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번아웃은 아니겠지만
번아웃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고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어요
그냥 늘어져 있다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른 채 책상에서 잠들 때가 많습니다.
기계적으로 하는 일들은 그래도 꾸역꾸역 하는데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에너지가 하나도 없는 느낌이에요.
예전엔 안 그랬는데 올해는 참 힘드네요.
어머니는 제가 작년 1년동안 아버지 간병을 했기 때문이라시네요
아버지가 루게릭병으로 3년 조금 안되게 투병생활하시다가 올해 초 돌아가셨거든요.
진단받고 처음 2년은 그래도 아버지가 어느정도는 움직이셔서 괜찮았는데
마지막 1년은 제가 직장 휴직하고 아버지 모셨어요.
어머니도 계시고 요양보호사도 있고
사실 제가 큰 역할한 건 아니에요
그냥 매달 10일정도 대학병원에 라디컷이라는 치료제 수액 맞으러 모시고 다니고
점점 몸 불편해지시는 것에 맞춰서 전동침대, 휠체어, 보행기 같은 의료용구 알아봐서 구매해드리고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추억 만들려고 어머니랑 같이 여행 다니고
아버지 옮길 때 힘이 필요할 때 힘 좀 쓰고 정도?
아버지 병이 깊어지면서 지나간 뒤에 후회하지 말고
딱 1년 효도하자는 생각으로 휴직했는데
오히려 불효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아버지한테 짜증도 많이 내고 신경질도 내고
그렇게 1년 가까이를 보내고 아버지를 떠나보내드렸는데
장례 치르고 복직하고 바쁘게 살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반년이 훌쩍 지났는데 아직도 가끔씩 아버지 생각이 나고
잘못해드린 게 생각나서 죄책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이 과정에서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썼기 때문일까요?
무기력하고 집중도 잘 안되고 그러는데
이거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