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7년 전 2천만원

... 조회수 : 3,176
작성일 : 2024-08-24 19:51:30

6천만원 빌리고 안 갚는다는 여동생 

글을 읽고 나니 문득

제가 27년 전에

대학 다니면서, 또 학교 졸업하고 모은 돈

2천만원을 부모님께 빌려드렸던 일이 떠올랐어요

그 당시 부모님께서 가게를 여는데

돈이 부족하다며 제 적금이 그 때 딱

만기라 그 돈을 좀 빌려달라고 하셨죠

 

참고로 저는 대학 내내

장학금 받았고 과외로 돈도 벌어서

오빠의 대학 등록금도 제가 두번 정도

내줬답니다

 

그 당시 제가 26살 이었고 

96년도 였어요

빌려드린 돈을 언제 갚아주시느냐고 여쭈었더니

답이 없었습니다

97년은 아시다시피 IMF로 나라가 쫄딱 망했으니

저희 집인들 무사했을리가요

그 뒤로 8년 동안 저와 아버지는 

그 가게 하느라 생긴 억대의 빚을 갚느라

일에 치여 지냈어요

제 결혼은 그 당시 기준으로는 말도 안되게

늦어져서 35살에 겨우 

부모님께 글자그대로 숟가락도 하나 못받고

오히려 제가 엄마에게 잔치하시라고

5백만원 주고 왔습니다

 

그 뒤로도 지금 54살인 현재까지

저는 친정 엄마에게 다달이 돈을 드리고 있어요

삼십년 세월 동안 거의 2억 정도는 드렸지 싶어요

남동생에게 빌려준 돈 1억

오빠가 죽고 그 조카가 고3이 되도록

3년째 학원비를 내주고 있고요

 

제가요

마흔 초, 중반때 까지는 

정말 울화가 많았어요

형제들 중에서 가장 부모의 덕을 보지 못한

내가 왜 이렇게 친정을 도와야 하는지

억울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사십대 후반을 넘긴 시점부터는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내 성격이 이렇게 생겨먹었구나 하고요

부모님이 어렵거나 형제들이 어려우면

그걸 못본 척을 못하겠는 거예요

나만 잘 사는 세상은 행복하지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아버지가 행복해 하시는 걸 보는 게

제 행복이 되어버렸어요

여기서 나름 반전은

작년에

그 옛날에 2천만원을 아버지께서 갚아주셨답니다

부모님은 완전히 잊고 계셨다네요

돈을 빌린 사실도요

그런데 제가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성격이 아니니까

그 오랜 세월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그 2천만원이 없어도 저는 잘 살겠지만

그 돈을 받고 나니  

제 마음 속의 응어리졌던 게 녹는 기분이었어요

 

남동생도 지금은 어려워서 한번에 다 갚지는

못해도 작은 금액이나마 매달 갚아주고 있구요

이자는 제가 안받는다고 했어요

원금 다 받는데 거의 15년은 넘게 걸리지 싶어요

 

내 핏줄들이라서 빌려준 돈이지만

얼마가 되었든 갚아주는 게

중요합니다

원글님 친구분이나 그 자녀들 같은

마인드는 빌려준 사람에게 경제적인 손해뿐 아니라마음에 큰 상처를 주게 되거든요

IP : 125.249.xxx.12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ㄴㅌㄴ
    '24.8.24 7:59 PM (211.36.xxx.60) - 삭제된댓글

    착한게 사시니 다행히 가족들도 알아주네요
    그러고보니 나도 23년전에 160월급 받으면 30받고 엄마 다줬던거같은데

  • 2. 아버지가
    '24.8.24 8:02 PM (121.166.xxx.230)

    님한테 돈을 갚을때 그 마음이 얼마나 미어지셨겠어요.
    내가 못나서 자식한테 이런신세를 졌구나 하고
    님은 참...아름다운 사람입니다.

  • 3. .ㅇㄹ
    '24.8.24 8:02 PM (118.235.xxx.100)

    저도 같은 입장인데. 어느 순간엔 저도 억울함이 크게 올라오긴 했지만, 원글님처럼 저도 그렇게 되더라구요. 이해 못할일도 많았지만, 이제 80이 다 되셔서 연로해지신 아버지 뵈니. 계산 말고 더 잘해드려야 겠다는 생각만 들었네요. 원망하고 뭐 할수 있지만 부모님이 제가 생각한 그 정정하신 모습으로 우리 옆에 영원히
    계신게 아니더라구요.

  • 4. ...
    '24.8.24 8:03 PM (1.235.xxx.154)

    세상에나 대단한 분이시네요
    그리고 아버님도 원글님 말을 신뢰하고 갚으시니 되는 집안은 이렇게 좋게 관계가 유지되네요
    어떻게 딸에게 빌린 돈을 잊으실수있는지 이해는 안가지만..

  • 5. 부모님도
    '24.8.24 8:03 PM (114.203.xxx.133)

    일부러 안 갚은 게 아니니 받아들여지는 거죠.
    고생 많이 하셨네요..

  • 6. 저도..
    '24.8.24 8:10 PM (180.228.xxx.77)

    20년전에 공무원인 언니가 상가투자했다가 물려서 형부 몰래 500만원 빌려달래서 전업시절이었는데 빌주고 15년만에 받았어요.
    안받을 각오했는데 퇴직하더니 이자 조금 보태서 주더군요.
    형제간에 돈거래 하지말라는 친정아바지 평소 말씀이 있었고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내가 번돈이 아니라 기꺼이 받았어요.
    그후 선물사주고 생일에 현금봉투 오가지만,지금은 저도 돈좀 버는 상황이라 금전문제는 깔끔하게 하고 살아요.
    성인된 자식들도 증여로는 둘한테 똑같이 계산해서 주지만 그외에는 철저히 자식한테도 이유없이 퍼주지 않습니다.
    그게 가족이라도 서로 앙금이 안남는 방법이라 생각듭니다.

  • 7. 원글님
    '24.8.24 8:21 PM (122.46.xxx.124)

    복 많이 받으세요.
    감동 받았어요.
    선한 분이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 8. 흐규~
    '24.8.24 8:22 PM (119.194.xxx.162)

    전우익선생님 책 제목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사는게 성격대로 가는것 같아요.
    원글님, 담에 꼭 편안히 잘 사실 거예요.

  • 9. 웃긴게
    '24.8.24 8:23 PM (114.204.xxx.203)

    빌린 사람은 꼭 잊더라고요
    저도 10여년만에 동생에게 말하니 무슨돈?
    이 ㅈㄹ 하대요
    돈은 빌려주는게 아니에요

  • 10. 저도
    '24.8.24 9:06 PM (125.178.xxx.162)

    형제에게 수천 빌려줬는데
    안 갚네요
    아니 못 갚는거겠지요
    사는 거 보면 못 살겠다 싶어요
    왜 성실하게 살지 못하고 허황된 선택을 하는지
    안타깝고 화나고 이중 감정입니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갚아주면
    남편에게 덜 미안할 거 같아요

  • 11. 돈계산
    '24.8.24 9:20 PM (222.106.xxx.148)

    96년도
    부산 25평 아파트 가격이 4천 언저리
    너무 안 오르는 지역이라도 지금도 2억 넘는데...
    당시 큰 돈이였어요. 대기업 입사해서 80 받았거든요

  • 12. ㅇㅇ
    '24.8.24 11:24 PM (222.108.xxx.29)

    친정에 그리 퍼다주면 남편이랑 자식한텐 안미안하시던가요?

  • 13. 222.108님
    '24.8.25 12:13 AM (125.249.xxx.12)

    남편은 2천만원 들고 장가왔었어요
    그 중에 천삼백만원이 대출이었길래
    결혼하고 제가 갚아줬어요
    남편 차 3대 바꿔줬구요
    아우디에서 지금은 제네시스 탑니다
    제 지인들이 다음 생에는
    저의 남편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번호표 뽑고
    대기한대요
    제가 제 친정만 도왔을까요?
    혼자 잘 사는 게 행복한 성격이 아니고
    제 주변이 같이 행복한 게 저는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 14. 동감
    '24.8.25 3:33 AM (121.182.xxx.143) - 삭제된댓글

    와 님 정말 저랑 도플갱어 똑같아요. 소름 ㅋㅋ 저는 25년 전 2500만원 빌려드렸고 혼자 모은돈으로 겨우 결혼하고 4700 만원 주택담보 대출을 20 년간 갚아드렸어요. 작년에 친정아버지 돌아가시고 혼자 남아 아들 며느리에게 학대 방치 (물론 혼자 사셨지만 워커 끌고 겨우 연명하듯 사심) 착한 사위가 보다 못해 우리가 사는 지방으로 모셔오셨고, 사시던 빌라 팔아서 오시는데 빌라 헐값이라 얼마되지도 않지만 , 먼저 돈 갚으시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동안 앙금이 풀리긴 하더라고요. 물론 그 돈 다시 다 엄마에게 들어가겠죠. 병원비며. 하지민 마음은 풀림. 좋은 마음으로 돈 해드리고 갚아드렸지만 울화병이 생겼었나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40475 온수매트 없으면 못살듯 14 ㅇㅇ 2024/10/21 4,384
1640474 사랑후에 오는것들 켄타로 13 2024/10/21 3,016
1640473 로제 아파트 현 상황 12 ... 2024/10/21 8,011
1640472 예비고 자녀 전학은 피해야할까요? 14 고민중 2024/10/21 1,212
1640471 중국산 로봇청소기 역시나 1 ,,,,, 2024/10/21 1,864
1640470 남편이 용서가 안 되는 한가지 19 허허허 2024/10/21 14,677
1640469 최-박 이혼뉴스 좀 그만 보고싶어요 7 .. 2024/10/21 1,998
1640468 한강작가책 10월31일까지 교보에서 구입불가 10 ... 2024/10/21 3,074
1640467 운동 후 부럽당 2024/10/21 694
1640466 최악의 고양이 학대, 82님들 한번씩만 읽어봐주시기 부탁드립니다.. 12 ... 2024/10/21 1,380
1640465 화살기도 부탁드려요~ 38 ㅇㅇ 2024/10/21 3,875
1640464 꿈을 잘꾸네요 Skkssj.. 2024/10/21 359
1640463 후반부에 I'll survive 피쳐링 된 남자 팝가수 노래 3 팝송 2024/10/21 615
1640462 강릉말고 1박2일 다녀올데 있을까요? 17 서울출발 2024/10/21 2,766
1640461 시나노골드 사과, 장터에서 사니 싸네요. 2 애플 2024/10/21 2,576
1640460 볶음밥도 액젓으로 간을 하니까 더 맛있네요 7 ..... 2024/10/21 2,899
1640459 토론토 상황이 궁금해요 12 궁금이 2024/10/21 3,612
1640458 쥔장님 감사합니다 5 점세개 2024/10/21 1,261
1640457 직장 20년 근속 기념 선물 14 참내 2024/10/21 3,435
1640456 유리를 전자렌지에 넣으면 안된다는 걸 지금 알았어요! 10 유리 2024/10/21 6,378
1640455 간장게장 질문 3 ㅡㅡㅡ 2024/10/21 774
1640454 쿠팡에서 간식거리 뭐 사시나요? 11 .. 2024/10/21 3,610
1640453 아파트 갈아타기 조언 부탁드려요 6 ... 2024/10/21 2,016
1640452 트럼프 당선 확률이 올라감 18 2024/10/21 5,397
1640451 하루종일 있던 신경과민 두통이 금목걸이 탁 빼니 사라지네요 2 ㄴㅅ 2024/10/21 2,580