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타지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광주가 고향이라는 사실이 늘 자랑스러웠고 빚진마음이 있었어요
5.18이 일어났을 때 저는 겨우 생후 4개월이었죠.
초등학교때부터 최루탄냄새를 맡고 하교를 하고
충장로에 나가면 무장한 전경들이 쫙 깔려있는 풍경들
데모하는 대학생 언니 오빠들을 보는 건 흔한일이었고
가끔 가까이에서 언니 오빠들을 응원하면 씽긋 웃어줬던 기억들
버스가 양영학원을 돌 때 돌이 날라와 버스바닥에 엎드렸던 기억들
김대중대통령이 당선된 날 친척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도청으로 달려가셨죠
5.18이 되면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님들은 그날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어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요. 5.18은 광주시민의 정신속에 있어요.
전남대를 입학한 후 수업과제로 망월동묘지와 5.18기념관을 보고 난 후 동기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던 장면도 기억나요.
전일빌딩 도서관에서 공부도 많이 했는데 정작 그때는 그 건물이 5.18때 헬기에서 총을 쏴서
흔적이 남은 곳이란 걸 몰랐어요.
세월이 흘러 아이들을 낳고 타지를 옮겨다니며 살 때마다 광주사람이라는 걸 늘 자랑스럽게 얘기했어요
은근한 비하와 무시, 차별을 경험한 적도 있어요. 그때는 불쾌해하며 싸우기도 했죠.
지역혐오 지역차별은 같잖게 느껴졌어요.
지금도 중고생이 된 제 자녀들 세대에도 그런 분위기가 흘러온다는 것이
화도 나고 가슴이 아파요
저희 아이들은 부모가 광주사람이어서, 자기들도 전라도 사람인걸 자랑스러워해요.
그리고 다행히 다른지역을 폄하하지도 않아요.
그런 생각들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죠.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듣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과 함께 지나온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제주 4.3사건, 5.18..
가슴아픈 현대사속에서 직접 그 일을 겪으신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소식이기를
진심으로 바래요.
하루종일 울컥울컥 눈물이 나서 독백같은 글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