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년전만 해도 시댁에서 무조건 2박은 해야했고
제 옷보따리가 작으면 하루 자고 가버릴까 싶어 시어머니가 홱 삐지고 그러셨어요.
차로 1시간~ 멀때는 2시간거리 살았고 3주에 한번은 무조건 봤는데
명절에 자고 가는걸 진짜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제가 너무 힘들었죠.
애 어릴때는 특히요.
시부모님은 손주가 너무 이뻐서 더 오래 보고 싶지,
2일 자고 간다해도 아쉬워하고 싫은 기색 하셨었죠
애기 짐이 또 얼마나 많아요.
근데 지금은 시부모님 두 분이 너무 늙으셔서 그런지
제가 다 밥하고 치우고 하는데도 힘들어 하시는게 눈에 보여요.
김치통 드는 것도 무거워하셔서 제가 시어머니 꽁무니 쫓아다니면서 김치통 꺼내고, 쌀푸고, 떡 담고 그래요.
한 3년전부터는 저 시댁에서 안잡니다.
남편만 아이데리고 하루 전에 가있고요. 무조건 남편이 부모님 모시고 나가 외식해요.
저는 오늘같이 추석 당일 새벽에 가고요.
그러고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까지 먹고 헤어지던걸,
작년부터는 아침밥, 점심밥 먹고 가는걸로... 이렇게 굳혀졌는데
오늘은 아침밥 다 차려서 먹고 설거지하고 과일 먹고 하니
시부모님이 피곤해서 낮잠 주무시더라고요.
시어머니는 투병중이시고, 시아버지는 노환이셔서 몸이 편치 않으세요.
점심을 제가 차릴 예정인데
여럿이 있으면 시어머니가 반찬도 이것저것 꺼내고 데우고 하시고,
두분이 계시면 아침에 먹다 남긴걸로 진짜 가볍게 드시거든요??
점심 먹을 시간에 두분이 누워 계시길래
일단 두분 드시라고 간단하게 차려드리고
저희는 먼저 간다고 그랬더니 내심 반가워 하시더라고요.
너희는 밥 안먹냐? 그러시길래, 아침밥을 원래 안먹어서 그런지 배가 안꺼졌다고
그냥 남편이랑 아이 잤던 방 치우고 청소기 돌리고
시부모님 드신거 설거지 해놓고 다같이 나오는데
오히려 좋아하시는게 눈에 보이네요.
항상 힘드니까 나오지 마시라고 하는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꼭 차 후진해서 나가는 길목까지 따라나오셨는데
집앞에서 문만 열고 손 흔드시는 것도 그렇고 정말 많이 늙으신 것 같아요.
시누네가 근처에 사는데
저한테만 살짝 시누네 안왔으면 좋겠다 그런말까지 하시더라고요.
딸이랑 손주는 자주 보는데 굳이 명절이라고 올필요없고 사위는 아직도 되게 어려워하세요.
또 청소하고 음식 아무래도 해야하니 힘드셔서 그런지.
더 연세드시면 또 어떤 풍경으로 변할지. 마음이 좀 서글퍼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