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한강 작가의 시집

... 조회수 : 812
작성일 : 2024-10-12 09:38:40

한강 작가가 시로 먼저 등단했다는건 많이 알고 계실것 같아요. 소설의 문체가 뭔가 다른 소설가들과는 확실히 다른, 사라질듯 아름다운 무언가를 가까스로 붙잡고 있는 느낌이 드는것도 그래서인것 같아요

 

소설이야기는 많이들 하시니

제가 좋아하는 한강작가의 시를 하나 올려봅니다

한강작가의 시집도 추천합니다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집에서

IP : 122.35.xxx.17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24.10.12 10:04 AM (211.234.xxx.209)

    불안한 마음에 위로가 되네요ㅜㅡ
    예약 구매해서 기다리는 중인데 얼른 읽고 싶네요

  • 2. 위로
    '24.10.12 10:05 AM (118.235.xxx.158)

    원글님의 마음과 올려주신 시 한편에 잔잔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강 작가의 시집을 구해 볼게요. 가슴이 아파서 작가의 소설을 읽지는 못하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4636 처음으로 글 올려봐요 7 . 2024/10/12 380
1634635 초딩 아들의 계탄 날 5 ㅎㅎㅎㅎㅎ 2024/10/12 1,039
1634634 쿠팡플레이에 콜린퍼스의 오만과 편견 3 세아 2024/10/12 651
1634633 매일경제에 한강 작가님과의 서면인터뷰가 올라왔습니다. 9 물방울 2024/10/12 1,145
1634632 나이들어 다이어트 성공하려면 4 나를편하게 2024/10/12 1,266
1634631 실비있으면 도수치료 받는게 좋은가요? 6 2024/10/12 928
1634630 시칠리아 여행 관련 질문 받습니다. 14 .. 2024/10/12 713
1634629 블랙옷만 사게 돼요~ 14 ... 2024/10/12 2,460
1634628 서울, 찐하고 맛있는 초코케이크 어디서 구하나요? 4 578 2024/10/12 618
1634627 코스트코 꽃갈비살 4 llIll 2024/10/12 691
1634626 여성전용 찜질방, 팩 못하게하는건 흉해서 그런가요 3 ㅁㅁㅁ 2024/10/12 849
1634625 중동 이란은 지금 못들어가나요? 1 파란하늘 2024/10/12 464
1634624 2010년 가입했네요. 4 사랑해둥이 2024/10/12 220
1634623 3달동안 5키로 뺐어요 4 저도 2024/10/12 1,837
1634622 서울대 출신 물리학자의 자괴감.facebook 4 참담그잡채 2024/10/12 1,906
1634621 게시 글을 안 쓰면 권한이 축소된다 하여... 4 세라피나 2024/10/12 695
1634620 대학병원은 보험청구할 서류 뗄려면 3 보험 2024/10/12 378
1634619 BTS 진 슈퍼참치(방탄팬분만) 6 1111 2024/10/12 744
1634618 죽기전 자녀에게 증여 가능할까요? 4 ㅇㅇ 2024/10/12 1,221
1634617 저도 생존신고요,, 예전글 다시보기하다가... 1 2024/10/12 346
1634616 2006년도에 적극 동참 2024/10/12 174
1634615 피타브레드로 젤 간단하게 먹으려면???? 12 .. 2024/10/12 1,096
1634614 저 오늘 약간 사납습니다 39 사자인가 2024/10/12 4,962
1634613 고마운 82 4 그레이프 2024/10/12 466
1634612 펌) 인간 관계의 명언 2 ..... 2024/10/12 2,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