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이 고향이고 전주에서 학교 다녔어요.
서울에서 직장 다녔고 결혼해서 또다른 지방에 살아요.
봄이면 정읍, 전주, 고창, 태인 벗꽃으로 난리가 나요.
정읍천변에서 벚꽃축제가 열리고 인근 중고등학교 애들이
야자를 마치고 쏟아져 나와 2차선 도로를 차와 엉켜
메우지만 그 속에서 인명사고는 없어요.
그려러니 하거든요. 30년째 그려러니...
여름엔 온사방 백일홍이 가득해요.
배롱나무라고도 해요. 배배꼬여 집안에 두면 안좋다고도 하고
품격있는 양반집엔 정자 옆에 꼭 한그루 씩 둔다고도 하고.
외가댁 연못 옆 창포잎과 백일홍은 한여름의 상징같았어요.
그 많은 재산을 외삼촌의 사업실패로 다 날렸어도
외가 연못은 그대로예요. 커서 보니 생각보다 작았지만.
가을이면 내장산에 전국 단풍구경꾼들이 다 모여들었어요.
내장산 가는길에 학교가 있어, 관광객과 같은 버스를 타야했던
고2 가을엔 뒷자리에서 출입구까지 뚫고 나갈수가 없었어요.
가을이면 늘상 그랬지만 그날은 유독 심했어요.
평소처럼 체육복바지에 교복치바를 덧입었에
잠시 고민 후 외쳤어요. 아저씨, 저 내려요. 잠시만요.
네. 창문으로 뛰어 내렸어요.
관광객과, 다음 옆 남고에서 내릴 남학생이 가득 찬 버스에서.
겨울엔 눈이 가끔 3박4일씩 오기도 했어요. 거짓말같죠?
대학생이던 언니랑 혼자사는 언니 친구네에 놀러갔어요.
눈 이쁘게 온다고. 커피 내려줄테니 오라고.
한참 투명한 원두커피머쉰?? 유행하던 때였어요.
헤이즐넛이 가장 유명한 커피이던 그 때.
펑펑 내리는 눈 보며 홀짝거리다 그냥 자자 하고 잤는데
그 눈이 밤새 내릴줄은 아무도 몰랐죠.
느즈막히 일어나 집에 가자고 택시를 부르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가 안와요. 눈은 계속 내리고...ㅠㅜ
ㅎㅎㅎㅎㅎ 그렇게 그 눈이 계속 오고
눈을 다 맞으며 한시간을 걸어 집에 왔어요.
나의 해리에게 드라마에서
살짝 바꿨지만 익숙한 지명들이 나오길래
고향생각해봤습니다.
특별히 좋은 집안에서 자라거나
좋은 가족속에서 커오지 않았는데 전 여전히 고향이 좋아요.
여건만 되면 다시 내려가서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