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너무 상투적이군요.
할 수 없어요.
머리가 굳어버려서 ㅠㅠ
이틀간 가족의 부재로 밥을 한번도 안했습니다.
덕분에 쌀 섭취를 한 번도 안했습니다.
라면, 치아바타, 냉동실의 떡, 원두커피, 믹스커피로 나만을 위한 음식으로 연명하고 살았더니 행복하더군요.
지긋지긋한 밥을 한번도 안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녁 즈음 밥이 먹고 싶더군요.
이왕 밥을 하는 김에 왕창해서 냉동실에 쟁이고 한공기만 김밥을 쌌습니다.
김밥이라고 하니까 거창해보이지만 거창한 재료가 있을리가요.
먹다 남겨 냉장고에 처박힌 스팸 한조각과 늘 있는 당근과 계란이 전부였어요.
저는 원래 완벽주의라 김밥을 쌀 땐 모든 재료를 구비하느라 늘 일이 큽니다.
그런데 내 입만 먹이면 되니까 딱 3개의 재료만 가지고 싸보기로 합니다.
계란 1개를 대충 풀어서 얇게 부쳐서 썰지 않고 둘둘 말아놓고, 당근을 채칼로 3분의1개만 프라이팬에 바로 채 갈고, 스팸 두툼하게 한조각만 썰어서 굽고 밥 양념해서 이 모든 재료를 준비해서 싸는데 10분이 안걸렸어요.
얼마나 맛있던지..
이제껏 갖은 재료와 온갖 정성으로 싸왔던 김밥보다 정말로 더 맛있었어요.
한줄 더 먹고 싶은 유혹이 너무나 강렬했지만 저는 이성적인 사람이니까 내일 또 해먹기로 했습니다 ㅠㅠ
내일 아침에 똑같이 또 해먹을거예요.
내일이 기대되어서 행복한 밤입니다
물론 지금 이토록 기분이 좋은건 김밥이 맛있어서인지 함께 곁들인 알콜 덕분인지 그건 알 수가 있지만 알아보기로 하진 않겠어요.
계란 스팸 당근만으로 김밥 싸 보세요.
정말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