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주유소가 세로로 쭉 들어가야 하는데
주유기 대략 8대. 동시에 16대 주유 가능하지만
되돌려 나올 곳 없는 기다랗고 좁은 구조예요.
제 차 바로 앞에서 주유소에 들어선 차가
반 이상 비어 있는 다른 자리들 놔두고
하필 제가 유일하게 주유할 수 있는
제일 끝 조수석쪽 주유구로 고급유 주유할 수 있는
자리로 들어가더라구요
몇번 갔던 주유소지만 혹시나해서 안내하시는 분께
고급유 주유기가 또 있냐고 여쭤보니 제일 마지막 주유구
저거 하나라며 뒤에 가서 기다리라고 하셔서
그 차 뒤로 가서 기다렸어요.
앞 차에서 아저씨가 내리며 제 차를 흘깃 보더니
바지춤 추켜올리며 느긋하게 주유기 앞에 서서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그제사 지갑 꺼내고
카드 찾고 하길래 뒤에 차 기다린다고 신경 쓸 사람
아니구나 싶어 시동 끄고 기다렸어요.
고급유 노즐 말고 일반유 주유하는거 보며
다른 빈 곳도 많은데 하필 여기냐 싶었지만
어차피 순서 기다려야 하는거라 핸펀보며 기다리는데...
이 아저씨가 주유 끝내더니 어디로 가네요??
차도 안 빼고 어디 가는건가 싶어서 보니 화장실 가더라구요.
주유소에서 앞 차 주유하는거 기다리는건 당연한데
화장실 가는 것 까지 뒷차가 기다려줘야해요?
급하면 당연히 이해하겠지만 백 번 양보해서
뒷 차가 바로 따라들어와 기다리고 있으면
주유기 꽂아놓고 주유 하는 동안 다녀오던가
차 빼서 세차장 옆이나 주유소 나가면 거의 차 안 다니는
외진 곳인데 차 빼놓고 가야하는거 아닌가요.
전 그 차를 안 빼면 주유소를 빠져나갈 수도 없고
구조상 후진해서 나갈 수도 없는 상황.
룸미러로 보니 화장실 갈 때도 서두르는 법 없고
나와서도 느긋하게 걸어오는거 보니 빡쳐서 창문 내리고
화장실 가실거면 차를 빼고 가셔야져.
얼른 차 빼주세요.
했더니 ㅈㄹㅈㄹ 소리 지르며
아니 그럼 기름 넣고 화장실도 못가냐?
화장실 다녀온게 뭔 죄라고 차를 빼라 마라냐
그럼 니가 다른데서 기름 넣으면 되는걸 왜 나한테 ㅈㄹ이냐
난리난리 치길래 남한테 피해줬으면 부끄러운 줄 알고
빨리 차나 빼라고 저도 소리 질렀어요.
나는 이 주유구밖에 못 쓰는 차라 기다릴 수 밖에 없고
아저씨 차 때문에 오도가도 못 하고 있는거 안 보이냐고.
그랬더니 여자가 어디서 소리질러 이거 봐라?
내가 이걸 그냥 두나봐라.
이러면서 제 차 주위를 맴돌고 안내하는 분 붙잡고
소리지르며 하소연하고 난리도 아니길래
차 빨리 빼라고 소리질렀어요.
한참을 그러는데 ㅈㄹ하던가 말던가 냅뒀더니
안내 아저씨가 그만 하고 가시라고 하니
내가 저 아저씨 봐서 참는다 라는 식으로 씩씩대고
가더라구요.
오로지 자기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무식한 것들
정말 경멸하고 싫어요.
어째 자기를 둘러싼 상황이나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을 수 있는지 그게 더 신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