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막내는 세젤귀였어요 자타공인.
몸이 매우 약해서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것 같은 아이였고
자주 아팠는데요
가만히 숨만 쉬어도 사람들이 다가와
어머, 얘 진짜 예쁘다...감탄하고 갔어요.
유난히 유난히 예뻤고 하는 짓이 유난히 귀여운 아이였어요
여자아이인데,
사람을 만나면 그 맑은 눈동자로 응시하다가
무해한 표정으로 두 팔을 쫙 벌려서 안게 만들고는
폭 가슴에 자기 얼굴을 묻으면
모든 사람들이 아이와 사랑에 빠졌어요
말은 또 얼마나 잘했는지....
사람들이 깜짝 놀라곤 했죠.
유아시절 해외에서 몇년 살았는데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언니가 다니는 취미활동 클럽에 쫓아가면
스타가 되었죠.
가만히만 있어도 애 어른 할 것 없이 아이와 말걸고 싶어했고,
이 아이는 내가 세상에서 본 가장 귀여운 생명체다..
이런 말을 수시로 들었어요.
심지어, 이 아이가 도시에 뜨면 도시 전체가 들썩인다고 그랬고요.
저와 남편도 밤마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는 난생 처음이다...란 주제로
30분 끝장 토론을 하다가 잤으니까요.
이 아이는 뭘해도 저 사랑스러움으로 성공할 애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아이가 유아기를 거치고 초딩을 지나 지금 중학생.
하늘하늘했던 아이가
약했던 기관지를 고쳐보겠다고 할아버지가 써온 약 한재 먹고
식욕이 폭발하더니
편식과 결합하여 살이찌기 시작.
지금은 비만 초입이고요. 몇년 지났는데 살 정착.
살찌니 예쁜 얼굴 다 소용없더라고요
집에 살찐 사람이 아무도 없건만
배둘레햄 때문에 제 바지도 못입어요.
초등 들어가면서부터 adhd와 학습장애가 발현되더군요
너무너무 부산하고 정신없고
공부 꼴찌에
난독과 난산으로 글도 잘 못읽어요
여러 해를 치료실 다니고 노력해도
잘 극복이 안되고
그로 인해서 책도 잘 못읽으니
어휘도 딸리고
사회성도 떨어지면서
언제부턴가 또래집단서 밀립니다.
이리저리 치이고, 당하고,
충동성이 올라가더니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아이 덕에 경찰서도 가보고,
사장님께 머리도 조아리고,
남의 어머니 앞에서 사죄도 하고,
....
어디서 혼자 벼락이라도 맞고온 것 아닌가 싶게
모든게 뒤바뀌어버렸어요.
집안 식구들이 모두 범생이에
공부가 업이에요.
아이의 세계가 아직도 잘 이해가 안되고,
내 기준은 아직도 무너지지가 않아요.
저는 너무 사회의 보통의 사람이었던 거죠.
보통 밖의 사람이 잘 이해가...안가는게 괴로워요.
그렇게 천사같던 아이가
지금은 준돼지가 되어서
맨날 패스트푸드 껍데기에 쌓여 누워서 동영상만 봅니다.
친구들도 비슷하게 취약한 아이들이더라고요.
자살하고 싶다는 아이, 자해하는 아이...
우리 아이가 그 안에서 괜찮을까..걱정도 되지만
친구가 목마른 아이라서 막기만 할 수도 없어요.
아이 잘하는 걸 찾아보려고 해도
왜 성실이란것도 어려운 걸까요...
세상 일이 이렇게 예측 불가구나...
밤이면 이슬이 맞도록 아이 걱정에 가슴이 두근대다가
아침이 되어 또 세수 새초롬히 하고
입을 오물거리고 밥 먹는 아이 뒤로 아침 햇살이 비칠 때,
아이 통통한 얼굴 속
아기때 그 예뻤던 얼굴이 오버랩 되는게
축복이라면 큰 축복이에요.
맞지, 그렇게 예쁜 아이가 너였지
그게 여전히 너 안에 있지
내가 그걸 못발견하는것 뿐이겠지
넌 변함이 없겠지..
존재만으로 한없는 존재지..맞지..
한 마디 합니다. 진심이라서.
참 예쁘다...너...예뻐.
아이가 흥..하면서 이쁜척 하며 다시 오물오물..
그리고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예쁘고 사랑스러울 때만 하는게 사랑이겠냐.....
지금, 지금 사랑하자고...
아이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아이가 맨발로 깨진 조개껍데기 위를 걷고 있을때
지금이라고...지금 사랑안하면 내가 할 말이 없는거라고..
갑자기 급진지해진 엄마의 몹쓸 갈겨쓴 신변잡기적 끄적임
용서해주이소................
오늘 아이 일로 또 어려운 자리 갔다가 돌아와서
낮술 한 잔 했심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