절대 자유와 비판적 토론의 장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파괴적 속도로 진행되는 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두 학기째 텅 비어있는 의과대학 강의실을 보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 교육의 토대가 적어도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탱되기에 허망하게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수많은 격노를 듣는다. 잘못을 해도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격노의 전언과 지리한 핑계만이 허공에 흩어진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잘못을 하면 사과하고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존중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가 무너지며 공정의 최저선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고 듣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공정을 신뢰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보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신뢰와 규범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규범을 지키는 것이 공동체 유지의 첩경이라 말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수많은 거짓을 목도한다. 거짓이 거짓에 이어지고, 이전의 거짓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진실을 담은 생각으로 정직하게 소통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말의 타락을 보고 있다. 군림하는 말은 한없이 무례하며, 자기를 변명하는 말은 오히려 국어사전을 바꾸자고 고집을 부린다. 나는 더 이상 강의실에서 한 번 더 고민하여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말을 건네고 서로의 말에 경청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하루하루 부끄러움을 쌓는다. 부끄러움은 굳은살이 되고, 감각은 무디어진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나는 하루하루 인간성을 상실한 절망을 보고 있고, 나 역시 그 절망을 닮아간다.

어느 시인은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하지만 그는 그 절망의 앞자락에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리라는 미약한 소망을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두었다.

나는 반성한다. 시민으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나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나는 취약한 사람이다. 부족하고 결여가 있는 사람이다. 당신 역시 취약한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는 취약하기 때문에, 함께 목소리를 낸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인류가 평화를 위해 함께 살아갈 지혜를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역사의 진실 앞에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모든 사람이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갖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배려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이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럼없이 표현할 권리를 천명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우리가 공부하는 대학을 신뢰와 배움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잘못을 사과하는 윤리를 쌓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신중히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정한 규칙을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서로를 믿으면서 우리 사회의 규칙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진실 앞에 겸허하며, 정직한 삶을 연습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존중과 신뢰의 말을 다시금 정련하고 싶다.

우리는 이제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며,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면서 만들어갈 우리의 삶이 어떠한 삶일지 토론한다.

우리는 이제 폐허 속에 부끄럽게 머물지 않고, 인간다움을 삶에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말과 현실을 발명하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낸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하며,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고,

무지와 무책임으로 제멋대로 돌진하는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2024.11.13.

경희대학교 ·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연구자

IP : 119.69.xxx.20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짝짝짝
    '24.11.13 3:23 PM (182.229.xxx.41)

    SKY도 조만간 참여하기를 바래봅니다

  • 2.
    '24.11.13 3:23 PM (58.140.xxx.20)

    김민전 봤니?

  • 3.
    '24.11.13 3:26 PM (222.104.xxx.99)

    감탄이 나오는 명문입니다. 역시 교수님들이시네요.

  • 4. ...
    '24.11.13 3:32 PM (211.39.xxx.147)

    김민전 봤니? 2222222222222222

  • 5. 오수0
    '24.11.13 3:52 PM (125.185.xxx.9)

    안그래도 시국선언 전문 보고 넘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 6. 우리독도
    '24.11.13 3:53 PM (58.123.xxx.102)

    지금 나라 안팎으로 시국선언 엄청나네요. 힘냅시다!

  • 7. ..
    '24.11.13 4:09 PM (39.7.xxx.14)

    새삼 눈물이 터지네요.
    교수님들, 연구자분들 고맙습니다!

  • 8. 그게참
    '24.11.13 4:15 PM (122.43.xxx.66)

    가슴이 터질 듯한 그런 글이네요...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게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그리 특별하지도 장엄하지도 않은데..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사랑을 평화를 공존을 얘기하고픈 세상일진대.

  • 9. .....
    '24.11.13 4:25 PM (112.153.xxx.77)

    광장으로 바로 뛰쳐나가고 싶은 글입니다. 눈물납니다

  • 10.
    '24.11.13 4:37 PM (222.236.xxx.112)

    동창이 경희대 교수인데, 명단에 없네요. 으이구 ㅠ

  • 11. 지지합니다
    '24.11.13 6:52 PM (125.134.xxx.38)

    !!!!!!!!

  • 12. 시고 문학인
    '24.11.14 5:07 AM (174.254.xxx.172)

    선언문!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명문이라 오랜만에 82 에
    글 쓸려고 왔는데 ㅎ 이미
    올려주셨네요.
    이런 글을 읽고나면
    서명하지 않을 수 없을 듯..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45778 해외입주도우미 3 해외입주도우.. 2024/11/13 1,466
1645777 카카오 선물쿠폰 유효기간지나면요 4 2024/11/13 1,134
1645776 인천시교육청,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 장학사 징계 검토 4 ㅇㅇ 2024/11/13 2,201
1645775 시대의 현자 마광수_나도 못생겼지만 40 ... 2024/11/13 4,132
1645774 걸어서 십분거리 학교 시험배정 받았는데 따라갈려니.. 9 수능 2024/11/13 1,650
1645773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선공개 5 ........ 2024/11/13 2,872
1645772 선볼때 명품하고 나감 마이너스인가요? 19 .. 2024/11/13 3,241
1645771 남편하고 부부싸움하고 궁합을 봤는데 저보고 바람피래요 14 세상에 2024/11/13 4,928
1645770 말이 안통하는 지인 5 진짜 2024/11/13 2,590
1645769 수육했는데 밤새 베란다에 내놔도 돼요? 4 .. 2024/11/13 1,071
1645768 주저리 주저리 1 함부러좌절금.. 2024/11/13 390
1645767 초등수학 답이 뭐가 맞아요? 6 나한테 수학.. 2024/11/13 1,005
1645766 머리가… 이 증상은 뭘까요? ㅇㅇ 2024/11/13 903
1645765 김장 가스라이팅인지 9 2024/11/13 2,846
1645764 (펑) 9 문의 2024/11/13 1,985
1645763 한강작가 가족이 한강 작은아빠와 의절한 이유 46 ㅇㅇ 2024/11/13 29,379
1645762 이거 죄책감 때문 맞죠? 5 Save .. 2024/11/13 1,251
1645761 요즘 반코트 드라이비 얼마 정도 하던가요. 3 .. 2024/11/13 1,367
1645760 저만 주식 비트코인 아무것도 안하나요? 28 ㅇㅇ 2024/11/13 5,357
1645759 사이즈 안 맞아 못쓰는 스텐 배수구망 4 ... 2024/11/13 1,244
1645758 국장 악재는 대통령과 그 부인일까요? 17 아니아니 2024/11/13 1,871
1645757 수육 자주 먹으면 나쁘지 않다면 돼지고기는 영양에 좋을까요? 3 돼지고기 2024/11/13 1,641
1645756 11/13(수) 마감시황 2 나미옹 2024/11/13 628
1645755 내일 수능에 마스크도 필요해요? 5 123 2024/11/13 1,535
1645754 김건희 특검 서명 주소입니다^^ 22 저녁 2024/11/13 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