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제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징징거렸어요. 내용은 허리가 아프다, 시집와서 고생해서 몸이 다 망가졌다, 너희 아빠는 인정머리가 없다, 시집 식구들이 속썩인다 아빠가 돈을 적게 벌어온다 등등. 오죽하면 유지원생이던 제가 용돈 모은 걸 종종 엄마를 줬겠어요.
나도 중년이 되고 보니 엄마가 이해가 되는 게 아니라 더 이해를 못 하겠더라구요. 어린 딸한테 저런 얘길 매일 징징대고 하는 게 정상인가요? 전화하면 오늘은 어디가 아팠고 어디 나갔는데 어지러웠고 어쩌고 늘 아픈 얘기. 자라보니 우리 집안이 특별히 엄마를 힘들게 하는 유별난 집안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가족이었어요. 오히려 엄마의 동생들이나 엄마 아들이 심하게 막장이었구요. 아들이나 동생들이 힘들게 해도 그 얘긴 한 번도 안 했어요. 그건 본인 자존심이거든요.
커서도 보면 징징거리는 게 일상인 사람이 있더라구요. 오늘은 어디가 아팠고 어디가 안 좋았고 기분이 우울해서 집 밖을 안 나갔고 누가 나를 서운하게 대했고 등등. 극단적으로는 자살 시도도 하고 실패한 얘기도 여기 저기 전시하듯 해요. 나 모종의 일로 응급실 갔다가 조만간 폐쇄병동 들어갈거야 연락 안 되어도 놀라지 말고, 하는 식으로요.
그 와중에 또 본인은 굉장히 남을 배려해서 이런 얘길 하는거라는 식으로 자기 과시도 빠뜨리지 않구요. 남들이 본인한테 경우 없이 대해도 본인은 늘 똑바로 행동한다, 이런 걸 그냥 주절주절 말로 해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마치 내가 돈이 중요해서 이런 게 아니라, 이러는 사람이 제일 돈 때문에 진상부리는 거랑 같죠. 이런 점은 엄마도 비슷했어요. 본인이 늘 경우바른 사람이고 혼자 희생했고 제일 똑똑하다는 식이었지요.
이런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고 감정적으로 본인이 늘 우선인 것 같아요. 정말 상대를 배려한다면 어떻게 저렇게 매 번 모든 순간에 본인의 감정이 먼저일까 싶어요. 제가 장녀라 집안에서는 오랜만에 보는 아기라고 다들 예뻐해주셔서 아직도 친가 친척들과 사이가 좋아요. 할머니는 제가 대학 때 내려가면 반가워서 눈물이 글썽하셨어요. 그런데 엄마는 한 번도 저한테 활짝 웃으면서 반기거나 예쁘다고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