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소녀는 용기를 내어

문구점에서 조회수 : 1,152
작성일 : 2024-09-23 19:34:39

 

문구점에 온 초등고학년들에게

문구점에서 물건 사는 정도의 일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초등학교 1학년이나 2학년정도의 아이들에게

혼자 물건을 사는 일은 큰 모험이다

 

혼자 온 어린아이는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또 누가 뭐라고 할까봐 긴장하며

 

문구점 입구쪽에 서서 안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용기를 내어서

문 안쪽으로 들어오고 나서도 한참동안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조용하게 있다가 드디어 물건을 골라 계산대 앞으로 온다

 

 

계산대 위에 물건을 올리고 또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건네준 후

처분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처분을 기다린다

 

혹시라도 잘못한 게 있을까봐

어른이 뭐라고 할까봐 긴장한 채 기다린다

 

문구점 주인이

 

친구야 이거 3천원인데 네가 만원 냈으니까

여기 거스름돈 7천원이야

 

하며 거스름돈을 건네 주자

 

갑자기 소녀는 용기가 나서

뭐라도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 제가 여기 자주 오는데요>

 

 

<어. 제가 올 때 계시던 분이 안 계시고요>

 

 

<오늘은 다른 분이 계시네요?>

 

 

하고 문구점주인에게 인사를 한다. 마치 어른처럼

 

 

응. 우리는 두 사람이 일하거든.

서로 교대하면서 일해서 지금은 내가 있는 거야.

아저씨는 또 나중에 오실거야

 

 

<아. 네에> 소녀는 잘 알겠다며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그렇게 물건을 사면서 주인과 말도 할 수 있게 된 소녀가

인사를 하고 문구점을 나간다

 

나갈 때는 살짝 뛰어서 나간다

 

들어올 때의 긴장감과 두려움이 모두 사라졌다

 

혼자 물건을 사고 인사도 주고 받은 소녀가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는 두렵지 않다

 

 

소녀가 뛰어간다

IP : 220.119.xxx.2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9.23 7:42 PM (219.250.xxx.211)

    아 예쁜 장면이네요 톡톡 튀는 캔디처럼
    문구점 주인님도 어린 아가씨도 너무 귀여워요
    행복해지네요

  • 2. 아...
    '24.9.23 7:49 PM (218.155.xxx.188)

    원글님은 아시는군요.
    저 어린 소녀가 딱 저예요. 저는 예전에 그렇게 문방구에 가서 뭘 사고 오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답니다. 그거를 엄마나 어른들한테 말도 못 하고 지우개 하나를 사려고해도 문방구를 맨날 며칠을 끙끙거리다가 겨우겨우 가서 모기만한 소리로 이거 주세요. 돈을 내고 왔던 기억이 여러 번이에요. 어 그래서 지금 같은 인터넷 세상이 저한텐 너무나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전 같으면 저는 아마 필요한 거 못 구해서 죽었을 듯.. 그런 걸 알아봐 주시는 어른이 계시다니 저의 내면 어린아이가 위로받은 듯한 느낌이 드는 글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 3. 아이들
    '24.9.23 7:51 PM (121.147.xxx.48)

    어릴 때 읽어주던 이슬이의 첫심부름 그림책 생각이 나네요. 이슬이도 이 소녀도 대단하다 잘했다 박수쳐주고 싶네요.

  • 4. 아 드디어
    '24.9.23 8:50 PM (110.15.xxx.45)

    문구점 작가님 글 올리셨네요
    오늘은 소녀의 마음을 읽으셨네요

  • 5. ㅇㅇ
    '24.9.23 8:58 PM (58.29.xxx.31)

    이 분 작가님 이셔요?
    저 어릴때 생각나요
    수줍음이 많아 엄마 심부름 다닐때마다
    주인분이 말 시킬까봐
    가게 문을 열기가 두려웠던
    덕분에 따뜻한 글 잘 읽었어요

  • 6. ...
    '24.9.23 10:52 PM (61.253.xxx.240)

    와 글이 너무 좋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27832 순천시 마린클럽, 채해병 순직 1주기 추모식 진행 !!!!! 2024/09/24 383
1627831 와... 강아지 알람의 중요성 ㅠㅠ 12 .... 2024/09/24 2,842
1627830 핸드폰 요금제 9 해결 2024/09/24 704
1627829 토마토 세비 반을 주기로 돼 있던 거래요 13 하늘에 2024/09/24 2,866
1627828 유학생 아이 소포 3 가을 2024/09/24 745
1627827 통계학 전공하신 분께 질문요. 8 공부 2024/09/24 1,197
1627826 남편과 자녀로 인해 맘이 편치 않은 분 계시다면 5 평안 2024/09/24 2,855
1627825 대지만 500평 역대급 주택 18 .. 2024/09/24 12,643
1627824 동상이몽 장수원은 아빠느낌이 안나네여 9 .. 2024/09/24 5,494
1627823 헉 지금 일산동구 13.2도에요 8 ... 2024/09/24 4,005
1627822 아이들 키우기 힘드네요 조언 좀 8 ㅎㅎㅎㅎㅎ 2024/09/24 2,811
1627821 고1 아이 과학 과목 선택 조언좀 부탁드립니다. 6 ... 2024/09/24 683
1627820 만원의 행복 추석이후 물품 보내기 시작했어요 7 유지니맘 2024/09/24 1,231
1627819 시모 이런 화법은 어떻게 받아야하는지 18 ... 2024/09/24 4,826
1627818 게으른 성품은 타고 나는건가요? 6 af 2024/09/24 2,349
1627817 가족여행 뒷통수 맞은느낌 후기 83 ... 2024/09/24 25,833
1627816 데이트폭력하는 개새끼들.지옥에서 온 판사보세요 2 .. 2024/09/24 1,630
1627815 소 키우시는 부자농부 보니 3 아.. 2024/09/24 2,450
1627814 날씨선선하니 오랜만에 대학가 골목투어했어요 1 2024/09/24 1,315
1627813 마이너스 통장 만들었는데 너무 오래간만에 만들어서 1 ㅇㅇ 2024/09/24 1,691
1627812 10월 되기 전에 이 달 내로 4 ..... 2024/09/24 2,164
1627811 요즘은 노처녀 노총각 이런 개념 없죠 11 그냥 2024/09/24 3,069
1627810 온수매트 트신분 계세요? 3 ㅇㅇ 2024/09/24 1,464
1627809 18살 노령견 목디스크 수술 해도 괜찮을까요? 11 ,., 2024/09/24 1,206
1627808 달옆에.지금 별보이는데 이별 뭔가요 7 ..... 2024/09/24 2,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