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과에게

ㅁㅁ 조회수 : 772
작성일 : 2024-09-23 11:29:04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서늘해졌다.

냉장고 한기를 쐬며  사과 한알 꺼내 온다

오늘은 너의 날.

봄부터 지금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꽃가루도 바람도 먼지도 너의 외피를 스쳐갔겠지.

온갖 풍파와 유혹과 중력에도

떨어지지 않고 잘 매달려 있었구나.

예쁘고 고마워.

예를 다하듯,
겉을 물과 가루로 삭삭 뽀득뽀득.

 

껍질을 벗기려면 먼저 정수리 한대를 쳐야하지

사과의 수치심을 기절시키기 위해서. 

오늘은 단칼에 너의 심장까지 도달한다.

네가 품은 사과의 진심, 하트형 심방을 도려내고

자존심처럼 조금 남은 꼬랑지도 발라내고

다홍빛 외피를 두른 채로

사곽 사곽 사곽 사곽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사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새콤달콤함

이름도 겸손하고 아름다운 사과

 

내 안에 너의 심장을 넣었으니

수줍어도 부끄러워도

너를 내밀만한 겸손과 용기가 나에게도 적잖이 싹트길.

 

사과, 오늘도 고마워.

너를 잊지 않을게

 

 

IP : 222.100.xxx.5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과
    '24.9.23 11:42 AM (1.240.xxx.21)

    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헌시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오늘 사과의 심장을 내 안에 극진히.. 모신 아침.
    참. 저는 사곽 사곽 죽어서까지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것은 차마 저어하여
    깨끗이 씻어 껍질채 먹었답니다. ㅎ

  • 2. 우와
    '24.9.23 12:21 PM (39.7.xxx.176)

    시인이다!!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27793 대장내시경 2 궁금 2024/09/23 891
1627792 날이 풀리니 부지런해지네요 15 ... 2024/09/23 2,743
1627791 영화 러브레터감성 있잖아요 14 ..... 2024/09/23 1,649
1627790 결혼후회 33 부인 2024/09/23 5,143
1627789 고양이 있는데 창문 열기는 어떻게 하시나요? 24 나비 2024/09/23 1,491
1627788 인스타 스토리 매일 올리는 사람? 23 ㅇㅇ 2024/09/23 2,891
1627787 뚝배기가 깨졌는데 이참에 스타우브 살까요 24 dd 2024/09/23 2,107
1627786 배추 1망 64,195원이랍니다. /펌 jpg 16 2024/09/23 2,398
1627785 갤럭시 24울트라와 아이폰 16프로 사진화질 비교 2 화질 2024/09/23 866
1627784 아이폰16 프로맥스를 사용하냐 마냐로 계속 고민중입니다. 6 .. 2024/09/23 733
1627783 아들이 딸 뺨을 때렸어요 223 ..... 2024/09/23 31,184
1627782 아빠의 유산을 자식들이 못받는데요 69 달팽이 2024/09/23 19,255
1627781 쥴리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6 ******.. 2024/09/23 1,530
1627780 옥순.. 22기.. 11 나솔 2024/09/23 3,965
1627779 쓰면 이루어진다 3 ㅡㅡ 2024/09/23 2,094
1627778 챗gpt랑 영어공부 하다가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꼈어요 ㅠ 12 ... 2024/09/23 2,727
1627777 기침감기 심하게 하는 4학년 딸 9 요.. 2024/09/23 954
1627776 요즘 사람들의 열등감이 심한 이유 10 음.. 2024/09/23 2,960
1627775 밥솥패킹 갈고나서 밥 밑이 너무 눌어서 밥이 딱딱해요 6 .. 2024/09/23 703
1627774 12시30분 양언니의 법규 ㅡ처벌법 없어 ,무죄된 캐슬범죄자 .. 1 같이볼래요 .. 2024/09/23 374
1627773 pass 앱 신분증이요 3 현소 2024/09/23 943
1627772 아침밥 대충 차리는데요 14 82 2024/09/23 3,091
1627771 빨래 개는 게 너무 싫어요. 9 .... 2024/09/23 1,974
1627770 짭쪼롬한 치킨이 먹고 싶어 KFC 왔는데 싱겁네요 7 치킨 2024/09/23 1,218
1627769 전기요금 나름 선방했어요 11 전기 2024/09/23 2,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