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승 무 by 조지훈

,,, 조회수 : 1,132
작성일 : 2024-09-13 07:55:57

아침에 조지훈의 승무를 감상해 보아요.       

 

 

            승 무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IP : 122.35.xxx.22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9.13 7:59 AM (122.36.xxx.234) - 삭제된댓글

    맨 첫줄에 하나 빠진 것 같은데요.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 2.
    '24.9.13 8:19 AM (58.29.xxx.31)

    학교 다닐땐 감흥없이 외우기만 했는데 나이 들어 다시 보니 눈 앞에 그려질듯이 시를 무척 잘 썼네요

  • 3. 영통
    '24.9.13 8:36 AM (106.101.xxx.33)

    고등 때 그냥 외웠는데
    어느 날. 테레비전에 승무 영상에 이 시가 읊어지는데.

    저 모습을 이렇게 언어로 표현했구나..
    시 언어의 레이스
    시 언어의 로코코..같다 느꼈어요

  • 4. 조지훈
    '24.9.13 8:40 AM (182.209.xxx.124)

    저는 조지훈 시인 글 너무좋아해요
    원글님 덕분에 아침에 시집을 다시 찾아서
    읽었네요 ㅎ

    저는 사모와 낙화를 좋아해서 올려봅니다

    사모_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 5. 조지훈
    '24.9.13 8:43 AM (182.209.xxx.124)

    낙화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6. 시인이여
    '24.9.13 8:43 AM (181.120.xxx.78)

    이분 아들이 현 외교부장관이잖아요.ㅠㅠㅠ

  • 7. 감사
    '24.9.13 9:10 AM (221.138.xxx.252)

    원글과 댓글님들 감사해요.
    아침부터 감성충만해지네요..
    저렇게 아름다운 시들이 왜 학창시절에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 8.
    '24.9.13 9:51 AM (211.36.xxx.164)

    181.120님 몰랐어요ㅠ
    조지훈시인 넘나 애정하는데
    아 진짜 화나요

  • 9. 쓸개코
    '24.9.13 12:05 PM (175.194.xxx.121)

    이 시를 좋아해서 고등때 외우고.. 아직까지 반절은 저절로 외워집니다.ㅎ
    182.209.xxx.124님 시 두편 감사해요. 잊고 있었는데 다시 봐도 절절하니 너무 좋군요.
    아 진짜 좋다..
    근데 아들이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0236 전자렌지에 라면 끓일 수 있나요? 10 ... 2024/09/14 1,531
1630235 추석전날 차례음식준비할때 에어컨틀고 창문열어놓고 해야하는데… 4 날씨가왜이래.. 2024/09/14 1,757
1630234 임성근, 채상병 사건 ‘수사 중’이던 박정훈 대령에 수차례 개별.. 2 !!!!! 2024/09/14 1,960
1630233 시부모님 돌아가신 명절 스트레스 66 ㅡㆍㅡ 2024/09/14 20,144
1630232 대상포진 주사 몇번맞으셔요? 1 조스터박스 2024/09/14 1,403
1630231 다들 전기세 나왔나요? 37 ........ 2024/09/14 6,143
1630230 스테로이드, 당뇨병 유발 위험 12 ... 2024/09/14 3,636
1630229 학폭가해자가 청첩장을 보냈다네요. 14 ... 2024/09/14 4,493
1630228 후회할 걸 알면서 또 사는 것 있나요? 4 봄날처럼 2024/09/14 2,482
1630227 죄책감 3 마늘꽁 2024/09/14 919
1630226 금투세 안되는 쪽으로 기울었다네요 11 ,,,, 2024/09/14 2,934
1630225 역시 정국 상남자 33 .. 2024/09/14 4,394
1630224 손승연 보니 셀린디옹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네요 8 2024/09/14 4,504
1630223 여자들은 자잘한거에 참 욕심 많아요 17 ... 2024/09/14 5,720
1630222 스마트 워치 잘 쓰시는 기능 추천해주세요! 6 ... 2024/09/14 1,265
1630221 리사 블핑 중에 압도적으로 잘나가나봐요 21 .. 2024/09/14 6,137
1630220 추경호 겨냥 “학부모가 ‘의료대란 방패’니?” 6 비열한멧돼지.. 2024/09/14 1,859
1630219 100프로 확신에 차서 연애결혼하면 확실히 다른가요? 6 2024/09/14 1,137
1630218 오늘 에어컨 트는게 맞는거죠? 8 ㄷㄹ 2024/09/14 2,986
1630217 습도때문이겠죠? 2 아무래도 2024/09/14 2,023
1630216 오늘 무지개 봤어요 1 .. 2024/09/14 734
1630215 아들 한명 있는데요 10 …. 2024/09/14 4,722
1630214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는게 괜찮나요? 21 할아버지 2024/09/14 5,006
1630213 명절명언 그분 찾아서 유퀴즈 출연시켰으면 좋겠어요 7 ㅇㅇ 2024/09/14 2,854
1630212 30만원짜리 쇼파가 등받이가 낮아 너무 불편해요 7 쇼파 2024/09/14 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