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저도 손절이라는 걸 하게 되네요.
몇년 전 친구 두 명과 작은 다툼 후에 안 보게 되었는데
나중에보니 둘 다 지독한 회피형이었습니다.
다툴 때 삐져서 한동안 말 안하는 거야
정도의 차이지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지독한 회피형 두 명은 명백한 잘못을 회피했고
저도 굳이 난리치기보다 그냥 넘기고 참아준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난리 쳤으면 더더더 일찍 손절'당했'겠죠 ㅋㅋ)
제가 적당히 의사 표현만 하고 더 난리 안치고 넘긴 이유는
1. 그 말도 안되는 상황 따위에 내 기분까지 망치기 싫어서.
2. 본인도 스스로 반성하고 교정하겠지 하는 당연한 믿음.
3. 나도 바쁜데 사사로운 거에 매어있을 시간이 없어서.
손절까지 이른 구구절절한 사연이야 너무 너무 많지만,
이 둘의 공통점을 생각해보자면
결정적으로, 1. 갈등상황을 해결할 생각(능력)이 없음.
2. 결과적으로 반성도 사과도 하지않음.
3. 나중에 보면 책임을 타인에게 투사함. 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긴 대화를 해도
남 얘기나 본인의 관심사는 밤새 말할지언정
막상 본인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는 말하는 법이 없었다는 것도요.
'본인 감정 하나 들여다보는 것에도 이렇게 힘들어하는구나' 싶어서 짠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 역시 남이 해줄 수 없고 본인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
그냥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랬더니 자연히 손절이 되네요.
오래고 친한 친구들인데도 기저의 심리를 저 또한 몰랐다는 게 놀랍고,
다 큰 성인이 제 문제 하나 스스로 해결을 못해서 저러고 있는 것도 신기하고,
둘도 없던 사이도 끊어지는 건 한 순간이구나 싶어 허탈하고,
또 그런대로 잘 적응해서 살게되네요.
나이든다고 절로 어른이 되고 현명해지는 것이 아니고,
이 과정은 자기인식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이 친구들은 자기를 들여다보는 첫 단계부터 도망을 가니
역시 여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구나 싶습니다. .
손절한 시점에는 제대로 사과도 안하고 도망가는 작태가
너무 화나고 짜증나고 분하기도 했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감정회로가 있겠지요.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지 모르겠지만,
어디서든 용기와 힘을 얻어 잘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시절인연이 갔구나 담담히 받아들이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