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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애 안 낳으려던 한강 작가를 설득한 작가 남편의 한마디

조회수 : 11,018
작성일 : 2024-10-11 22:32:07

결혼한 지 이태가 되어가던 겨울. 그 문제에 대해 그와 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조심스럽게 그는 말했다.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잖아?

세상이 아름다운 순간들이 분명히 있고, 현재로선 살아갈 만하다고 나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한번 살아보기 한다 해도 죄짓는 일은 아니잖아.

하지만 그 아이가. 하고 나는 말했다.

그 아이가 그 생각에 이를 때까지. 그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몸도 결코 아닌데.

나는 물었다.

어떻게 그것들을 다시 겪게 해?

왜 그렇게만 생각해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가 말했다.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아. 그런 거 다 맛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도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주고 싶지않아?

느닷없이 웃음이 터져나온 것은 그때였다.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것은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을 잃고 있었다. 그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을 베어물 때. 내가 아무런 불순물 없이 그 순간을 맛보았다는 것만은.

 

자전소설  '침묵' 중

 

 

 

이 이야기 좋네요.

 

 

IP : 61.255.xxx.115
3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10.11 10:34 PM (58.79.xxx.138)

    글이 사랑스럽네요
    채식주의자 읽다가 어려워서 하차했는데
    시집부터 다시 읽어봐야겠엉ᆢㄷ

  • 2. ..
    '24.10.11 10:38 PM (115.143.xxx.157)

    사랑스런 글이에요
    근데 저는 소박한 행복만 가지고는 애기 못낳겠어요..ㅠㅠ
    제 앞가림도 안되서..

    그와별개로 한강 작가님 수상은 너무너무 축하드려요 ^^

  • 3. 역시
    '24.10.11 10:43 PM (118.235.xxx.90)

    작가가 사랑하는 남자도 작가네요 ㅋ

  • 4. ufghjk
    '24.10.11 10:45 PM (58.225.xxx.208) - 삭제된댓글

    남편.
    멋진데요?

  • 5. ufghjk
    '24.10.11 10:48 PM (58.225.xxx.208)

    남편 .
    멋지네요.
    저는 남편,시가의 암묵적 강요로
    아들 낳으려 셋을 낳아어요.
    결국 셋째도 딸.
    저렇게 남편이 말했다면 열도 낳았겠어요

  • 6.
    '24.10.11 10:51 PM (116.87.xxx.127)

    저랑 비슷하네요. 저도 아이 생각 없다가 마음을 바꾼게… 가난하게 자라 어려울때도 많았지만 살아보니 그래도 살만하다고 느꼈고 다른 생명애개도 이런 경험을 할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 7. 원글
    '24.10.11 10:52 PM (211.36.xxx.61) - 삭제된댓글

    한강 작가님도 애를 안낳으려 했군요@@ 김영하 작가님도 딩크로 알고 있는데..
    근데 수박, 참외, 물맛, 빗소리, 눈오는거 보여주기.. 저는 이런것들로는 끝까지 설득 당하지? 않았을꺼 같아요 ㅠ
    저는 T에요

  • 8. ㅈㄴㄱㄷ
    '24.10.11 10:57 PM (211.36.xxx.61)

    한강 작가님도 애를 안낳으려 했군요@@ 김영하 작가님도 딩크로 알고 있는데...
    수박, 참외, 물이 달고 맛있는거..빗소리 듣게하고 눈오는거 보여주고.. 저는 이런걸로는 설득당하지? 않았을꺼 같아요
    저는 T에요 ㅠ

  • 9. ...
    '24.10.11 11:03 PM (121.157.xxx.153)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이 밤에 너무 먹고싶어요

  • 10.
    '24.10.11 11:19 PM (118.32.xxx.104)

    삶에 대해 이토록 진지할수 있을까 싶은..

  • 11. ㅇㅇ
    '24.10.11 11:20 PM (211.110.xxx.44)

    묶인 쇠고리를
    스윽 쓰다듬어서 풀어버리는
    마술사의 손길 같은 답변이네요.
    트릭이 있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감탄사부터 내뱉듯이
    남편 앞에서
    무거움을 순간해제시켜버린 아내...ㅎㅎ

  • 12. 여름 수박의 맛
    '24.10.11 11:24 PM (210.106.xxx.172)

    그 기쁨을 아는 남편과 함께 갈 길이기에 용길낼 수 있었을 듯

  • 13. ..
    '24.10.11 11:52 PM (106.101.xxx.130)

    그런 행복감으로 버티기엔
    인생은 힘든 부분이 더 커서..
    한강 남편분 말에 공감은 안가네요
    한강님도 인생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직시하는 분이네요
    남편분의 꾐?에 넘어가셨지만 ㅎㅎ

  • 14. ㅇㅇ
    '24.10.11 11:59 PM (116.32.xxx.18)

    아이랑 밥먹다가 수상소식 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태어나서 소중한 시간을 같이 하니 작가님은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노벨상 수상 한강작가님
    축하축하해요^^

  • 15. 휴식같은
    '24.10.12 12:31 AM (125.176.xxx.8)

    이 별볼일 없는 인생에 아이는 보석같은 존재입니다
    한강 작가님도 아이와 함께 할수 있어 행복할겁니다.
    남편에 꾐에 잘 빠지셨어요.

  • 16. mumu
    '24.10.12 12:59 AM (106.101.xxx.140)

    하지만 그 아이가. 하고 나는 말했다.

    그 아이가 그 생각에 이를 때까지. 그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몸도 결코 아닌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솔직히 부모 입장에선
    아이가 보석같은 존재지만
    아이는 자기 삶을 온전히 살아내야 하죠.
    그 과정이 지난하고 괴로운 것도 맞구요.
    한강 작가님도 그런 점을 걱정하셨군요.

  • 17. 82엔
    '24.10.12 5:19 AM (211.234.xxx.130) - 삭제된댓글

    삶이 너무 고통스럽고 지긋지긋한 사람만 많아서

    자식이 그 삶을 물려주기 산 사람이 많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이상해요

    내 주위엔 아들 딸 낳고 행복하기 오손도손 잘사는 사람만 많은데..

    역시 세상은 자기가 보이는게 다인 거 같아요

  • 18. 저는
    '24.10.12 9:21 AM (124.195.xxx.185)

    반성하게 되네요.
    정말 아무 깊은 생각 없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거 같아요. 아이에게 미안해요.

  • 19. ...
    '24.10.12 10:27 AM (125.178.xxx.25)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들은
    저런 고민 한번씩 하더라구요
    그 생각으로 딩크 결심하는 부부도
    흔치않지만 가끔 있구요
    강단있는 거죠

  • 20. 몬스터
    '24.10.12 1:43 PM (125.176.xxx.131)

    묶인 쇠고리를
    스윽 쓰다듬어서 풀어버리는
    마술사의 손길 같은 답변이네요.
    트릭이 있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감탄사부터 내뱉듯이
    남편 앞에서
    무거움을 순간해제시켜버린 아내...ㅎㅎ

    22222222222


    이 댓글도 정말 좋네요^^

  • 21. ㅇㅇ
    '24.10.12 2:06 PM (118.235.xxx.196)

    수박이 달다..
    어떤 그림이 그려지나요

    시골 평상 위에서 먹는 수박
    원두막 위에 잘려진 수박..
    제 평생 기껏해야 한 두번 경험해봤을 그런 그림이 그려지네요
    여름철 일주일에 수박 2개는
    먹어치우는 우리집 식탁위가 아니라...

  • 22. ..
    '24.10.12 2:08 PM (59.22.xxx.55)

    저도 극 T라 공감은 안 가네요
    그치만 남편분이 좋은분이시니
    마음을 바꾸셨겠죠

  • 23. ...
    '24.10.12 2:19 PM (175.197.xxx.111)

    한강 작가님
    그렇게 태어나게된 아들과 저녁에 차 한잔 마시면서
    자축하고 싶다고 수상소감으로 말하셨죠
    글을 쓴다는 작업뿐 아니라 온갖 희노애락
    견뎌내시면서 조용히 소소한 행복을 누리시는
    모습이 참 멋지네요
    때론 참 거창한 의미가 무색해지기도 하는...
    특히 가족은 더 그런듯해요
    그냥 옆에만 있어주는 존재로 충분한

  • 24. ......
    '24.10.12 2:40 PM (101.228.xxx.192)

    이태가 2년이에요?

  • 25.
    '24.10.12 2:46 PM (112.153.xxx.46)

    네. '이태'는 '두 해' 입니다.

  • 26.
    '24.10.12 2:53 PM (151.177.xxx.53)

    어쩜 같은 글을 쓰는데도 저렇게 이쁘고 멋지고 감정이 뚝뚞 베어나오게 쓸까요.

  • 27. ….
    '24.10.12 2:58 PM (58.123.xxx.164)

    너무 멋있어요 ~
    문학도끼리 살면 저렇군요 ㅎㅎ
    ^^

  • 28. ㅡㅡ
    '24.10.12 3:06 PM (39.7.xxx.91) - 삭제된댓글

    최은숙 작가 남편 이름까먹음
    그분 남편도
    낳기만 해라 다키우겠다고
    진짜 혼자 다키웠다고

  • 29. ..
    '24.10.12 3:07 PM (39.7.xxx.91)

    최은숙 작가 남편 이름까먹음
    그분 남편도
    낳기만 해라 다키우겠다고
    진짜 혼자 다키웠다고

  • 30. 어제
    '24.10.12 3:47 PM (210.217.xxx.75)

    산책하고 오는데 목이 말랐어요. 그런데 갑자기 저글이 생각나면서 수박이 너무 먹고 싶은거에요.
    우리 애들도 수박 정말 좋아하거든요. 여름이 가는게 아쉬운건 맛있는 수박을 못먹어서? 딱 하나네요 ㅋㅋㅋ

  • 31. ,,,,,
    '24.10.12 3:56 PM (175.121.xxx.62)

    하지만 그 아이가. 하고 나는 말했다.

    그 아이가 그 생각에 이를 때까지. 그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몸도 결코 아닌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솔직히 부모 입장에선
    아이가 보석같은 존재지만
    아이는 자기 삶을 온전히 살아내야 하죠.
    그 과정이 지난하고 괴로운 것도 맞구요.
    한강 작가님도 그런 점을 걱정하셨군요.2222222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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