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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 이야기

은하수 조회수 : 1,035
작성일 : 2024-10-12 11:04:20

 

엄마랑  한번도 밤새우며  
엄마가 살아온  이야기를 도란도란  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만약  엄마가  살아 돌아온다면  엄마옆에 누워 엄마손 꼭 잡고  엄마의 양담배 시절  겪은 많은  일들을 듣고 싶습니다.
공무원의 9남매 셋째로  태어나 일찍 시집간   언니 대신  집안의 큰말이 되어 
외할머니의 오른팔이었던  엄마. 엄마의 13살부터  20살까지 고단한삶을  엮어볼까합니다.

6.25 사변이 일어났을때  엄마는 13살이었어요.  외할아버지는  공무원 이셨는데  바람나서 첩과 살고 있었고  외할머니와 남매들은  꼼짝없이 굶어야할 날들이 많았어요.
그때  엄마가  할머니께 말했어요. 목에 매는  가판대  하나  만들어달라구요.
밑에는 비밀칸도  있는  
가판대를  만들어주자 목에 매고  13살 소녀는  담배를  팔러 나갑니다. 
어린소녀가  파는  담배는 
잘팔립니다. 아줌마들이나  소년들의 텃세도 있었지만 
13살 소녀를  일부러 기다렸다  사는 단골도  생겼습니다.  
아래 비밀칸에 들키면  무조건  경찰서 끌려가는  양담배도  숨겨놓고  팔았다고 해요.

장사시작한지  10달 
공무원월급 3배쯤  되는 돈을  매달  할머니께 생활비로  드릴만큼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렇지만 13살  소녀는  중학교에  가고  싶었습니다.

엄마  이제 장사 그만하고
중학교  갈래요.
그러자 할머니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동생들 학비랑  생활비 나올데가  없다 
중학교 가는대신  그냥 계속  담배 장사하면 안되겠니 하며
엄마 손을 잡고
중학교 포기를  애원하셨대요.

소녀는  중학 교복 입고  학교 가는대신 목판을  목에 매고 대구역 앞으로 매일  나갔어요.
그러다 전봇대에  붙여진
남산여중고 야간  모집  공고를 봤대요.
그날  목판을 집에두고 
남산여중  교장실 문을 두드리며 엄청 떨었다고 합니다. 벌써 4월이었으니까요.
선생님은  늦어도  상관없다
오늘 저녁부터  다녀라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그날로 군용담요를  사서  교복을  대충  만들어입고
엄마는 낮에는  담배팔이
저녁에는 야간 중학교 학생
야간 고등학교  학생으로
더 열심히  열심히 돈도 벌고 학교도  잘다녔다고 합니다.

엄마의  소녀시대는 
엄청  많이 달리기를 한 추억밖에  없었대요.
단속이 떴다하면
무조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어요.
엄마 목판에
엄마 식구들의 목숨줄이 달려있었으니까요.

엄마가 살아서
돌아오시면
옆에 누워
손 꼭잡고
13살  어린아이
식구 먹여살리려고 
기운차게  일어났던 용감한  아이한테  말해줄래요.  엄마  넘  고생많았어요.
앞으로도  제엄마로 
고생많으실꺼지만
그래도  65세  짧은생
보람되게 사실꺼예요.

어린양담배 팔이 소녀
우리 엄마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IP : 211.234.xxx.7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은하수
    '24.10.12 11:07 AM (211.234.xxx.70)

    이제 제나이가 엄마가 하늘나라 가신 나이랑
    비슷해졌어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엄마가 반대한 가난한집 장남과
    결혼한 딸이 오랜 세월이 지나
    엄마에게 보내는 사모곡입니다

  • 2. 미도리
    '24.10.12 11:19 AM (211.235.xxx.91)

    어머니는 정말 씩씩한분이셨네요~! 멋지세요~!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하셨는지~
    손뼉을 쳐드리고 싶어요~♡

  • 3.
    '24.10.12 11:25 AM (122.252.xxx.157)

    강인하고 씩씩한 분이셨군요
    원글님도 그런 어머님 닮아 용기있게 살아오신 분일거라 짐작되네요
    가부장적이지만 무능력한 남편 때문에 평생 홀로 가장으로 힘들게 살아오신 친정 엄마 생각에 울컥 합니다

  • 4. ㅇㅂㅇ
    '24.10.12 11:54 AM (182.215.xxx.32)

    어이쿠 눈물이나네요 ㅠㅠ
    대단한 분이세요..

  • 5. 흐흑
    '24.10.12 1:37 PM (1.236.xxx.93)

    눈물납니다ㅜㅜ

  • 6. 옹이.혼만이맘
    '24.10.12 1:46 PM (223.39.xxx.178)

    버스타고가다 글 읽는데 너무 눈물이나네요
    고단하고 대단했던 어머님이셨구요

  • 7. 괜찮아
    '24.10.12 2:19 PM (121.146.xxx.106)

    마음아파요ㅠ
    눈물이납니다

  • 8. 13세 소녀
    '24.10.12 2:29 PM (223.62.xxx.36)

    13세 소녀였던 어머니께 박수를 보냅니다.
    토닥토닥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 9. ..
    '24.10.12 7:02 PM (61.254.xxx.115)

    정말 강인하고 씩씩한 자랑스런 어머니네요 65세밖에 못사셨다는게 가슴이 아파요 ㅠ 정말 용감하고 대단하세요 존경할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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