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공지글을 읽고 저도 글을 한번 써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정치글이 하두 많아서 82를 잘 안보게 되는 원인이기도 했습니다만 저의 오랜 친구 82쿡을 외면할수 없기에 초보요양보호사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올해 24년 8월에 시험에 합격하여 자격증을 따고 10월 1일부터 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요양보호사입니다.
2005년 귀농후 19년을 농사만 짓다가 이제 5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뭔가 다른일을 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경력도 없는 우리 나이에 갈 만한 곳이 어디 있겠어요? 식당에서 일하는게 그나마 쉽게 취직을 할수 있는 일이죠.
그래서 학원을 다니고 백만년만에 공부하면서 시험을 치고 취직자리를 찾다가 요양원에 취직을 했습니다.
세상 처음 해보는 일이고 일반인들은 알지 못하는 요양원이라는 세계가 두렵기만 했습니다. 이제 겨우 2주밖에 되지 않은 초짜라 아직도 어리둥절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하면서 선배님이 시키는 일만 왔다갔다하는게 다인데도 엄청나게 몸이 피곤하답니다.
저는 등산을 오래 해온지라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는데도 진짜 피곤하더군요. 누우면 바로 기절입니다^^
그전에는 불면증이 있어 늦은 밤까지 잠을 잘 못잤는데 이제는 10시만 되면 완전 기절을 해서 자네요.
엊그제는 내 평생 처음으로 야간 근무를 했습니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중간에 조금 자긴 하지만 그게 제대로 자는 것도 아니니 거의 날밤을 세운거나 다름 없었지요. 아침에 퇴근하니 딴세상에 온듯 새로운 기분이더라구요.
요양원에 근무하면 누구나 드는 생각,
나의 미래구나...
서글픈 일입니다.
웃기는 얘기 하나 해줄께요.
요양원에서 제일 대접 못받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뚱뚱한 사람이에요.
혼자서 기저귀를 갈고 침대에 바로 눕히고 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덩치 크고 뚱뚱한 사람은 진짜 얼마나 무거운지 몰라요. 그런분 케어하고 나면 제 허리가 아작날거 같이 힘들고 땀이 뻘뻘 나거던요. 게다가 와상어르신들이라 축 쳐져서 꼼짝도 못하시니 휠체어에 한번 앉히려면 어휴~ 몇사람이 달라붙어도 겨우겨우 들수 있어요.
저도 한 덩치 하는 여자라 우짜든둥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답니다^^
이제 겨우 2주된 초보 요양보호사가 뭘 알겠어요?
근데요..
어르신들 손잡고 말도 안되는 말 들어주고 똥도 닦아주고 밥먹여드리고 옷입혀드리고 하는 모든 일들이 제 적성이 맞는거 같아요. 뒤늦게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은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어르신들보면 마음이 짠해요.
ㅎㅎ
오늘 오랜만에 들어와 주저리주저리..
제 새로운 세상살이에 대해 떠들었네요.
82쿡이 다시 예전의 정감있는 곳으로 돌아온거 같아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