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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깔끔하고 부지런한 남자와 결혼했는데 행복하네요.

^^ 조회수 : 4,246
작성일 : 2024-11-05 11:15:30

저는 정리정돈도 잘 못하고, 잠도 많고, 특히 프리랜서 일을 오래 해서 아침에는 거의 자고 12시 다 돼서야 일어나곤 했어요. 남편과는 정말 짧은 연애를 하고 결혼했는데 처음에 남편 오피스텔에 가보고는 솔직히 좀 겁이 났어요. 정말 모든 물건들이 너무너무 반듯하게 정리돼 있고, 무슨 호텔처럼 깔끔한 거예요. 정리안된 저희집을 보여주기 싫어서 저 혼자 자취하는데도 정말 남편을 집에 못 오게 하고 주로 남편집에서 데이트를 했어요. 저랑 같이 있다가도 새벽 5시면 일어나서 1시간 운동을 하고 출근하더라구요. 

 처음에 결혼을 한 후에는 좀 고단했어요. 워낙 깔끔하고 정리정돈이 안되면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저는 노력을 하는데, 그래도 남편눈에는 거슬리고 정리 안된 부분이 많았겠죠. 집에 있는 물건 또 샀다고 지적 받으면 서러울 때도 있었구요. 하지만 저는 남편기준에 맞춰서 깔끔하고 부지런해 지려고 노력하고, 남편은 또 그런 저를 고맙게 여겨줬구요. 

  이제 결혼 4년차가 돼서 저도 정리정돈하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저도 깔끔하게 사는게 더 좋아졌어요. 남편은 작은 휴지하나도 대강 놓는 법이 없고, 지나간 모든 자리를 다 정돈해놓는 사람이거든요. 가끔 제가 늦게까지 약속이 있다가 집에 들어간 날에 화장대 서랍을 열어보면 화장품이 싹 정리돼 있거나, 부엌 찬장 속이 싹 정리돼 있죠. 정리도 분명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한다고 해도 남편이 정리하는 걸 절대 못 따라가요.  처음엔 대체 왜 욕실장 안 수건이 색상별로 분류돼 있어야 하는지 납득을 못해서 짜증이 날 때도 있었는데(보이는 것도 아니고욕실장 안에 있는건데) 그냥 하다보니 이제 저도 익숙하고 그게 편해요. 빨래도 선입선출 원칙에 의해서 정리정돈합니다.  남편한테 빨래 개는 법도 다 배웠죠. 우산 하나도 대충 접지 않고, 백화점에서 파는 우산처럼 반듯하게 예쁘게 접는 남자입니다. 저는 아직도 우산은 반듯하게 접는게 귀찮아요. 

 남편은 전날 회식이 있어서 술을 마신 날에도, 몹시 추운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새벽 5시면 일어나서 한 시간동안 운동을 하고 들어와요. 저는 오랫동안 비혼주의자였거든요. 늦게까지 술 마시고 들어와서 가족을 괴롭히던 아빠, 다음날엔 숙취로 물 떠오라고 엄마에게 소리지르던 모습, 어지러운 집안 그 모든 것들이 싫었고, 혼자 고요하고 자유롭게 사는게 좋았으니까요. 그냥 편하게 살지, 왜 늦게 결혼해서 고생하냐는 말도 들으면서 결혼했어요. 

  남편과 결혼하고 난 이후로는 저도 아침형 인간이 돼서 6시엔 일어나는데요. 일어나면 이미 남편은 운동하러 나가고 없고, 집안은 정말 호텔처럼 깔끔히 정리가 돼 있어요. 남편이 현관 안에 들여놓은 마켓컬리 박스 위에는 제가 개봉하기 좋도록 남편이 두고 간 가위와 칼이 올려져 있구요. 혼자였다면 아마 정리안 된 집에서 실컷 늦잠을 자고 더 자유롭게 하루를 시작했겠지만, 저는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이 좋아졌어요. 가끔은 저렇게 깔끔하고 부지런하고 매사에 철두철미한 남자가 어쩌면 저렇게 자기랑 다른 저에게 결혼하자고 했을까 신기하기도 했는데, 결론은 행복하네요. 행복하기까지 과정은 좀 힘들었지만요.

IP : 121.157.xxx.171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11.5 11:17 AM (211.218.xxx.194)

    깔끔하고 부지런하고 성격도 좋은 남자네요.

    깔끔떨다가 결혼하고 와이프한테 지적만 하는 사람도 얼마나 많게요.

  • 2. ...
    '24.11.5 11:18 AM (118.235.xxx.45)

    맞아요. 엉덩이 가벼운 남자가 최고에요.ㅎㅎ

  • 3. ..
    '24.11.5 11:20 AM (211.243.xxx.94)

    와..
    더더 풀어주세요.저도 깔끔쟁이로 살고 싶어요.
    일명 각잡는 남편이랑 사시는거죠.
    노홍철과..
    부부는 확실히 닮나봐요.

  • 4. ..........
    '24.11.5 11:20 AM (14.50.xxx.77)

    좋으시겠어요~

  • 5. ..
    '24.11.5 11:20 AM (175.212.xxx.141)

    제남편이 왜 거기에..

  • 6. 깔끔한
    '24.11.5 11:22 AM (118.235.xxx.140)

    사람과 살면서 닮아가지 않음 서로가 불행해요
    서장훈 같은 남자랑 결혼한 회사 직원 정신과 다니고 있어요

  • 7. 예쁜이
    '24.11.5 11:24 AM (121.135.xxx.93)

    서로 맞춰가며 사는거죠. 저희부부도 그래요.
    저는 올빼미형, 남편은 새벽형인간이라 새벽 5시 운동가요.
    남편이 정리는 잘해도 요리는 못해요. 음식은 제가 하고 설겆이는 남편이 하죠.
    필요한건 제가 시키고 남편은 정리를 하죠.
    구매는 제가 시공은 남편이… 저는 미리미리 준비해 놓는편이라
    갑자기 뭐가 필요하면 저한테 다 물어봅니다. 애들낳고 살림 많아지면 그냥 둘 다 내려놓고 편하게 살게되요. 이상 30년차

  • 8. 호호
    '24.11.5 11:27 AM (121.200.xxx.161) - 삭제된댓글

    저 그런 남자와 결혼했는데 남편이 포기하고 사는것 같아요.
    전 더럽진 않은데 정리정돈에 취약한 스타일.
    그래도 애들 내보내고 나니 깔끔해졌는데
    사들이는거 엄청 자제하고 있어요.
    물건사고 들이는 것 자제하니 어지르는 사람없고
    깔끔해져서 남편도 요즘은 흡족한 모양이에요.

  • 9. ..
    '24.11.5 11:33 AM (58.124.xxx.174)

    서로의 장단점을 알고 노력하는 두분.
    내면이 탄탄 하신 분들이네요
    지금처럼 서로 아끼고 이해하며 행복한 가정 이루세요~^^

  • 10. ...
    '24.11.5 11:43 AM (39.7.xxx.173)

    서로가 잘 만나셨네요^^ 두분 다 멋져요.

  • 11. 몬스터
    '24.11.5 12:40 PM (125.176.xxx.131)

    엉덩이 가벼운 남자가 최고에요.ㅎㅎ 222222

  • 12. 원글님 좋은 분
    '24.11.5 2:16 PM (180.66.xxx.11)

    남편분도 아주 좋은 분이지만, 남편분의 깔끔함과 부지런함을 불편해하지 않는 원글님도 좋은 분이세요. 보통 저런 경우 배우자의 청결함은 누리면서 배우자가 깔끔떨어서 피곤하다고 불평하거나, 자유롭고 되는 대로 사는 삶이 더 창의적이라고 주장하거나, 아무 생각없이 계속 어지르면서 사는데(즉, 달라질 생각이 없다는거죠) 원글님은 배우자의 고마움도 느끼도 자신의 변화도 추구하니 아주 좋은 분입니다.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상대방을 수용한다는거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 13. 원글
    '24.11.5 2:32 PM (121.157.xxx.171)

    아웅. 이렇게 따뜻한 답글 많이 달아주시고 답글 읽다 마음까지 따뜻해네요. 감사합니다^____^
    남편은 노홍철과, 서장훈과 맞구요ㅎㅎ 전 한 때는 sos에서 출연해도 될만큼 어지르고 살았는데 40넘어 결혼해서 이렇게 깔끔하게 살고 있는 제가 신기하긴 합니다.

  • 14. ...
    '24.11.5 8:28 PM (211.176.xxx.192)

    부럽네요.저도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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