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에 온 초등고학년들에게
문구점에서 물건 사는 정도의 일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초등학교 1학년이나 2학년정도의 아이들에게
혼자 물건을 사는 일은 큰 모험이다
혼자 온 어린아이는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또 누가 뭐라고 할까봐 긴장하며
문구점 입구쪽에 서서 안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용기를 내어서
문 안쪽으로 들어오고 나서도 한참동안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조용하게 있다가 드디어 물건을 골라 계산대 앞으로 온다
계산대 위에 물건을 올리고 또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건네준 후
처분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처분을 기다린다
혹시라도 잘못한 게 있을까봐
어른이 뭐라고 할까봐 긴장한 채 기다린다
문구점 주인이
친구야 이거 3천원인데 네가 만원 냈으니까
여기 거스름돈 7천원이야
하며 거스름돈을 건네 주자
갑자기 소녀는 용기가 나서
뭐라도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 제가 여기 자주 오는데요>
응
<어. 제가 올 때 계시던 분이 안 계시고요>
응
<오늘은 다른 분이 계시네요?>
하고 문구점주인에게 인사를 한다. 마치 어른처럼
응. 우리는 두 사람이 일하거든.
서로 교대하면서 일해서 지금은 내가 있는 거야.
아저씨는 또 나중에 오실거야
<아. 네에> 소녀는 잘 알겠다며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그렇게 물건을 사면서 주인과 말도 할 수 있게 된 소녀가
인사를 하고 문구점을 나간다
나갈 때는 살짝 뛰어서 나간다
들어올 때의 긴장감과 두려움이 모두 사라졌다
혼자 물건을 사고 인사도 주고 받은 소녀가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는 두렵지 않다
소녀가 뛰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