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둘째이시라 집에서 차례는 없었지만
명절 분위기 낸다고 전, 나물, 탕국, 갈비찜 등등으로
당일 모여서 식사하는게 명절 풍경이었어요.
저 음식들 중 전만(꼬치전, 깻잎전, 가끔 육전이나 새우튀김) 저희 집에서 해가고
나머지는 어머니가 하시고..
올 봄에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이번이 첫 차례입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오전부터 준비해서 서너시쯤 끝나고
컵라면으로 이른 저녁 먹고 이제 한숨 돌립니다.
우리 아버님,, 경상도 싸나이시라 무뚝뚝하시긴하지만 은근 다정하셨어요.
임신 중일때 가끔 뵈러가면 마당에서 쪼금 나는 무화과랑 블루베리 미리 따놨다가
저만 먹으라고 싸주시고
아이 낳으러 갈때 친정오빠는 제왕하지 말고 자연분만하라고
제왕은 다 의사 상술이라고 씨부렸었는데
우리 아버님은 힘주다가 아플거같으면 그냥 바로 수술하라고..
고생하지 말라고 하셨었죠.
가끔 섭하게도 하셨지만 저런 감사했던 일들로 무한 상쇄되더라구요.
아버님 돌아가시기 전에 식사 제대로 못하셨던게 생각나서
더 맛있게 더 정성스럽게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맛있게 드셔주시겠지요?
남편은 나중에 어머님 안계시면 제사 안지낼거라고 하지만 전 하고싶다 했어요.
저도 제사라는게 참 쓰잘데기 없다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 아버님 드실거라 생각하니..
뭐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 친정엄마아빠라면 더더욱 하고 싶을것 같고요.
다만 형식은 바꾸겠다고.
고인 평소 좋아하셨던 음식으로만 차리겠다고요.
모여 앉아 함께 먹자고요.
예시로, 내 기일엔 모여서 떡볶이에 닭강정 먹으면서 하하호호 내 얘기해라.
남편 기일에는 제육볶음이랑 꼬막이랑 담배 한보루 놓고 밥 먹으마.
더 필요한거 있으면 죽기전에 미리 말해줘라. ㅎㅎㅎㅎ
그런식으로 하면 제사가 피곤한 행사는 아니지 않을까 싶네요.
에효.. 마무리 어케하지.
82언니들 명절 아프지 말고 무사히 잘 넘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