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여름성경학교에 가겠다고 나섰다. 출장중인 아내를 대신해 며칠 와 계신 열혈신자이신 어머니는 반색을 하면서도 짐짓 ""아빠한테 허락을 받아야지"한다. 나는 두말없이 허락한다.
종교적 평화는 다른 이의 신앙을 '같은 정상을 향하는 다른 등산로'라 생각하는 데서 시작한다.
"차 조심하거라." 신바람이 나서 뛰어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잠시 상념에 잠긴다.
그들에게 종교가 시작되었다. 나는 그들이 가는 교회가 크게 나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때론 좋은 것보다 나쁜걸 알아보는 게 더 약이 될 수도 있으니 그저 지켜보기로 한다.
아이들은 오늘부터 제 앞에 나타나는 이런저런 종교적 재료들을 제 삶과 세상의 진실에 반추해 가며 제 나름의 것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김규항 [나는 왜 불온한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