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소녀는 용기를 내어

문구점에서 조회수 : 1,189
작성일 : 2024-09-23 19:34:39

 

문구점에 온 초등고학년들에게

문구점에서 물건 사는 정도의 일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초등학교 1학년이나 2학년정도의 아이들에게

혼자 물건을 사는 일은 큰 모험이다

 

혼자 온 어린아이는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또 누가 뭐라고 할까봐 긴장하며

 

문구점 입구쪽에 서서 안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용기를 내어서

문 안쪽으로 들어오고 나서도 한참동안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조용하게 있다가 드디어 물건을 골라 계산대 앞으로 온다

 

 

계산대 위에 물건을 올리고 또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건네준 후

처분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처분을 기다린다

 

혹시라도 잘못한 게 있을까봐

어른이 뭐라고 할까봐 긴장한 채 기다린다

 

문구점 주인이

 

친구야 이거 3천원인데 네가 만원 냈으니까

여기 거스름돈 7천원이야

 

하며 거스름돈을 건네 주자

 

갑자기 소녀는 용기가 나서

뭐라도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 제가 여기 자주 오는데요>

 

 

<어. 제가 올 때 계시던 분이 안 계시고요>

 

 

<오늘은 다른 분이 계시네요?>

 

 

하고 문구점주인에게 인사를 한다. 마치 어른처럼

 

 

응. 우리는 두 사람이 일하거든.

서로 교대하면서 일해서 지금은 내가 있는 거야.

아저씨는 또 나중에 오실거야

 

 

<아. 네에> 소녀는 잘 알겠다며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그렇게 물건을 사면서 주인과 말도 할 수 있게 된 소녀가

인사를 하고 문구점을 나간다

 

나갈 때는 살짝 뛰어서 나간다

 

들어올 때의 긴장감과 두려움이 모두 사라졌다

 

혼자 물건을 사고 인사도 주고 받은 소녀가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는 두렵지 않다

 

 

소녀가 뛰어간다

IP : 220.119.xxx.2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9.23 7:42 PM (219.250.xxx.211)

    아 예쁜 장면이네요 톡톡 튀는 캔디처럼
    문구점 주인님도 어린 아가씨도 너무 귀여워요
    행복해지네요

  • 2. 아...
    '24.9.23 7:49 PM (218.155.xxx.188)

    원글님은 아시는군요.
    저 어린 소녀가 딱 저예요. 저는 예전에 그렇게 문방구에 가서 뭘 사고 오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답니다. 그거를 엄마나 어른들한테 말도 못 하고 지우개 하나를 사려고해도 문방구를 맨날 며칠을 끙끙거리다가 겨우겨우 가서 모기만한 소리로 이거 주세요. 돈을 내고 왔던 기억이 여러 번이에요. 어 그래서 지금 같은 인터넷 세상이 저한텐 너무나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전 같으면 저는 아마 필요한 거 못 구해서 죽었을 듯.. 그런 걸 알아봐 주시는 어른이 계시다니 저의 내면 어린아이가 위로받은 듯한 느낌이 드는 글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 3. 아이들
    '24.9.23 7:51 PM (121.147.xxx.48)

    어릴 때 읽어주던 이슬이의 첫심부름 그림책 생각이 나네요. 이슬이도 이 소녀도 대단하다 잘했다 박수쳐주고 싶네요.

  • 4. 아 드디어
    '24.9.23 8:50 PM (110.15.xxx.45)

    문구점 작가님 글 올리셨네요
    오늘은 소녀의 마음을 읽으셨네요

  • 5. ㅇㅇ
    '24.9.23 8:58 PM (58.29.xxx.31)

    이 분 작가님 이셔요?
    저 어릴때 생각나요
    수줍음이 많아 엄마 심부름 다닐때마다
    주인분이 말 시킬까봐
    가게 문을 열기가 두려웠던
    덕분에 따뜻한 글 잘 읽었어요

  • 6. ...
    '24.9.23 10:52 PM (61.253.xxx.240)

    와 글이 너무 좋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55901 법사위원장님도 다음 언젠가.. 18 .... 2024/12/15 2,546
1655900 (일상글) 무대뽀 지인의 무서운 공격성 5 일상글 2024/12/15 1,988
1655899 음식점 여자화장실 이쁘게 꾸미는 팁좀 68 음식점 2024/12/15 4,977
1655898 4일밤 강원도 양구군청,고성군청 1 군사경찰 2024/12/15 1,969
1655897 전과자 이재명 왜 지지해? 27 탄핵 2024/12/15 2,266
1655896 4년 넘게 1심 재판도 안 열리는 분들 명단 4 링크 2024/12/15 1,540
1655895 의료 민영화 반대 청원도 부탁드려요 4 플랜 2024/12/15 755
1655894 아이친구(초1)집 놀러가는데 뭐가더나을까요? 과일 vs핸드워시 11 M흠 2024/12/15 1,448
1655893 정치에 관심 없다고 짜증 내면서 6 ㅇㅇ 2024/12/15 1,602
1655892 황교익 또 나대고 다니고 민주당은 또 끼고돌고 32 ㄴㄴ 2024/12/15 3,072
1655891 소개팅 받기로 한 남자한테 연락이 안와요.. 8 06 2024/12/15 3,249
1655890 근데 자위대는 와서 6 ㄴㄹㄹㅎ 2024/12/15 1,588
1655889 저는 그닥 자랑스럽지 않아요 38 .. 2024/12/15 5,206
1655888 민주주의를 지켜준 여러분께 7 2024/12/15 712
1655887 탄핵된 대통령 월급 못 준다. 개정안 발의 18 굿 2024/12/15 4,039
1655886 이제야 대봉 주문한게생각났는데요 4 ........ 2024/12/15 1,654
1655885 명동성당 주차 여쭤요 3 ㅡㅡ 2024/12/15 1,301
1655884 계엄군을 향한 이 유튜버 패기 좀 보세요 ㅋ 6 ... 2024/12/15 2,812
1655883 저도 요즘 Ott에서 본 영화들 3 ㅇㅇ 2024/12/15 2,143
1655882 깍두기 담그기 질문 6 bb 2024/12/15 1,158
1655881 시간이 지나면 한동훈을 알게될겁니다 44 동료시민 2024/12/15 5,928
1655880 탁현민씨가 탄핵집회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었네요. 10 감사합니다 2024/12/15 3,999
1655879 패딩 로고 Y 자 거꾸로 된 거 뭔가요 로고 2024/12/15 1,789
1655878 원래 파스타는 배가 빨리 꺼지나요 4 ㅇㅇ 2024/12/15 1,677
1655877 작업글 걍 씹으세요 (댓글로 수당받아요) 15 ㅇㅇ 2024/12/15 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