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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부모님이 연세드시니 얼른 집에 가길 바라시네요

.... 조회수 : 5,264
작성일 : 2024-09-17 15:46:07

불과 10년전만 해도 시댁에서 무조건 2박은 해야했고 

제 옷보따리가 작으면 하루 자고 가버릴까 싶어 시어머니가 홱 삐지고 그러셨어요.

차로 1시간~ 멀때는 2시간거리 살았고 3주에 한번은 무조건 봤는데

명절에 자고 가는걸 진짜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제가 너무 힘들었죠.

 

애 어릴때는 특히요. 

시부모님은 손주가 너무 이뻐서 더 오래 보고 싶지, 

2일 자고 간다해도 아쉬워하고 싫은 기색 하셨었죠 

애기 짐이 또 얼마나 많아요.

 

근데 지금은 시부모님 두 분이 너무 늙으셔서 그런지  

제가 다 밥하고 치우고 하는데도 힘들어 하시는게 눈에 보여요.

김치통 드는 것도 무거워하셔서 제가 시어머니 꽁무니 쫓아다니면서 김치통 꺼내고, 쌀푸고, 떡 담고 그래요.

 

한 3년전부터는 저 시댁에서 안잡니다.

남편만 아이데리고 하루 전에 가있고요.  무조건 남편이 부모님 모시고 나가 외식해요. 

 

저는 오늘같이 추석 당일 새벽에 가고요.

 

그러고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까지 먹고 헤어지던걸, 

작년부터는 아침밥, 점심밥 먹고 가는걸로... 이렇게 굳혀졌는데

 

오늘은 아침밥 다 차려서 먹고 설거지하고 과일 먹고 하니

시부모님이 피곤해서 낮잠 주무시더라고요.

 

시어머니는 투병중이시고, 시아버지는 노환이셔서 몸이 편치 않으세요.

 

점심을 제가 차릴 예정인데 

여럿이 있으면 시어머니가 반찬도 이것저것 꺼내고 데우고 하시고,

두분이 계시면 아침에 먹다 남긴걸로 진짜 가볍게 드시거든요??

 

점심 먹을 시간에 두분이 누워 계시길래 

일단 두분 드시라고 간단하게 차려드리고

저희는 먼저 간다고 그랬더니 내심 반가워 하시더라고요.

 

너희는 밥 안먹냐? 그러시길래, 아침밥을 원래 안먹어서 그런지 배가 안꺼졌다고 

 

그냥 남편이랑 아이 잤던 방 치우고 청소기 돌리고 

시부모님 드신거 설거지 해놓고 다같이 나오는데 

오히려 좋아하시는게 눈에 보이네요. 

 

항상 힘드니까 나오지 마시라고 하는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꼭 차 후진해서 나가는 길목까지 따라나오셨는데

집앞에서 문만 열고 손 흔드시는 것도 그렇고 정말 많이 늙으신 것 같아요.   

 

시누네가 근처에 사는데

저한테만 살짝 시누네 안왔으면 좋겠다 그런말까지 하시더라고요. 

딸이랑 손주는 자주 보는데 굳이 명절이라고 올필요없고 사위는 아직도 되게 어려워하세요. 

또 청소하고 음식 아무래도 해야하니 힘드셔서 그런지.

 

더 연세드시면 또 어떤 풍경으로 변할지. 마음이 좀 서글퍼지네요 

IP : 58.29.xxx.1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ㄹㄹㄹ
    '24.9.17 3:50 PM (221.147.xxx.20)

    원글님 좋은 분이시네요
    비뚤어진 마음이 될 수도 있을텐데...
    시부모님이 좀 어렵고 멀긴 해도 나이드시는 게 안타깝고 슬프더라구요
    내 자식을 사랑해주는 이 세상 몇 안되는 분들이잖아요
    그분들 돌아가시면 얼마나 허할까 생각해요 ㅠㅠ
    제 아버진 이제 90가까이 되셔서 더 그렇고요 ㅠㅠ

  • 2. 몸이
    '24.9.17 3:52 PM (211.206.xxx.191)

    안 따라주니 그냥 둘이 있는 게 마음 편한거예요.
    오늘 음식해서 시부모님 전해드리고 외식하고 돌아 오는
    차 안에서 내일 친정 가는데 남편도 같이 가자고 해서
    제가 싫거든요? 그랬어요.
    그냥 연로해지면 내 자식만 편한거라서 울엄마 편한 게 최고죠.

  • 3. 맞아요
    '24.9.17 3:53 PM (1.235.xxx.154)

    더 나이드시면 오지마라 하실지도
    전 큰아이 고등되고는 친정에서 자고 오지않았어요
    9시차타고 서울오면 12시가까이 되더라도 그냥올라왔는데 넘 편했어요
    친정에서 저녁만 먹고 일어났죠

  • 4. ....
    '24.9.17 3:55 PM (58.29.xxx.1)

    저희 시아버지도 곧 90이신데
    진짜 70대때만 해도 재밌는 말씀도 많이 하시고, 손주들하고 몸으로 놀아주고 그러셨는데
    아침밥 드시고 TV보다가 거실에서 바로 잠드셨는데
    농사지으시니까 온몸이 까맣게 익어가지고 너무 마르시고 주름이 많더라고요.
    시어머니랑 두분이 참 싸우기도 많이 싸우셨는데
    지금은 귀찮아서 못싸우고
    서로 말하는게 안 들려서 못싸운다고 그런 농담하세요 ㅋㅋ

  • 5. ㅇㅇ
    '24.9.17 3:58 PM (211.179.xxx.157)

    시누가 가까이 살아서 복받으셨네요.
    시누가 이사라도 가보세요.
    구멍이 펑 뚫닙니다.

  • 6.
    '24.9.17 4:20 PM (218.234.xxx.24) - 삭제된댓글

    저희도 양가 한끼씩 먹고 와요
    친정은 외식후 과일 다과후 헤어지고
    시댁은 가까이 살아 그런가 밥 먹고 두시간만에 집에 가네요
    다 아쉬워하지도 않아요
    그게 맞죠
    서로 힘든데

  • 7.
    '24.9.17 4:21 PM (218.234.xxx.24) - 삭제된댓글

    저희도 양가 한끼씩 먹고 와요
    친정은 외식후 과일 다과후 헤어지고
    시댁은 가까이 살아 그런가 밥 먹고 두시간만에 집에 가네요
    다 아쉬워하지도 않아요
    그게 맞죠
    서로 힘든데
    기운들이 얼마나 좋음 며칠씩 손님 치루는지

  • 8. ㅇㅂㅇ
    '24.9.17 4:22 PM (182.215.xxx.32)

    농담이 웃프네요
    님이 두노인을 따스한눈길로 봐주셔서
    글읽는 마음이 아주 따뜻하네요

  • 9.
    '24.9.17 4:23 PM (218.234.xxx.24)

    저희도 양가 한끼씩 먹고 와요
    친정은 외식후 과일 다과후 헤어지고
    시댁은 가까이 살아 그런가 밥 먹고 두시간만에 집에 가네요
    다 아쉬워하지도 않아요
    그게 맞죠
    서로 힘든데
    부모는 나이들어 힘들고 자식들도 다 일해서 힘들고
    기운들이 얼마나 좋음 며칠씩 손님 치루는지

  • 10. 투병중이시면
    '24.9.17 4:26 PM (218.48.xxx.143)

    시어머니가 투병중이시면 이제 명절이고 뭐고 없으실겁니다.
    건강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을실때나 온 가족이 모이는거죠.

  • 11. ㅇㅇ
    '24.9.17 8:37 PM (222.233.xxx.216)

    원글님 따뜻한 분 같아요

    부모님 연로해지시는거 마음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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