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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아빠

그리움 조회수 : 6,138
작성일 : 2024-10-11 17:34:49

올해 11월이 아빠가 돌아가신지 2년째입니다.

전립선 암으로 수술 하셨고

위에 용종이 있어서 떼어냈어요.

꾸준히 병원 다니셨고 혈액 검사도 꾸준히 받았는데

췌장암인 걸 발견했을땐 이미 3~4기였습니다.

 

위에서 용종 떼어내고 조직검사했을때 그게 암이었다고 했어요.

천만 다행이라고 했는데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하셔서 수술받은 종합병원 가셔서 검사했는데 췌장암이었네요.

 

72세.

지금 생각해보면 할아버지인데... 손주들도 할아버지라고 부르는데

저한테는 그냥 영원한 아빠였습니다.

나이들어가는 것도 느끼고 살지 못할만큼 저희 아빠는 그냥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거 같았어요.

전화해서 아빠 나야~~ 하면 어 큰딸 웬일이야 하시고

친정에 가면 대문앞까지 나와서 오느라 수고했다 하시고

변하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인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병원에서도 항암을 권했고

아빠도 항암 하시겠다고 결정하셨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항암을 시작했지만

결국 힘든 그길을 못 견디시고 2차 항암만에 돌아가셨어요.

정신력도 강하시고 1차 항암 후에도 큰 부작용은 없었기 때문에

저희 가족은 모두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체 식사량도 많지 않았던 분이 항암으로 인해 입맛을 잃어버리자

몸이 쇠약해지는 건 순식간이더라구요.

 

아빠가 계시던 병원을 오가며,

그 해 병원의 그 찬란한 가을정원을 바쁘게 오가며  아빠가 누리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며

코로나로 병실 면회조차 불가능해 대기실에서 아빠가 나오시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그래도 우리 아빠는 좋아지실 거라 믿으며 단 한순간도 불안한 생각을 한적이 없었지만

아빠는 끝내 암과의 싸움에서 지고 말았어요.

 

아빠가 아프신 걸 모르는지 텃밭에 일궈놓은 모든 농작물은 눈치도 없이 풍년이고

감나무, 대추나무, 사과나무, 석류나무까지 이례없이 많은 열매들이 

주렁주렁이었습니다.

병문안 오며가며 들리신 고모들이 서로 과일이며 농작물이며 챙겨가는 것 조차도

어찌나 마음에 힘이 들던지요

 

그 해 가을은 찬란하면서도 슬프고 스산했어요.

그렇게 아빠를 보내고 이제 2년이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아빠라는 단어를 생각만 해도 눈물부터 납니다

 

꿈속에서 건강한 아빠를 보고 아빠 이제 안아파?? 하면서 울다가 깼던적이 여러번이었어요.

여기저기 올라오는 게시글에서 암이라는 단어만 봐도 그 글을 읽을 용기가 없어서

읽지 못했는데... 살아있는 사람은 그래도 살아진다고 이제는 그런 글도 볼 용기가 생겼어요.

 

아마 다시 그때가 돌아온다해도 저는 항암을 선택할지도 몰라요.

그냥 그럴 거 같아요. 아빠가 조금이라도 우리곁에 있기를 얼마나 바랬는지 모릅니다.

 

아빠가 없는 그 빈자리는 세상 그 어떤걸로도 채울 수 없음을,

늘 강해보이고 든든한 울타리였던 아빠에게 저는 그동안 너무 무심하고 철부지 없던 딸이었음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누군가는 시간이 흐르면 무뎌진다는데

마음속의 이 빈자리는 시간이 흘러도 그런 척 할뿐이지 무뎌질 것 같진 않아요.

 

모든 부모님들이 건강하시길 바래봅니다.

 

 

IP : 14.49.xxx.247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10.11 5:41 PM (110.9.xxx.86)

    다정한 아빠를 보내신 원글님 심정이 어떠실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네요. 아버님 그곳애선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따님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시며 흐뭇해 하실 거예요.

  • 2. ㅠㅠ
    '24.10.11 5:44 PM (125.189.xxx.41)

    조금 뒤 비슷한 시기에 저히엄마도
    담도암으로 가셨어요..
    그 마음 공감합니다..
    연세있으시고 기력없으셔서 항암은
    못하셨어요..
    그렇더라도 발병 후 근 2년간
    너무너무 못드시고 돌아가신게
    맘이 많이 아프더라구요.
    요양원 계신지라 코로나로 자주 뵙지도 못했죠.
    하필 마른모습 사진이 있어 볼때마다
    가슴이 무너지더라구요..
    이제는 천국같은곳에서 행복하시겠지요.
    아버님도 그리 잘 계실거에요..

  • 3. ㅇㅇ
    '24.10.11 5:47 PM (106.102.xxx.85)

    좋은 아빠를 기억속에 묻고 살아가시는 님께선
    참 복받은 분이세요.
    저도 오래전 돌아가신 부모님 평범하신 분들이지만
    먹고 살기 어렵던 6,70년대 자식들 여섯
    차별않고 최선을 다해 키우셨던 것이
    아직도 따뜻하게 남겨져 있어요.
    너무 가난했던 시절이지만 정서적으로는 한껏 풍요로웠어요.

  • 4. 글읽는데
    '24.10.11 5:58 PM (180.229.xxx.164)

    먹먹해지네요.
    저도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셔서
    늘 걱정 한가득이라 그런가봐요.
    72세시면
    건강하면 아직 활발하게 활동하실 연세실텐데..ㅜ

    아버지 고통없는 하늘에서
    남은 가족들 보살펴주고 지켜주고 계실거예요.

  • 5. ㅇㅇ
    '24.10.11 6:21 PM (211.179.xxx.157)

    행복한 추억을 담아가신 아빠도 행복한 분,
    슬프지만
    너무 좋은 부녀사이 연상되어요.

  • 6. ...
    '24.10.11 6:26 PM (1.241.xxx.220)

    그 때 한참 코로나가 아직 유행일때라 고생이 더 많으셨겠어요...
    전 4월경에 돌아가셨는데 좋은 부녀사이가 아니었어서 마음은 덜했지만
    원글님 맘이 이해가가네요...

  • 7.
    '24.10.11 6:37 PM (211.106.xxx.200)

    30년이 지났는데도
    항상 아버지가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잊혀지지 않고 그냥 기억이 거기 딱 멈춘 채
    사는 거 같습니다
    힘내세요…

  • 8. ….
    '24.10.11 6:53 PM (118.235.xxx.217)

    원글님 글 읽어내려가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ㅜㅜ
    저희아빠도 췌장암으로 70대중반을 못넘기고 가셨어요.. 항암도 열심히 하셨고 워낙 의지가 강하셔서 저희도 희망을 가졌더랬죠 ㅜ. 뼈까지 전이되면서 상태는 악화되셨고 결국 그해겨울 주님품으로 가셨네요
    아빠가 너무 그리워요.. 아빠 아빠 불러도 이젠 대답해주실 아빠가 없어요 ㅜㅜ

  • 9.
    '24.10.11 7:02 PM (221.145.xxx.192)

    돌아가신 아빠가 보고싶을때,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가만히 아빠.하고 소리 내어 불러 봅니다.
    마음으로 부르는 거랑 소리내어 부르는 것이 좀 달라요.
    눈물이 아직 왈칵 나오지만 그래도 그렇게 소리내어 불러 보면 아빠가 아직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에 계시는 듯한 착각도 생기고 그래서 저는 아직도 이렇게 가만히 소리내어 불러보곤 한답니다.

  • 10. 보고싶은 아빠
    '24.10.11 7:26 PM (211.234.xxx.103)

    저도 아빠 돌아가신지 3년째에요.
    오늘도 운전하면서 아빠한테 소리내서 이야기했어요.
    잘계시냐고
    보고싶다고

    그리고 또 눈물 찔끔거렸어요.

    원글님처럼 저도 항상 아빠가 그자리에 계실줄 알았어요
    바보처럼...

  • 11. ...
    '24.10.11 8:02 PM (58.126.xxx.214)

    저도 아빠 췌장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재작년 5월....투병 7개월하시고, 74세에 돌아가셨어요.

    간병도 임종도 재거 다 했는데, 뼈 속까지 느껴지는 죄책감이 있더라고요. 아버지에게 그렇게 많은 걸 받았는데 해 드린게 없는 것 같고, 투병하는 동안 병원이나 항암 등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돌아가시지 않았을텐데라는.

    2년 지난 지금은 죄책감은 옅어졌는데 이번 생에는 다시는 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사무치듯 그립네요.

  • 12. ㅡㅡ
    '24.10.11 9:00 PM (14.47.xxx.73)

    지난 무더웠단 여름
    아버지 위암수술하셨던 생각에 울컥하고
    원글님 글 보며
    감정이입해서 읽다가 눈물나서 겨우겨우 읽었네요

    그리움…
    너무 그리울땐 어떻게 해야할까요

  • 13. 너무 슬퍼요
    '24.10.11 9:51 PM (122.254.xxx.87)

    차분하게 쓰신글이 제맘에 너무 와닿아서
    너무 슬퍼요ㆍ
    그냥 아빠 잘지내실꺼니 힘내시란 말만 해드리고싶네요ㆍ

  • 14. ...
    '24.10.11 10:03 PM (211.206.xxx.191)

    그래도 원글님 아빠는 언제나 마음 속에 살아 계십니다.
    저도 동생이 50이라는 나이에 췌장암 2년 동안 항암 하며
    지내다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유난히 더 그리운 날이 있지요?

  • 15. ...
    '24.10.11 10:08 PM (14.42.xxx.34)

    저도 작년 11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이제 1년이 다가오네요. 돌아가시기전에 병실을 옮기셨는데 잦은 섬망이 있으셨던 아버지가 우리집에 왔다고 막 좋아하셨다고 엄마가 전화로 말씀하셔서 대체 무슨 말인가하고 가보니 임종실인데 벽에 우리집이라고 쓰여있더라고요. 우리집 글씨를 보고 너무 울었어요.
    시골마을로 이사와서 봄에 아버지 따드릴려고 두릅도 오가피도 심었는데 작년엔 잘아서 못따고 올해 따드릴 수 있었는데 ... 지난 가을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퇴원하시면 장어집도 가기로했는데 장어 한번을 못사드리고 돌아가셨어요. 저희 아버지는 대학병원에 연구를 겸한 시신기증을 하셨는데 의과대학이 멈춰있어서 아직 시신화장도 못했어요.
    날이 추워져가니 더 아버지가 그립네요. 살아계실때 또 병환중이실때 좀 더 따스하게 좀 더 잘해드릴껄..

  • 16. 하늘바라기
    '24.10.12 7:13 AM (76.146.xxx.226)

    저는 75세.
    27년전에 91세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너무도 보고싶어 아직도 가끔 웁니다.
    때론 그 슬픔이 오히려 힘들고 고달픈 세상 살아가면서 버텨주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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