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한강 작가의 시집

... 조회수 : 745
작성일 : 2024-10-12 09:38:40

한강 작가가 시로 먼저 등단했다는건 많이 알고 계실것 같아요. 소설의 문체가 뭔가 다른 소설가들과는 확실히 다른, 사라질듯 아름다운 무언가를 가까스로 붙잡고 있는 느낌이 드는것도 그래서인것 같아요

 

소설이야기는 많이들 하시니

제가 좋아하는 한강작가의 시를 하나 올려봅니다

한강작가의 시집도 추천합니다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집에서

IP : 122.35.xxx.17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24.10.12 10:04 AM (211.234.xxx.209)

    불안한 마음에 위로가 되네요ㅜㅡ
    예약 구매해서 기다리는 중인데 얼른 읽고 싶네요

  • 2. 위로
    '24.10.12 10:05 AM (118.235.xxx.158)

    원글님의 마음과 올려주신 시 한편에 잔잔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강 작가의 시집을 구해 볼게요. 가슴이 아파서 작가의 소설을 읽지는 못하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7273 라텍스 쿠션. 2 에브리데이 2024/10/12 189
1637272 금요일밤이 젤 좋지요 5 2024/10/12 558
1637271 고구마농사 6 그리우미 2024/10/12 795
1637270 날씨 좋네요. 1 레몬 2024/10/12 232
1637269 엄마, 장어국 1 기다려줘 2024/10/12 383
1637268 한강 작가의 시집 2 ... 2024/10/12 745
1637267 친정... 4 dd 2024/10/12 837
1637266 수지맞은우리 배우 8 수지 2024/10/12 2,072
1637265 이럴땐 어찌해야되나요? 2 야생화 2024/10/12 354
1637264 고춧가루 온라인 구매 괜찮은가요? 10 하이하이 2024/10/12 671
1637263 가을이 오니 우연히 본영상에서 쓸쓸함이 배로되네요.케빈코스트너에.. 2 .. 2024/10/12 432
1637262 한강의 섬세한 글, 세계에 알린 이 사람…번역가 데보라 스미스 5 ㅇㅇㅇ 2024/10/12 1,581
1637261 오랜만에 책을 읽었습니다. 4 봄비소리 2024/10/12 420
1637260 변비에 좋은 유산균 5 뭐가 좋을까.. 2024/10/12 610
1637259 고모보다 이모는 조카가 확실히 더 예쁜가요? 30 ㄴㅅ 2024/10/12 3,792
1637258 유럽가족여행 조언구해요 7 자유여행 2024/10/12 953
1637257 타파 지옥에 빠졌어요 7 .. 2024/10/12 1,748
1637256 다 컸는데 안 나가요'에서 지조라는 가수 어머니(특히) 아버지 .. 6 감사함으로 2024/10/12 1,560
1637255 절친 셋, 대만 여행 15 대만여행 2024/10/12 2,028
1637254 제가 통장인데요. 5 둥이맘 2024/10/12 1,129
1637253 친정같은 곳...82쿡 사랑합니다 3 게으름뱅이 2024/10/12 292
1637252 같이 있기 힘든 친구 ㅜㅜ 8 됐다야 2024/10/12 2,400
1637251 포장 알바갑니다 7 가을 2024/10/12 1,928
1637250 오늘밤에 설악산가요~ 2 힘내자 2024/10/12 517
1637249 결혼 예물 수리 ... 2024/10/12 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