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오늘 45번째 생일입니다.
워낙 가난하게 자랐고 아이들도 많았고 살면서 생일을 챙겨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결혼했는데 남편이 기념일을 챙기는게 조금 어색했고,
전 늘 까먹었고.
9월에 저희 결혼기념일이 있었는데,
그동안 제가 너무나도 가지고 싶어 했던 유기그릇4인셋트를 결혼기념일과 생일 선물로 받았어요.
아무 생각없이 봄쯤에 링크를 보내면서 이거 지금 사면 안되겠지? 우리 김냉도 바꿔야하고,, 냉동고도 하나 더 사야하고 블라블라 했었었는데 그걸 저장했었던 모양입니다.
작년 선물은 아직 안풀러봤는데,, (그 얼굴에 로숀바르고 문지르는 기계 뭐 그런거라대요)
유기그릇은 어찌나 좋던지요.. 오자마자 전용수세미로 닦아서 말려서 사용했지요.
오늘 아침에 일어났더니
6시에 출근하는 남편은 비비고 미역국을 끓여놓고 냄비위에 오만원권 한장과 쪽지.
온전한 네 것도 아닌 선물에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며,
오늘 점심에 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축하하고 사랑한다고 ;;
중딩딸은 제가 평소 입고 싶어하던 나이키 바람막이 점퍼와 쪽지.
지난번 아울렛에서 나이키 세일한다고 해서 한번 입어보고 벗어놨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걸 언제 샀나.. 자기는 결혼해서도 엄마 옆집에 살꺼니까 건강관리 잘하고 늙어서 자기랑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러 다녀야 하니 바쁘더라도 식사는 꼭 챙겼으면 좋겠다고.. 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해줘서 고맙다는 글.
밤새 부스럭 대던 초딩 아들은.. 긴 장문의 편지와 두바이 초콜렛을 식탁위에.
출근해서 검색해보니 제일 맛없다는 두바이 초콜렛인것 같은데 그걸 어디서 샀는지..
추석때 받은 용돈으로 마크레고를 생각없이 사버려서 엄마 생일선물을 깜빡했다고..
죄송한데 포옹도 선물로 쳐주면 안되겠냐는 귀여운 멘트.
대신 아침에 우렁차게 생일축가를 부르겠다더니 졸린 목소리로 생일가를 불러주긴했습니다.
전 아직도 아이들, 남편 생일을 이들처럼 챙겨주지는 못해요.
미역국을 끓이고 작은 선물을 미리 주는 정도지요.. 좀 어색하고 쑥쓰럽습니다.
나이먹어서 무슨 생일을 챙기냐 했는데,
매번 생일마다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고 확인하는 소소함들이 일상을 힘차게 살아가게 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새삼 시원한 바람과 지나가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잘 즐기면서 보내줘야지 하게 됩니다.
혹시나 오늘 저와 같은 생일이신 82분들.
축복하고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