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한 강 대학 4학년 때 연세춘추 주관 연세문학상 받은 시

KL 조회수 : 3,093
작성일 : 2024-10-11 20:27:13

 

대학 4학년 시 같지가 않아요.

심사위원 정현종 교수 말처럼 '능란한 문장력'이 돋보이는 학생이었네요.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시어를 따라 읽어면서 생각들을 굴리고 감정에 생각을 맡기는 걸 언제 해본 건지,

이 시를 읽으니 대학 졸업 후  어딘지 모를 한 곳에

밀어두었던 감정과 기억을 다시 꺼내보는 듯한 마음이 들었어요.

읽으면 읽을 수록 이런 글을, 이런 감정을 내가 아무리 영어를 잘한들

이걸 어떻게 영어로 적어요. 이 언어의 버무림을 내가 영어로는 절대 못한다 싶네요.

시 읽으니 내게는 우리 정서가 녹아 있는 글을 지킬 의무가 있다는 생각 마저 들게 합니다.

...................

편지

 

그동안 아픈데 없이 잘 지내셨는지

궁금했습니다
꽃 피고 지는 길
그 길을 떠나
겨울 한번 보내기가 이리 힘들어
때 아닌 삼월 봄눈 퍼붓습니다
겨우내내 지나온 열 끓는 세월
얼어붙은 밤과 낮을 지나며
한 평 아랫목의 눈물겨움
잊지 못할 겁니다

누가 감히 말하는 거야 무슨 근거로 이 눈이 멈춘다고 멈추고 만다고··· 천지에, 퍼붓는 이··· 폭설이, 보이지 않아? 휘어져 부러지는 솔가지들,··· 퇴색한 저 암록빛이, 이, 이, 바람가운데, 기댈 벽 하나 없는 가운데, 아아··· 나아갈 길조차 묻혀버린 곳, 이곳 말이야···

 

그래 지낼 만하신지 아직도 삶은

또아리튼 협곡인지 당신의 노래는
아직도 허물리는 곤두박질인지

당신을 보고난 밤이면 새도록 등이 시려워
가슴 타는 꿈 속에
어둠은 빛이 되고
부셔 눈 못 뜰 빛이 되고
흉몽처럼 눈 멀어 서리치던 새벽
동 트는 창문빛까지 아팠었지요.

 

··· ··· ···어째서··· 마지막 희망은 잘리지 않는 건가 지리멸렬한 믿음 지리멸렬한 희망 계속되는 호흡 무기력한, 무기력한 구토와 삶, 오오, 젠장할 삶

악물린 입술
푸른 인광 뿜던 눈에 지금쯤은
달디 단 물들이 고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
세상 더 산 사람들처럼 마주 보고
웃어보고 싶었습니다.

 

사랑이었을까··· 잃을 사랑조차 없었던 날들을 지나 여기까지, 눈물도 눈물겨움도 없는 날들 파도와 함께 쓸려가지 못한 목숨, 목숨들 뻘밭에 뒹굴고

 

당신 없이도 천지에 봄이 왔습니다
눈 그친 이곳에 바람이 붑니다
더운 바람이,
몰아쳐도 이제는 춥지 않은 바람이 분말같은 햇살을 몰고 옵니다
이 길을 기억하십니까
꽃 피고 지는 길
다시 그 길입니다
바로 그 길입니다

IP : 49.164.xxx.11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역시
    '24.10.11 8:33 PM (112.153.xxx.46) - 삭제된댓글

    정말 대단하네요.
    눈물이 나려고 해요.

  • 2. 고맙습니다
    '24.10.11 9:07 PM (112.153.xxx.46)

    정말 비범하네요.
    눈물나요.

  • 3. ..
    '24.10.11 9:48 PM (58.140.xxx.44)

    천천히 새기면서 읽어볼게요.
    고맙습니다.

  • 4. ㅡㅡㅡ
    '24.10.11 9:50 PM (183.105.xxx.185)

    스무살 무렵이 생각이 나네요

  • 5.
    '24.10.11 10:41 PM (223.39.xxx.197)

    표현력이 정말 좋네요

  • 6. ㅇㅇ
    '24.10.11 10:43 PM (58.122.xxx.43)

    자랑스럽고 영광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5459 김건희 국정농단 제보 받는다는 프랫카드가 걸렸어요 3 아무글 2024/10/11 1,390
1635458 그나마 덜찌는 간식 5 ㅇㅇ 2024/10/11 2,391
1635457 명태균이 홍준표에게 "머리 나쁘면 눈치라도".. 9 2024/10/11 3,049
1635456 한강작가님 감사합니다 7 2024/10/11 1,807
1635455 테슬라가 또 테슬라하는 중이에요 8 ㅇㅇ 2024/10/11 4,413
1635454 깜짝 놀랐네요 190 2024/10/11 18,742
1635453 강원도 해안가쪽에 쿠팡프레쉬 되는 곳이 있나요? 1 ㅓㅓ 2024/10/11 531
1635452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수상후 가장 먼저 읽었으면 하는 작품.. 3 .. 2024/10/11 2,981
1635451 온수매트올려도되는 바닥매트리스 있을까요? 2 싱글 2024/10/11 538
1635450 면 국수류가 너무 좋은 사람의 팁 하나 15 쉬운국수 2024/10/11 5,353
1635449 부동산에서 제 오피스텔을 네이버에 올리게 해달라고 9 가을 2024/10/11 1,510
1635448 김현아작가노벨상 7 예언적중 2024/10/11 3,466
1635447 소속사 대표 응원하면서 아이돌 보기는 처음이네요 3 .. 2024/10/11 1,548
1635446 넷플 전,란 보셨어요? 3 2024/10/11 3,269
1635445 북한산 스타벅스 가보신 분 16 ... 2024/10/11 4,081
1635444 시집살이 싫다고 큰소리내도 되나요? 9 이제 2024/10/11 2,082
1635443 잘 자고 샤워하고 밥먹으니 살거같아요~ 4 기운차림 2024/10/11 1,893
1635442 김성회, 모경종 - 진실화해위원회 국감 그리고 한강 1 하늘에 2024/10/11 905
1635441 톡으로 모친 부음을 알리면.. 5 .. 2024/10/11 2,750
1635440 된장국죽을 끓여보았어요 3 매일 2024/10/11 1,270
1635439 흑백요리사 철가방 배우 이철민 닮았어요 5 흑백 2024/10/11 1,144
1635438 고려대맛집 24 고려대 2024/10/11 2,708
1635437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ㅡ 보궐선거특집 조국 + 정청래 , 정근식.. 3 같이봅시다 .. 2024/10/11 972
1635436 명절에 친정 가시나요? 13 ........ 2024/10/11 2,113
1635435 광주가 걸어서 2 우리의 2024/10/11 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