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해뜨기 전 눈을 뜨고 어느 회원님이 올려주신 한강님의 ‘서시’ 소개글을 보게 되었어요 (눈뜨자마자 82ㅎㅎ)
제가 좋아하는 시인데 그분이 올려주셔서 제 머리 속에 다른 생각이 들어서기 전 아름다운 시로 머리를 맑게 씻고 아침을 시작할 수 있어서 참 감사했어요
주말 아침이라 출근의 압박없이 침대에서 느긋하게 딩굴거리던 옆자리 남편에게 “시 한편 읽어줄까?” 했더니 이과 남편은 “길어?”라고 묻길래 “아니”라고 답해줬어요
한강님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말투가 조곤조곤한 편인데 창밖의 해가 완전히 뜨기 전 하늘마냥 반쯤 깨인 목소리로 차분히 읽다보니 남편 들려주려고 읽었지만 저에게 읽어주는 시이기도 했어요
다 읽고 나니 남편이 “운명 말고 내 머리를 끌어 안아줘“라며 제 안에 파고 드네요 ㅎㅎ
올해 생일로 드디어 60대에 들어선, 머리 희끗한 남편이 저에겐 운명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듭니다
남편만 바라보는 여자라는 뜻이 아니라
저의 파란만장한 인생에 제 희노애락의 대상이기도 하고 때론 원인이기도 했던 사람이면서 한편으론 40년 가까이 제 인생의 부침과 미숙에서 성숙으로 가는 길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기도 해서요
죽을만큼 사랑한다고도 했다가 보기싫어 밀쳐내기도 했다가 내모습이 부끄러워 그로부터 도망가고도 싶었던
뭐 한강님의 크고 깊은 뜻과는 거리가 먼 얘기지만 새삼스레 성실 그 자체로 열심히 한눈 팔지 않고 살아온 남편이 남자나 아빠가 아닌 저와 같은 인간 대 인간으로 보이며 애틋함과 고마움과 미안함, 존경심마저 배어나와 이렇게나마 표현해 봅니다
누군가의 마음,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글의 힘이란…
다시한번 한강님께 감사드리고 아직 읽지 못한 혹은 두고두고 읽을 아름답고 깊은 글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축복이란 생각을 합니다
모두들 행복한 주말 아침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