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삶에 도움되는 소소한 장점들

하하 조회수 : 5,523
작성일 : 2024-09-13 19:04:33

저는 어릴 때부터 공부공부 억압적인 부모 밑에서

일류대 못가면 죽는줄, 전문직 가지지 못하면 죽는줄

그 틀에 맞추지 못하면 살아도 가치 없는 개돼지 쓰레기인줄

그렇게 말도 안되는 정신교육을 받으며 자랐어요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되는줄 알고 공포에 쫓기며 살아서

전문직은 아니지만 좋은 직업 가지고 남들한테 칭찬받으며 사는데요

 

막상 살아보니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직업이 아니더라고요

어떤 직업을 가지든지 숨가쁘게 아둥바둥하면서

자괴감 8 성취감 2의 삶을 사는건 똑같았을것 같아요

어떤 직업 어떤 직장도 꽃방석은 없더라고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일수록 달성해야 하는 수많은 기준들이 있는 거고요

 

오히려 자랄 때는 칭찬도 받아보지 못했고 

나에게 그런 좋은점이 있는줄도 몰랐던 많은 소소한 장점들이

삶을 정말 윤택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저는 요리하는걸 아주 좋아하고 잘하는데

우리 뭐 맛있는거 해먹을까 하고 뚝딱 차려내면

갑자기 없던 가족의 화목도 팍팍 솟아나고

 

청소 좋아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시간 에너지 투입해서 꽤나 깨끗한것처럼 보이게 하기를 잘해요

후닥닥 15분만 날뛰면 집 깨끗하게 만들수있음

 

친구를 잘 사귀고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해서 

아이들 어릴때 바쁜 워킹맘이었어도 동네 엄마들과 잘 지내고

학교생활에 필요한 것들 귀동냥도 열심히 하고 

주말이면 애들 엄마들 노는데 잘 끼어서 외롭지 않게 잘 지냈고요

손재주가 있어서 마사지를 잘해줍니다

남편이 시무룩해있다가도 등 마사지 조금 해주면 헤벌쭉 좋아하고요

노래를 잘하는건 아닌데 바이브레이션이 좀 돼요

제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노래 몇곡 알아두면

오오 ㅇㅇ씨 노래도 잘하네 하고 노래방에서 분위기도 잘 띄워요

 

누가 뭘 필요로 하는지 잘 눈치채고 샥샥 채워줘서

어느 회장님 비서실로 스카우트 제안도 받아봤어요

한 사람 눈치만 보면서 살기는 너무 피마를 것 같아서 거절했지만

잠시 혹할 정도로 좋은 대우에, 회장님 따라서 많은걸 누릴 수 있는

(이탈리아 와이너리 잘 가신다고 해서 ㅜㅜ)

잠깐 황홀한 백일몽은 꾸어보았네요 

 

이런건 공부나 돈버는 능력하고는 하등 관계가 없는데

제가 느끼는 삶의 만족도를 아주 높여주더라고요

제 친구 역시 직업과는 관계 없이 눈썰미가 아주 좋아서

너는 이 스타일이 잘 어울려 하고 옷이나 헤어 권해주면

그리 찰떡같이 잘 맞더라고요

그 친구를 보면서 아 패션센스 있는 것도 무지 좋은 일이구나 생각했어요

다른 친구가 아이패드로 슥슥 그려서 보내준 캐리커처 연하장도 너무너무 멋있어서

아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무지 멋진 일이구나 생각했고요

 

너무 큰거 남이 가진것만 부러워하지 말고

각자 자기가 가진 소소한 장점들을 누리고 즐기면서 사는거 참 좋은 거 같아요

그냥 연휴 직전 기분좋은 저녁에 차린 마파두부가 너무 황홀한 맛이라서

스스로 자뻑하다가 써봅니다

다들 좋은 명절 보내세요

IP : 121.160.xxx.78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9.13 7:10 PM (211.179.xxx.157)

    이건 너무큰 장점인데요.
    친구, 원하는사람 비위맞추는기술만 해도 대단하심

  • 2.
    '24.9.13 7:11 PM (118.235.xxx.222)

    다 읽고 나니 닉네임에서 후광이...

  • 3. 오~
    '24.9.13 7:13 PM (106.102.xxx.140)

    너무 좋은 글 감사해요
    지금 저에게 가장 필요한 말씀주셔서 동기부여가 되네요

  • 4. ..
    '24.9.13 7:15 PM (110.15.xxx.133)

    와~~
    너무 부러운데요. 좋은 직업 못지 않은 너무 큰 장점들이네요.
    자신의 그런 재능들을 찾아내고 나의 장점이라고 인정하는
    마인드도 멋집니다.
    원글님 재능도 있고 재주도 많은, 주변인들도 기분 좋게 해주는 좋은 사람 맞습니다.

  • 5. ㅇㅇ
    '24.9.13 7:19 PM (211.179.xxx.157)

    억압적이면 강박이 심할텐데
    삶에 대한 결에 빠른 통찰력이~

  • 6. ...
    '24.9.13 7:21 PM (211.110.xxx.9)

    님~멋져요~

  • 7. 와우
    '24.9.13 7:29 PM (210.96.xxx.10)

    장점이 너무 많으신거 아녜요?
    요리
    청소
    사회성 (친구관계)
    손재주
    눈치
    게다가 전문직까지..
    요즘 말하는 육각형 인간이신데요? ㅎㅎ

    원글님 글 공감해요

  • 8. ...
    '24.9.13 8:07 PM (112.148.xxx.119)

    집안 친척들 둘러 보면
    남자나 여자나 그런 사람들 몇몇 있어요.
    결혼하면 아주 잘 살 성격이요.
    근데 외모나 직업이 안 받쳐 주면
    결혼 못 하고 독거 노인으로 살더라구요.
    자발적 비혼 아니고 결혼 하고 싶은데 못 한 거요.

  • 9. 맞아요
    '24.9.13 8:16 PM (182.214.xxx.17)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일수록 달성해야 하는 수많은 기준들이 있는 거고요 22222222222

    82나 의사들 욕하지 그 삶 찬찬히 살펴보면 수많은 기준을 일에서도 계속 맞춰야 하는 가여운 인생들이더군요.
    전생에 사람 수천 죽여서 의사로 환생하는건 아닐까 생각해본적도 있어요. 업장소멸 하는거요.
    그리고
    원글 말마따나
    보상 많이 주는 곳은 돈은 좋긴 하지만은요
    그만큼 정신적,물리적 책임도 따라서 좀 덜벌고 널널한곳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었더라고요.

  • 10. 원글님
    '24.9.13 9:06 PM (182.210.xxx.178)

    멋진 분 같아요~

  • 11. ...
    '24.9.13 9:41 PM (124.195.xxx.77)

    원글님이 갖고 계신 게 소소한 장점이 아니라 엄청 큰 장점이네요^^

  • 12. 하하
    '24.9.13 9:54 PM (121.160.xxx.78)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당
    사실 큰 장점이라기엔 소소한, 진짜 고수가 보면 애개 뭐야 할 정도인데 그냥 중상 정도만 되어도 삶이 윤택해지더라고요. 뛰어난 한가지 재주보다는 그만그만 두루 갖춘 여러 장점들이 살기엔 더 좋은게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ㅎ
    저희 부모님은 공부와 성적 재능만 강조하시고 나머지 장점들은 오히려 인생 망쳐 뿌리뽑아야할 잔재주처럼 여기셔서 오히려 욕만 먹곤했어요. 친구들과 떡볶이 한번 만들어먹어도 쫓겨나도록 혼나고 라디오 들으며 노래 흥얼거려도 난리나고 그런 식. 근데 살아보니 부모님 생각과는 정반대였다는 거죠.
    부모님이 강조한 전문직은 결코 적성과 맞지 않았고 대기업 직장인 되는 정도로도 너무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는 식이었는데 점점 더 기대치에 어긋나 이제는 워라밸 좋은 강소기업으로 갈아탔어요. 부모님은 어디 듣보 회사에 다니는 딸이 망신스러울 지경이지만 근데 다 저의 선택이었고 저는 의외로 가정생활을 즐거워하는 타입이었으므로 빡센 직장 다닐 때보다 삶의 만족도는 높아졌다는 그런 이야기에요. ㅎ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모두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 13. 크림
    '24.9.14 6:45 AM (222.109.xxx.222)

    삶에 도움되는 소소한 장점들....
    유쾌함, 현면함, 명랑함이 느껴지는 글이 참 좋아요.
    댓글들도 기분 좋아지네요.
    나와 주변인들의 장점을 곰곰 생각해보게 되는군요. 감사히 참고할게요~

  • 14. 크림
    '24.9.14 6:46 AM (222.109.xxx.222)

    오타) 현명함 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24885 남자 어르신들이 차례음식 준비하는 경우 있을까요? 13 ........ 2024/09/14 1,348
1624884 조영남 "전처 윤여정, 같이 사는 거나 다름 없다&qu.. 35 ... 2024/09/14 23,398
1624883 동태 세팩 샀는데 날씨 선선해지면 하려구요. 5 그냥놀기로 2024/09/14 1,246
1624882 본인이 행복한지 모르는 노인 15 ㅠㅠ 2024/09/14 4,695
1624881 BTS 정국 측 .어린 아티스트 방패막이 47 .. 2024/09/14 5,366
1624880 백억대 자산가 공무원 며느리 10 전에 2024/09/14 7,182
1624879 깻잎반찬 맛있는곳 아실까요? 늦더위 2024/09/14 457
1624878 동그랑땡 껍질이 분리 돼요 8 동그랑 2024/09/14 1,550
1624877 채소값 너무 심하지 않나요? 27 ........ 2024/09/14 5,474
1624876 추석 3 가끔은 하늘.. 2024/09/14 875
1624875 PAT 3 2024/09/14 1,132
1624874 조상들은 왜 벌초하는 형제는 복을 안주고 14 웅웅 2024/09/14 4,555
1624873 나가 사먹자 해도 뭣하러 나가사먹냐는 시모와 다 준비해두셨다는 .. 5 지팔지꼰 2024/09/14 3,736
1624872 화장실청소..매일 하세요? 13 ㅇㅇ 2024/09/14 5,963
1624871 80년대 후반 5천원이 지금 얼마일까요 8 가치 2024/09/14 1,382
1624870 베테랑 평점이 왜케 낮아요? 9 333 2024/09/14 3,183
1624869 기침이 계속 날 때 입에 물고 있으면 좋은게 있을까요? 17 ... 2024/09/14 2,390
1624868 급질요!뜨거운물에 담군 빨래가 다 쭈굴쭈굴해졌어요ㅠ 5 급질입니다 2024/09/14 1,357
1624867 혼자 명절보내는 분들. 뭐 해드시나요? 17 혼자 2024/09/14 2,671
1624866 아티스트 이용 말라네요 24 정국 2024/09/14 4,611
1624865 갈비찜에 단호박 썰어 넣을까요? 7 모모 2024/09/14 1,272
1624864 마트에 딸기 팔까요? 3 요즘 2024/09/14 969
1624863 홈플러스 송편도 먹을만 3 @@ 2024/09/14 1,181
1624862 미용실에서 기다리는데 . 2024/09/14 922
1624861 정국 -Don’t use them 14 .. 2024/09/14 3,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