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한강 작가의 시집

... 조회수 : 828
작성일 : 2024-10-12 09:38:40

한강 작가가 시로 먼저 등단했다는건 많이 알고 계실것 같아요. 소설의 문체가 뭔가 다른 소설가들과는 확실히 다른, 사라질듯 아름다운 무언가를 가까스로 붙잡고 있는 느낌이 드는것도 그래서인것 같아요

 

소설이야기는 많이들 하시니

제가 좋아하는 한강작가의 시를 하나 올려봅니다

한강작가의 시집도 추천합니다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집에서

IP : 122.35.xxx.17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24.10.12 10:04 AM (211.234.xxx.209)

    불안한 마음에 위로가 되네요ㅜㅡ
    예약 구매해서 기다리는 중인데 얼른 읽고 싶네요

  • 2. 위로
    '24.10.12 10:05 AM (118.235.xxx.158)

    원글님의 마음과 올려주신 시 한편에 잔잔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강 작가의 시집을 구해 볼게요. 가슴이 아파서 작가의 소설을 읽지는 못하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3961 전세사기 주범 '가짜 부동산'…부동산 거래 '46%' 무등록 중.. 2 ㅇㅇ 2024/10/12 872
1633960 게시판이 따스하네요 6 여면가우 2024/10/12 506
1633959 어떻게 이름도 한강 8 ㅇㅇ 2024/10/12 1,234
1633958 소확행_행복템(살림살이) 16 .. 2024/10/12 1,809
1633957 이븐한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요? 7 ㅇㅇ 2024/10/12 905
1633956 백만년만에 자유부인이네요 1 hh 2024/10/12 451
1633955 간장 보관 1 가을 2024/10/12 270
1633954 쭈꾸미볶음에 대패삼겹 넣으려는데 질문 4 .. 2024/10/12 395
1633953 신발 ... 2024/10/12 202
1633952 처음으로 글 올려봐요 7 . 2024/10/12 388
1633951 초딩 아들의 계탄 날 5 ㅎㅎㅎㅎㅎ 2024/10/12 1,057
1633950 쿠팡플레이에 콜린퍼스의 오만과 편견 3 세아 2024/10/12 671
1633949 매일경제에 한강 작가님과의 서면인터뷰가 올라왔습니다. 9 물방울 2024/10/12 1,200
1633948 나이들어 다이어트 성공하려면 4 나를편하게 2024/10/12 1,305
1633947 실비있으면 도수치료 받는게 좋은가요? 6 2024/10/12 964
1633946 시칠리아 여행 관련 질문 받습니다. 14 .. 2024/10/12 742
1633945 블랙옷만 사게 돼요~ 14 ... 2024/10/12 2,478
1633944 서울, 찐하고 맛있는 초코케이크 어디서 구하나요? 4 578 2024/10/12 634
1633943 코스트코 꽃갈비살 4 llIll 2024/10/12 722
1633942 여성전용 찜질방, 팩 못하게하는건 흉해서 그런가요 3 ㅁㅁㅁ 2024/10/12 860
1633941 중동 이란은 지금 못들어가나요? 1 파란하늘 2024/10/12 479
1633940 2010년 가입했네요. 4 사랑해둥이 2024/10/12 234
1633939 3달동안 5키로 뺐어요 4 저도 2024/10/12 1,853
1633938 서울대 출신 물리학자의 자괴감.facebook 4 참담그잡채 2024/10/12 1,929
1633937 게시 글을 안 쓰면 권한이 축소된다 하여... 4 세라피나 2024/10/12 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