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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냉장고 청소해서 너무 행복해졌어요.

..... 조회수 : 1,838
작성일 : 2024-09-16 22:26:38

제가 깔끔한 편인데 주방청소는 진짜 못하고 싫어해요.

매일해도 또 언젠가 저도 모르게 더러워지니까요.

어떤 성우 여자분? 나이좀 있으신분이

자기는 주방만 보면 망치로 때려부수고 싶었다나? 하시던데

제가 그런 타입이에요.

 

방도 깨끗, 화장실도 깨끗한데 주방은 제가 참 싫어하는 공간.

설거지는 뭐 다음날 하기 일쑤고요.

(음쓰처리기, 식세기 있어도 싫어요. ㅠㅠㅠ 저절로 식세기로 들어가는것도 아니니 손 설거지나 매한가지 느낌이에요. 저한테는)

 

냉장고 청소를 항상 미루는 편이라 잘 안해요.

안에가 쑥대밭이고 그냥 케찹, 앞에 있는 반찬통 정도 꺼내서 먹어요.

요번에 한 4~5개월만에 한거 같아요. 

 

시어머니가 저희 먹는 밑반찬은 거의 다 해서 보내주시는데요.

멸치볶음, 건어물볶음, 콩장, 계절마다 온갖 김치, 장아찌 등

 

근데 내일 시골에 올때 반찬통 싹 갖고 오라고 꼭 당부를 하셔서

반찬통 정리하느라 냉장고 청소한거에요.

 

와....냉장고 청소 다하고 나니

진짜 어디 찬바람 부는 겨울산에 올라가서 야호!!!!!!!!!!!!!!!!!!!!!!!!!!!!!!!!!하고 싶은 이 기분.

 

남편, 아이 없을때 (먼저 시골 내려갔음)

혼자 청소하는데 저도 모르게 제 자신에게 욕을 욕을.

에라이 미친 year아. 

 

도대체 먹지도 않을 브로콜리는 뭐하러 사서.

전 이 둥그렇게 곰팡이 슨게 뭔가 했어요? 

겉부분에 꺼멓게 죄다 곰팡이.

 

모짜렐라 피자는 나름 살림꾼인척? 소분해서 지퍼백에 가지런히 놓고

그 상태로 냉장고 몇개월.

군데군데 보라색으로 곰팡이 피었더라고요.

 

먹다남긴 육포 (제대로 밀봉 안한 상태로) 열어보니

육포가 아니라 흙포 (먼지 그득하게 썪었음)

 

그놈의 숙주, 콩나물은 대체 요리도 안하면서 왜 사제끼는지 노이해.

숙주 2봉다리는 아예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서 가위로 잘랐더니.

숙주쥬스가 되어있더라고요, 꼭 짰더니 제 앞머리 숱 정도되는 초라한 숙주 몇 가닥

 

먹다남은 샐러드 드레싱은 왜 그리 많은지

한번 따서 먹고 며칠 지나면

제가 제 자신을 못 믿는거죠.

(저거 드레싱 한 3개월 지난거 같은데? 왠지 상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외면하고 또 사고 

 

오이는 왜 그리 아껴먹었는지 

팍팍 먹지.

오이 비싸다고 국수 할때 먹어야지, 짜장면 먹을때 탕탕이 해먹어야지.

피클 해먹어야지. 

그러고 그렇게 썩혀 버리는거에요.

 

진짜 제 뚝배기를 탕탕이 해버리고 싶을만큼 오이 10개를 버렸어요.

손으로 주물탱 하니 바로 오이 탕탕이 되더구만요. 

 

두부 쓰고 남은 것 물 담궈서 잘 보관해야지 맘먹고

두부팩 열은채로 반모 넣어놓고 내일 써야지 하고 3개월 지나니 두부가 갈색 

 

밥은 한꺼번에 지어서 각각 밥팩에 넣는데

한팩이 저 뒤로 떨어져있더라고요?

열어보니 통째로 시꺼먼 곰팡이 그 자체라 통하고 같이 비닐에 칭칭 감아 쓰레기통으로 

(음쓰로 들어갔다가 가축들 병날까봐)

 

상추는 아껴먹는다고 반만 아껴먹고 나머지 넣어뒀는데 시들시들하다못해 곤죽 되기 직전이라 보내주고요.

무는 원래 제 종아리 만한건데 제가 껍질까서 일부 쓰고 대충 안에 던져뒀더니 쭉쭉 말라비틀어져서

우리 강아지 종아리만하게 축소되서 넘 놀람.

 

팽이버섯이 아무런 양분없이 저럴수가 있나 싶을정도로 

굵고 길게 (봉지 안에서) 쭉쭉 뻗어서 버섯머리가 느타리 버섯정도 된거. 그것도 버림요 

 

먹지도 않는 양배추는 사고 사고 또 사서 쓰다만 까만 양배추 (다행히 반통짜리로 삼) 3통 버리고요?

뭐 투명한 비닐안에 든 야채 이게 뭐지 싶어 눌러보니 물이 찍 ㅋㅋ 

양상추였음 ㅋㅋㅋ 물컹물컹한 양상추 물에 씻어내니 속에는 또 싱싱하게 남아서 그건 또 

찹찹 썰어서 먹었네요.

 

두부는 사고 사고 또 사고 

이번달 내내 먹어도 될만큼 많고 

케찹도 다 쓰기 전에 냉장고 내에서 못찾고 잃어버려서 다 썼나봐 해서 사고 사고 3개가 있고

배달음식 시켜먹고 남은거 내일 먹어야지 하고 3개월 지남 ㅋㅋ

 

마라탕 상한거에서 그런 무서운 냄새가 나는지 처음 알았어요.

 

다행히 반찬은 큰 통에서 먹을만큼 덜어먹고

제가 만든건 일품요리라 당일 먹어치우고

시어머니가 해주신 밑반찬 덜어먹을 뿐이라

요리된 거 버린건 거의 없고 주료 원재료인데 너무 아깝고 참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네요.

 

하루 5분만 냉장고 청소해서 이 정도는 아닐텐데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저도 모르게 제 자신에게 욕을 막 퍼부었어요.

 

여기까지는 일반냉장고였고

김냉으로 가서 

제가 잘못 담가서 영원히 익지 않는 미스테리한 깍두기 한통 버렸고

쉬어빠진 신김치랑 냉동실에 있던 알수없는 여러 돼지고기 합해서 김치찜 해놨어요.

다행히 맛있음

 

작년 여름 받아온 총각김치가 아주 "저 식초에요~~~ 저 완전 쉬어빠졌어요~~~" 하고 있길래

씻어서 멸치육수 넣고 들기름에 설탕넣고 팍 쫄였더니 넘 맛있어서 놀람. 

 

콩장장 해주셨는데 다 못먹었는데

또 해주시고 또 다 못먹었는데 또 해주시고

그렇게 콩장만 3통. 

 

뭐라도 해먹어야지 죄책감 들어 못 버리고 있던 거 최근 해주신거 한통 남기고 버렸습니다.

1년 넘은 깻잎 장아찌, 분명 깻잎이었는데 고수 냄새로 바뀐거 그것도 버렸어요.

 

팍 쉰 옛날 배추김치 씻어서 만두할까, 지질까 고민하다가 버렸어요.

만두 잘못 만들어서 지들끼리 들러붙은거 어떻게 다시 회생시켜 먹으려고 놔둔거 버렸어요.

 

냉장고 2개 정리하니

제 머릿속이 다 정리된 느낌!!!!!!!!!!!!!!!!!!!!!!!!!!!!!!!!!!!!!!!!!!!!!!

갑자기 슈퍼우먼이 된 것같이 

몸이 힘들어서 처지는게 아니라 박카스 두병먹은 것처럼 힘이 막 뻗쳐서 

남은 빨래 다하고 개고, 반찬통 싹 씻어 엎어놓고 주방 가스렌지까지 박박 씻어내고요 

 

쓰레기버리러 3번을 왔다갔다 

저 오늘 밤새서 청소하라면 할 것 같아요. 

기운이 펄펄 넘쳐서 탕에 물 받아놓고 때밀고 눈썹밀고 발 각질 밀고

강아지 데리고 이 습한 저녁에 저 멀리 남의 동네까지 다녀왔어요 

 

근데 내일 새벽 시댁 가야되서 일찍 자기는 해야되네요. 

 

저 사실 주방정리 진짜 못해서 주방이 늘 폭탄 맞은 것 같은데

냉장고 정리 야무지게 하고 나니 

자신감 뿜뿜입니다.

약간 제 자신을 위한 기록으로 씁니다. 

(또 언젠가는 냉장고 청소할 그날 다시 읽어볼 요량으로) 

IP : 58.29.xxx.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24.9.16 10:44 PM (211.217.xxx.54)

    저 이번에 냉장고 고장나서 강제로 비우게 됐는데
    새 냉장고 사고도 그 상태가 어무 쾌적해서
    딱 먹을 만큼만 사서 먹지 냉동실이나 냉장실에
    꼭 필요한 것 말고는 안 장이게 되더라고요
    잘 유지하시기 바랄게요 저도, 원글님도!!!

  • 2. ㅋㅋ
    '24.9.17 4:06 AM (58.235.xxx.30)

    너무 공감 되는게 많은데
    왜그렇게 웃음이 나죠
    글 참 재미있게 쓰시네요

  • 3. ♡♡♡
    '24.9.17 5:41 AM (14.4.xxx.68)

    저도 너무 공감되고 글을 재밌게 쓰셔서 마니 웃었네요!! 청소하신다 정말 노고많으셨고 모두 행복한 명절 되세요!!!

  • 4. ㅋㅋㅋ
    '24.9.18 8:06 AM (61.82.xxx.210)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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